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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es 아저씨 Sep 07. 2023

[#6: 어느 날, 고양이]

6화: 호피와 자두의 공생?

고양이는 내 삶속에 없던 애들이었습니다

그러던 2022년 12월 겨울 어느날 고양이가 내 삶속으로 들어 왔습니다.


내가 오면 어디서 오는지 저렇게 슬쩍 담장을 넘어옵니다.

신기합니다. 고양이들은 어디 있었는지 내가 오는 시간엔 문 앞에서 기다리거나 슬금슬금 담을 넘어오거나 

합니다. 터줏대감인 턱시도와 치즈 1호는 아침저녁 현관 앞에 진을 치고 있고 하루의 대부분을 거기서 보냅니다. 그러나 이 아이 호피는 정확하게 내가 오는 시간을 맞춰 옵니다.

대개 아침은 5시 30분쯤 오는 것 같습니다. 그때만 되면 자두가 낑낑거리며 안절부절을  못합니다

자두는 호피가 오면 흥분하고 낑낑거리지만 막상 들어오면 물지 않는 게 신기합니다

일단 호피는 저렇게 자두네 우리를 넘어오면 탁자 위에 올라옵니다. 그럼 자두는 어쩔 줄 몰라하며 낑낑거리며 주변을 배회합니다. 탁자 위에 호피에게 관심을 보이면서 냄새를 맡으려 낑낑대지만 호피는 그야말로 

개무시 이거나 냄새 맡으려 자두의 입이 자기 가까이 오면 냥펀치를 날려 버립니다.

자두 우리로 오면 탁자 위에서 밥을 먹고 그루밍을 하고 누워있기도 하고...

그럼 자두는 물러나 이렇게 앉아 있게 됩니다. 

불쌍한 자두... 물려고 다가가는 건 아닌 것 같고 뭔가 관심을 보이고 다가가면 냥펀치나 맞고...

그러다 자두가 화가 나서 물어버리면 한입에 끝날 텐데... 정말 걱정이긴 합니다

다만 마음씨 넓은 자두가 호피를 물지 않고 봐주어서 호피는 일단 저 탁자 위를 자리 잡습니다

누워서 뒹굴기도 하고 스크레치도 내고... 물론 밥을 먹고 간식을 먹고 그런 걸 다 하고 난 뒤에 말입니다

호피는 처음 왔을 때 보다 살도 좀 오르고 커진 것 같습니다. 처음 호피를 봤을 땐 어리고 작은 아기 

냥이 었거든요... 그땐 일단 집 앞에는 턱시도가 무서워 오지 못해 내가 멀리까지 배달을 나가서 주기도 했습니다만 지금은 여기 자두 우리를 깡다구 좋게 자기 영역(?)으로 삼고 들어와 있습니다. 자두가 자기를 보호하니 턱시도가 공격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우선은 밥을 먹습니다

일단 얘는 먹성이 좋아서 아무거나 잘 먹습니다. 

물론 길냥이들이 배가 고파서겠지만 얘는 자두 사료도 뺏어 먹고 간식도 다 잘 먹고 무엇보다 얘는 도둑고양이처럼 훔치기도 합니다

처음엔 큰 애들 때문에 가까이 못 오니 자두 우리에서 밥을 훔쳐먹거나 현관 앞에 큰 애들이 없을 때 

안으로 들어와 간식을 봉지째 물고 달아나거나 했습니다만 요샌 훔치는 건 안 하고 여기 와서 밥 먹고 놀고 하다 갑니다.  탁자 위에서 말이죠... 내가 있고 자두가 있는 동안은 턱시도가 와서 공격을 안 하리라는 걸 아는 거죠... 영악하게도 그걸...

그런데 얘는 와서 탁자 위에서 뒹굴고 몸을 비비고 하면서도 내 손길은 펀치로 쳐내고 맙니다.

그렇게 몇 번을 할퀴었는지... 몸을 비비고 뒹굴고 하면서도 손길은 거부하는 겁니다. 섭섭하게도... 요

아침엔 나보다 먼저 와서 탁자위서 자릴 잡고 있고 저녁땐 내가 오는 소릴 듣고 어디선가 담을 넘어 스르르 옵니다. 아마도 이 근처 어딘가에 저 얘의 집이 있거나 미리 와서 기다리다 내가 오면 훌쩍 담장을 넘어오는 건지...

먹고 나면 누워 쉬고...

얘가 쉴 때는 자두가 와서 관심을 보입니다. 끙끙거리며 배회를 하고 고개를 디밀고 탁자 위 고양이 

냄새를 맡으려 합니다.

도도한 고양이는 전혀 관심도 없는 듯하다가 가까이 오면 냥펀치를 날립니다.

이러면 바보 같은 자두는 피하면서 낑낑댑니다.

한입에 물면 끝이 날 텐데 물지 않고 저러는 걸 보면 자두가 착한 건지... 바보 같은 건지...

평소 산책길에서 길냥이들을 만나면 자두는 광분을 했거든요. 내가 끌려갈 정도 냥이에게 집착하고 

공격성을 드러내 감히 고양이가 여길 오리라 생각도 못했는데 이 아이 호피는 대체 무얼 믿고 이러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자두의 바보 같은 태도는 또 뭐고요..

얘네들 세계는 정말 모르겠습니다.

암튼 물지 않아 사고가 안 나니 다행인데 나는 늘 

불안 불안합니다. 자두가 콱하고 물면 어쩌나 하는... 그럼 저 작은애는 한입에 끝날 텐데... 하는 걱정. 그런데....

턱시도가 공격을 해서 도망가는 호피

그런데 턱시도가 공격을 했습니다. 그것도 내가 있는데....

내가 탁자 위의 호피에게 관심을 두고 내 등뒤에 있는 턱시도는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호피가 후다닥 하고 피하는 겁니다. 그새 턱시도가 탁자 위로 올라왔고요...

마치 자두도 다른 곳에 관심을 두고 있던 때였나 봅니다.

일전에 자두와 내가 산책을 나가려고 막 우리를 나온 순간 턱시도가 호피를 공격한 적이 있었는데 그땐 자두와 내가 자릴 비웠을 때 고 이번은 나도 있고 자두고 있는데 턱시도가 공격을 감행한 겁니다

대체 자두는 턱시도에게 조차 동네 호구가 된 건지... 턱시도가 저렇게 떡하니 탁자 위에 까지 올라왔네요

고양이만 보면 공격성을 보이고 난리가 나던 예전의 자두는 어찌 되고 이렇게 동네호구가 된 건지...


호피는 이제 이 자릴 다시 올까요? 자두도 있고 나도 있는데 공격을 한 턱시도 땜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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