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새까만 애... 블랙이
고양이는 내 삶속에 없던 애들이었습니다
그러던 2022년 12월 겨울 어느날 고양이가 내 삶속으로 들어 왔습니다.
턱시도가 지난겨울에 갑자기 나타나서 근 10개월이 되어 가는 동안 애들이 하나 둘 늘어가는데 턱시도는 제일 먼저 우리 집에 와서 터를 잡고 영역을 확실하게 잡고 여긴 내 구역이야~~라고 생각하고 행동을 합니다. 다른 애들이 오면 하악질과 함께 고양이 특유의 울음소리를 내며 경계를 하는 거죠.
그런 턱시도는 내게는 이제 개냥이가 되어 갖은
아양을 다 떨고 만져 달라고 데크 위에서 뒹굴거나 벌러덩 누워서 " 자 이래도 안 만질 거야?"라 하듯 요염한 포즈도 취하고 그래도 안 만져 주면 다리
가랑이에 머리를 디밀고 비비며 다리에 휘감기기도 합니다. 어쨌든 턱시도는 나를 집사로 여기고 있는 듯합니다. 그런데 신기한 건 아픈 아이 치즈 1호에게만은 같은 구역을 같이 사용하는 듯 먹을 것도
양보하고 둘이 머리를 비비기도 하고 다른 아이가 오면 합동으로 하악질과 울음소리로 접근금지를
외치는 듯합니다.
그런데 배가 불러진 건지 턱시도와 치즈 1호는 이제 건사료는 안 먹고 통조림과 츄르만 달라고 합니다. 사료는 다른 아이들이 먹고 얘네들은 길냥이 시절을 잊어버린 건지 입이 고급화가 된 건지... 하여간 그렇습니다. 그래서 고민입니다.
이 애들을 계속 통조림을 줘야 하나? 하고요...
그리고 우리 집에 오는 애들 중 이 까만 애는 '블랙이' 입니다. 온통 까만 털로 윤기 나는 애인데 얘도 턱시도와 치즈 1호에게 밀려서 가까이는 못 오고 현관 근처를 배회하거나 데크 위에 올라와 저 애들과는 떨어져
내게 먹을 걸 달라고 합니다. 통조림을 챙겨주면(얘는 하루 걸러 한번 정도 오는것 같고요) 이 아인 현관 근처에서 배회를 하며 내가 자길 봐주길 원하는 거 같습니다. 그럼 나는 주로 통조림을 나눠주곤 하는데 이 아인
늦게 먹다 보니(치즈 1호보다 3배 정도 느립니다) 늘 치즈 1호에겐 뺏기고 도망을 갑니다. 참 애처롭지만
어쩔 수가 없습니다. 치즈를 막을 수도 없고 치즈는 아픈 앤 데도 포스가 장난이 아니고 아마도 얘네들 서열상 최상위가 아닐까 합니다. 치즈에겐 누구나 다 음식을 뺏깁니다. 이 까만 애 블랙도 그렇고요. 무엇보다 얘는 먹는 속도가 너무 느리다 보니 턱시도에게도 밀리고 맙니다. 안타깝습니다. 자연의 순리니 그냥 놔두어야
하나 내가 개입을 해서 어찌해야 하나가 고민이 됩니다. 덩치도 턱시도나 치즈 1호보다는 좀 작고 슬림한
편인데... 종류가 달라서 인지 이 아인 몸매가 전반적으로 날렵해 보이고 길쭉한 느낌입니다.
이 앤 가까이 못 오고 계단 입구에서 쳐다보고 있거나 현관 근처에 밥그릇이 있는 걸 노려보곤 합니다. 다른 쪽에 밥그릇과 물그릇이 있는데 거긴 잘 안
가는 것 같은데 거긴 이미 다른 애가(치즈 2호)
자릴 잡고 와서 먹기 때문인 아닌가 합니다.
이 애를 따로 챙겨주려면 또 밥그릇과 물그릇을
놓아주어야 하는데 적절한 장소가 없습니다. 그냥 비가 오면 비를 다 맞아야 하거나 여하튼 장소가
적절치 않고 또 오는 애들마다 다 밥그릇을 따로
놓아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요. 그래서 올 때마다 통조림을 따서 나눠주곤 했지요. 아직 까지 얘도
손길을 허락하지는 않지만 도망가지 않고 내가 주는 걸 받아먹거나 내가 천천히 다가가 일정거리를 두고 있으면 자기도 가만히 나를 바라보고 있곤 합니다. 물론 치즈 1호나 턱시도가 없을 때 이야기입니다. 그 애들이 있으면 먹을 거 눈치 보며 먹기도 바쁘고 먹다가도 그 애들이 나타나면 다 빼앗기고 말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얘는 모질이 고르고
윤기가 나는 게 아직은 건강해 보인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영역다툼에서 생긴 이마의 상처를 빼면 이 아인
대체로 건강한 것 같습니다. 먹는 속도가 너무나 느려 얘는 치즈 1호가 뺏어먹으려 다가올 땐 잽싸게 치즈 1호에게 먹을걸 좀 더 줍니다. 그럼 이 애가 좀 더 먹을 수 있는 거죠.
애처롭지만 난 어찌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 얘는 서열상 아래여서 먹을 걸 주면 뺏기고 그나마 다른 애들이 없을 때 오면 이렇게 먹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현관문을 열어 놓고 있었는데
이 아이 블랙이가 거실까지 들어온 것이었습니다. 마침 현관 밖에 늘 진을 치고 있던 턱시도와 치즈 1호가 없던 틈을 타 집안으로 들어온 것인데 나랑
눈이 마주치자 슬그머니 나가버렸습니다.
깡다구 좋게 집안까지 들어오다니...
평소 문을 열어 놓으면 턱시도는 가끔 들어와 주변을 살피고 돌아다니다 슬그머니 나가거나 하는데
저 블랙이가 들어온 것이었습니다.
나도 놀랐습니다.
그러나.... 사실 걱정입니다. 이 애들을 내가 다 끝까지 책임질 것도 아닌데 이렇게 밥을 챙겨주는 게
무슨 소용이 있나 싶기도 하고 또 이렇게 라도 챙겨주지 않으면 배를 곯고 건강도 나빠질 것 같아 걱정이고요,,, 어쨌든 여기 오는 애들이 싸우지 말고 밥을 먹고 갔으면 좋겠고(고민 중입니다.... 포획하여 중성화 수술도 시켜야 한다는데....)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게 그런 거 말고 또 뭘 할 수 있을까...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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