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또 다른 아이... 치즈 1호
고양이는 내 삶속에 없던 애들이었습니다
그러던 2022년 12월 겨울 어느날 고양이가 내 삶속으로 들어 왔습니다.
그렇게 얘가 온후 나는 얘를 챙겨주면서 댕댕이와는 또 다른 느낌을 받습니다. 아주 어릴 적 집에 고양이가
있었던 기억이 나는데 새끼를 낳고는 쥐약을 먹었는지 쥐약 먹은 쥐를 잡아먹고 죽었는지 하여간 어린 새끼
5마리를 키웠던 기억이 납니다. 그 후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는데 이 아이가 와서 묘하게 사람 마음을 흔들며 홀랑~ 빠지게 합니다. 개냥이가 되어 애교를 떠는 건 물론이고 이아이는 사고도 안 치고 매너도 좋습니다. 일단 문을 열어 놔도 집안엔 잘 안 들어옵니다. 눈치를 보고 들어왔다가 주방, 안방등을 휙 돌아보곤 다시 나가고 대개는 현관문을 열어 놓으면 전실에 누워 있다가 가고... 아주 이쁜 소리로
냐옹대며 다가와 몸을 비비고 만저달라고 뒤집어지기도 합니다. 간식통이 전실에 있지만 한 번도 간식통을
뒤지거나 비닐을 뜯어 간식을 훔쳐 먹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이 아이와 같이 나타나는 애가 생겼습니다. 영역 의지가 강한 애들이라 특히 얘는 우리 집을 자기 영역이라 여기며 다른 애들의 접근을 막고 하악질을 해대는 통에 아주 시끄러울 때가 있는데 유일하게 같이 와서 밥을 먹고 쉬고 하는 노란 애 '치즈 1호'가 나타났습니다
턱시도 뒤에 앉아 있는 노란 애가 치즈 1호입니다. 덩치는 둘이 비슷하나 일단 이 아이는 건강상태가 안 좋아 보입니다. 지금은 우리 집에 와서 잘 먹어선지 살은 붙었는데 병이 있는지 눈곱이 심하고 오른쪽 귀아래서 눈옆, 볼까지 심한 상처인지 부스럼인지 딱정이가 늘 있고 피가 나기도 합니다. 외모가
아주 안 좋아 보입니다. 내가 주는 것은 뭐든 잘
받아먹으면서도 내 손길은 거부해서 하악질을 하거나 냥펀치로 할퀴곤 합니다. 해서 아직 스킨십은 못합니다. 먹성이 좋고 먹는 속도가 턱시도의 3배쯤 빨라
자기거 다 먹고 턱시도 것을 뺏어 먹습니다. 그럼 턱시도는 물러나 줍니다. 양보를 하는 건지 서열이 위라서 그런 건지....모르지만 늘 그렇습니다. 안스럽 다는 생각도 들고요...
치즈는 사료도 잘 먹고 간식도 잘 먹고 통조림도
잘 먹고 뭐든 식탐이 있는 듯 잘 먹습니다. 턱시도 것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것도 다 뺏어 먹습니다.
턱시도는 늘 자기 것을 양보합니다. 그럼 나는 몰래 턱시도에게 더 챙겨주곤 합니다. 이상한 게 첫정인지 턱시도 것을 뺏어 먹는 치즈 1호가 미워서 자꾸 차별하는 마음이 생겨나는데 어째야 할지... 불쌍하니 둘 다 챙겨주지만 턱시도 것까지 다 뺏어 먹어서 밉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입니다. 일단은 모두 다
챙겨주고 몰래 턱시도한테는 다시 한 개 줍니다.
턱시도가 영역싸움에서 다른 아이들이 오는 건 막고 있어 다른 아이들것은 내가 가져다 챙겨다 줍니다. 다른 애들이 집 가까이 오긴 하지만 현관 앞까지는 못 오는데 턱시도가 이 치즈 1호에겐 허락을 하고 또 서로 코인사도 자주 나누고 하는 걸 보니 둘은
사이가 좋아 보입니다. 아픈 애를 턱시도가 챙겨주는 건지... 먹을 건 늘 양보를 합니다. 그렇게 둘은 우리 집을 자기 집으로 여기고 와서 사는 듯합니다. 내가 있을 때 거의 현관문을 열어 놓고 있는데 치즈는
현관 밖에서 있고 턱시도는 현관 안에서 또는 밖에서 둘이 자거나 누워있곤 합니다.
여길 자기 집으로 정했나 봅니다
치즈 1호의 얼굴을 가까이 봅니다. 일단 눈곱이
상처 딱정이처럼 붙어 있고 지저분합니다. 이 사진엔 안 보입니다만 오른쪽 귀에서 눈 있는 곳까지
옆 볼에는 심한 상처가 났고 늘 딱정이가 붙어 있거나 딱정이가 떨어지면 피가 나곤 합니다. 오른쪽 발목 안쪽도 상처가 나 있습니다. 또한 왼쪽 눈은 실명을 한 것 같기도 하고... 눈동자가 선명하게 보이질 않습니다. 이 아인 내가 주는 모든 걸 받아먹으면서도 아직 손길은 허락하지 않아 만져 보지는 못했습니다. 소화기계에 문제가 있는지 사료는 먹으면 나중엔 다 토해 냅니다. 알갱이가 그대로 그냥 뱉어 내듯 말입니다. 그럼에도 사료를 먹습니다. 물론 추르나 통조림도 좋하해서 다른 애들 거 나눠주면 가서
다 뺏어 먹습니다. 그럴 땐 밉기도 합니다만...
일단 아픈 애라 불쌍해서 먹을 거 잘 챙겨주려 합니다. 그리고 먹고는 데크에 누워 자거나 종일 누워 있습니다. 내가 출근하고 저녁때 오면 데크에 와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데크를 집으로 여기고 지내고 있습니다.
치즈1호는 식탐도 강하고 먹성도 좋아 뭐든 잘 먹습니다. 개간식도 잘 먹고 개 주려고 삶은 닭고기도
잘 먹고 하여간 내가 주는 건 뭐든 잘 먹어 살이
올랐습니다. 처음에는 뼈가 드러나게 말랐었는데
현재는 살이 오른 상태입니다. 다만 얼굴에 부스럼 딱지가 있고 눈곱이 심해서 걱정입니다.
물론 걱정뿐입니다. 내가 이 애에게 할 수 있는 게 먹을 거라도 잘 챙겨주자... 뭐 그것밖에 할 게 없습니다. 그러나 걱정입니다. 정말 아프면 천적이나
다른 애들의 습격을 피해 결국 여기로 오지 않을까... 그럼 어째야 하나... 뭐 그런 걱정들요...
아직은 우리 집에 오는 대여섯 마리의 길냥이 중
얘가 왕초인 것 같습니다. 턱시도와 같이 우리 집을 자기 영역이라 정하고 다른 애들이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는 걸 보면요.... 그런데 아직도 내 손길을 피하며 하악질을 하는 건 왜일까요... 지가 와서
내 다리에 몸은 비빌지언정 내 손길은 피하니 말입니다. 뭐 시간이 가면 그것도 좋아지겠지요만... 무엇보다 애들이 아프지 말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길냥이들 평균 수명이 3~4년이란 걸 어디서 본 적이 있어 가슴이 아픕니다. 영양상태 안 좋고 병에 잘 걸려서 그런다는... 어쨌든 우리 집에 와서 밥이라도 먹고 배나 고프지 않게 살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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