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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es 아저씨 Aug 16. 2023

[ #1:어느 날, 고양이]

1화:  프롤로그-  나 좀 받아들여라 냥~

고양이는 내 삶속에 없던 애들이었습니다

그러던 2022년 12월 겨울 어느날 고양이가 내 삶속으로 들어 왔습니다.

현관 앞 데크에 누워 자길 만져달라고 저러고 있습니다.

겨울 어느날 출근길, 현관문을 여니 웬 고양이 한 마리가 떡하니 앉아 나를 올려다보며 있습니다. 

도망도 안 가고 그야말로 빤히... 

신기한 애 일세... 하며 가까이 다가가도 도망도 안 가고 날 올려다보며 '야옹~~' 거리며 말을 겁니다.

그렇게 어느 날 갑자기 이 고양이가 왔습니다 내게. 

추운 12월의 어느 날...

배가 고파 온 아이구나... 하고 일단은 개밥을 챙겨주었더니 정말 잘 먹길래 그래... 배가 많이 고팠구나... 

일단은 냥이 밥을 사 올 때까진 요걸 먹고 요기라도 하고 있으렴 하고 그날 퇴근길에 냥이 밥을 사 왔습니다. 그러니 거짓말처럼 이 아이는 문만 열면 현관 밖에 앉아 기다렸다는 듯 인사를 합니다.

"냐옹~~" 어찌 이리도 이쁜 소리가 나오는지... 아주 어린 아기가 응석 부리듯 하는 소리같기도 하고... 

하여간 이 애는 날 집사로 간택을 하고 찾아온 것이었습니다.(이 이야길 주변 사람들에게 했더니 내가 이 애에게 간택을 당한 거고 이제 자기의 집사가 돼라...라는 영광스러운 부름을 받은 것이라 합니다) 

고양이 밥과 물을 챙겨주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애가 배가 빵빵한 게 임신을 한 것 같은 겁니다. 이 애가 여기서 새끼를 낳겠다고 하면 어쩔 것인가가 걱정이었습니다. 애구... 난 그냥 밥 주는 것까지는 하겠는 데 여기서 새끼를 낳고 여기서 사는 건 좀 곤란하다... 얘야... 아무튼 이 애는 이후 매일 아침, 저녁으로 찾아와 현관 밖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죠. 추운 날에는 현관문을 열어 놓으면 저렇게 전실 안까지 와서 밥을 먹고요... 그리고 이제 만져달라고 대놓고 내게 와서 얼굴을 비비고 저렇게 벌러덩 누워 있기도 하고 그러는 겁니다

냥이가 배를 보인다는 건 그만큼 신뢰를 한다는 것인데 이 아인 대체 날 뭐로 보고 이런 행동을 할까.. 참 신기하고 어처구니가 없었지요. 

11년 전 얼떨결에 유기견 두 마리를 입양하고 지금 저 아이들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그래서 맘고생을 하는데 너마저 내게 와서 이걸 어쩌란 말이냐... 그러면서도 어느 날 현관 문밖에서 냥이가 없으면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이건 또 무슨 조환지... 내가 이 애 걱정을 하다니...

그렇게 겨울이 갈 무렵 내가 걱정하던 것 하나는 해소가 되었지요. 바로 이 애는 중성화 수술을 한 것이라는 걸 알았는데 알고 보니 중성화 수술을 한 아이는 귀 한쪽 끝을 잘라준다는 거... 바로 이 아이의 왼쪽 귀 끝이 잘려 있었던 겁니다. 다행이다.... 새끼를 낳지는 않겠구나 하는.... 근데 왜 이리 배가 불룩한 거야?

마당에 누워 날 기다리고 있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겨울이 갔고 봄이 왔습니다. 겨우내 이 아인 추운데 어디서 겨울을 난 건지 모르지만 매일 와서 밥을 먹었고 조카의 도움으로 고양이 통조림도 선물 받아 통조림이나 간식 따위도 챙겨주기 시작했습니다. 그랬더니 이 애는 아예 우리 집에서 눌러 살 작정을 했는지 마당에 누워서 아예 자기 집처럼 여기는 것 같았죠. 저 데크 밑에 있다가 내가 차를 몰고 오면 마당에 나와 날 기다리고 또 데크 위로 나와 뒹굴거리며 이래도 안 만져주니? 하듯 대굴대굴 구르기도 하고 또 야옹 대며 날 따라다니기도 하며 개냥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깃털 장난감으로 놀아 주니 정말 잘 놀고 이 아이는 예전 사람손을 타본 아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람을 잘 따르고 게다가 외모도 수려했습니다. 대개의 길냥이 들이 위생상태가 좋지 않아 털 상태가 좋지 않음에도 이 애는 털도 윤이 나고 살도 포동포동했고 눈곱도 없고 그야말로 수려한 외모를 가진 아이였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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