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치즈 2호
고양이는 내 삶속에 없던 애들이었습니다
그러던 2022년 12월 겨울 어느날 고양이가 내 삶속으로 들어 왔습니다.
턱시도와 치즈 1호는 늘 붙어 다닙니다. 그러나 서열은 치즈 1호가 가장 위인 것 같고 턱시도는 그 아래인 것 같습니다. 어느 날은 치즈 1호가 느닷없이 턱시도를 공격하는 걸 보았는데 턱시도는 그냥 물러나고 맙니다.
그러다 보니 내 마음속엔 갈등이 일기도 합니다. 제일 먼저 우리 집에 왔고 이젠 개냥이가 되어 나와 교류(?)도 잘하고 이쁜 짓도 하는 턱시에 비해 치즈 1호는 그런 턱시도 것도 빼앗아 먹고 공격도 하니 미운마음이
생기는 겁니다. 이를 어째야 할지...
그럴 때 치즈를 쫓아내야 하나... 턱시도는 늘 치즈 1호에게 먹을걸 양보하는데도 말이죠
그러다 둘은 다른 녀석이 오면 같이 합심하여 공격을 하곤 하는데 지금 저 사진의 상황도 아마 치즈 2호가
와서 둘이 그쪽을 응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아이가 치즈 2호입니다. 사실 치즈 1호와는 형제가 아닌가 싶게 똑같이 생겼는데 치즈 1호는 얼굴에 심한 상처딱지(다친 게 아니라 병 같습니다)가 있고 그 딱지는 가끔씩 떨어지기도 하여 피가 흐르기도 합니다. 애처롭습니다. 아마도 피부병이 아닐까
하는데 얼굴 전체가 다 부스럼 같은 피딱지가 늘
있습니다.
이 아이 치즈 2호는 일단 외관상으로는 깨끗합니다
그런데 치즈 2호는 바로 이 자리까지만 오고 더
이상은 현관 쪽으로 접근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턱시도와 치즈 1호가 있는 현관 쪽으로는 안 가고 요기가 바로 자기 영역이라 여기는 듯합니다
이 밥그릇까지만 와서 밥을 먹거든요...
그런데 치즈 2호는 아직도 내게 하악질을 하는데
밥을 주려고 가까이 가면 하악질을 하며 심하게
경계를 합니다. 아직도요...
그러면서도 밥은 먹는 걸 보면 나를 경계대상으로 삼지만 밥은 주는 사람...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좀 섭섭하기도 합니다만... 어쩌겠어요...
그렇게 치즈 2호 저 아이는 늘 저기 와서 누워 있기도 하고 저 영역에서만 배회하지만 거기까지입니다.
이 아이는 덩치도 치즈 1호와 비슷하고 생김새도
비슷한데 인간에 대한 경계심을 풀지 않고 요기까지 와서 매일 밥만 먹고 갑니다.
통조림을 주려 가까이 가도 하악질을 하고 밥그릇을 들고 가까이 가도 하악질을 합니다. 그래서 가까이 와야만 줄 수 있는 츄르는 아직 못 먹여봤고요.
얘는 츄르를 들고 가면 하악질과 함께 도망을 가기 때문인데 일정거리 이상은 들어오지 않더군요
정기적으로 오는 다섯 아이들 중 얘가 가장 경계심이 많고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 유일한 애입니다.
그러다 보니 턱시도나 치즈 1호도 이 아이와는 싸움이 잘 붙지 않는데 현관 쪽으로는 오지 않고 저기
밥그릇까지만 와서 밥을 먹기 때문입니다. 가끔은 내가 통조림을 가져가면 턱시도나 치즈 1호가 하악질을 하며 치즈 2호에게 경계를 하기도 하는데 일단 이 아이는 절대 더 이상 이쪽으로 오지는 않아 영역의식이 강한 얘네들 사이에선 더 이상 큰 부딪힘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다행입니다. 다만 얘는 그러다 보니 다른 애들처럼 거리를 좁히지 않아 간식은 잘 못 먹고 있습니다. 그게 안쓰럽기도 하지만 다행이기도 하고요... 간식맛까지 들이면...
얘는 이렇게 내가 있는 쪽이나 턱시도나 치즈 1호를 쳐다보고 있곤 합니다. 그냥 얌전히 앉아서 말이죠
가끔은 저기서 누워 자기도 하고 그루밍을 하기도 하며 시간을 보내는데 그러면서도 '딱' 여기까지만 정하고 나의 접근은 허락하지 않고 있습니다.
가끔 다용도 실 쪽 문을 열고 나가면(이 사진의
치즈 2호 뒤쪽) 거기 누워 있기도 하는데 그러면
후다닥 도망을 갑니다. 절대로 나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거죠. 그래서 츄르나 간식을 먹여 보지 못했고요, 때로는 간식을 두고 가면 나중에 와서
먹기는 합니다. 그리고 중앙 현관은 처마가 있어
턱시도나 치즈 1호는 비를 피할 수 있지만 이 아이가 있는 곳은 처마가 없어 비가 오면 얘는 어디론가 갑니다. 원래 자기 집, 은신처가 있는 곳으로 가겠죠. 늘 그게 궁금합니다. 이 아이들은 대체 자기
집은 어디일까? 어디 동굴 같은 데가 있는 걸까?
비를 피하고 해도 피하고 겨울엔 따뜻한 곳이 있을까... 말이죠
우리 집에 오는 애들 중 이 두 애들, 턱시도와 치즈 1호는 집 중앙 현관을 장악하고 거기서 살다시피
합니다. 그런데 때로는 블랙이가 마당에 나타나면 이 두애가 같이 나타나 협공을 합니다.
지금도 아마 그 상황인 것 같습니다.
우리 집을 정면에 두고 현관은 이 두 애들의 영역
그리고 오른쪽은 치즈 2호의 영역이고 데크 밖은
블랙이나 호피가 와서 먹을 걸 탐하거나 하죠...
그러면 바로 이 두 애들이 와서 하악질을 하거나
공격을 합니다.
그리고 현관 왼쪽 데크 끝에는 자두의 집이 있는데 거기엔 호피가 들어가 안전지대로 여기며 있는
것 같습니다. 바로 자두 때문에 이 애들이 거기까지
들어와 공격을 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말이죠...
영악한 호피입니다. 이렇게 우리 집에 오는 다섯 애들의 영역은 대충 나뉘어 있습니다. 다들 사이좋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게 내 바람입니다만 이 애들의 세계는 내가 알 수 없는 세계라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
[브런치북] 시골냥이들과의 날들 (brunch.co.kr)
[연재 브런치북] 개, 고양이 그리고 나 (brunch.co.kr)
[브런치북] 자두, 살구 이야기 (brunc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