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봄 앞에서 겨울로 가는 자두...
자두와 약 먹이기 전쟁을 치르다... 그만두고 지금은 밥먹이기 전쟁을 하고 있습니다. 그간 가루약을 물에 타서 주사기로 입안에 조금씩 넣어주었다가 거의 흘리는 게 반이라... 지난번 약은 캡슐 약으로 바꿔 달라 했습니다. 좋아하는 간식에 숨겨줘 보려고요... 그런데 기가 막히게 약만 뱉어내네요. 여러 번 시도했더니 이제는 그 좋아하던 닭가슴살이나 고구마조차 거부합니다. 간식만 보면 쓴 약이 떠오르는지 아예 입을 닫아버린 겁니다. 결국 입을 벌리고 혀 깊숙이 약을 넣은 뒤 주둥이를 잡고 있는 방법도 써봤습니다. 예전에 해본 적이 있어 다시 시도했지만, 자두는 그것마저 비웃듯 뱉어냈습니다. 다시 예전 수단으로 주사기에 약을 타서 강제로 넣어주었습니다. 물론 절반 이상은 흘러나오고 맙니다. 그랬더니 이제 자두는 나만 보면 슬슬 도망을 갑니다.
그리하여 새로운 방법의 투약 시도는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자두가 밥마저 거부한다는 점입니다. 평소 좋아하던 닭 삶은 물에 사료와 닭가슴살을 넣어주어도 국물만 조금 먹을 뿐 더는 먹지 않습니다. 모든 개들의 만능 보약 같은 북어를 삶아 줘도...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수저로 떠서 입에 대주면 마지못해 몇 번 받아먹다가 이내 눈치를 보며 멀어집니다. 또 강제로 약을 먹일까 봐 무서운 모양입니다. 개에게 가장 안 좋은 게 약에 대한 트라우마 생기는 겁니다. 강제 약 투여에 대한 기억이 박히면 보호자인 나도 피하고 먹을 것도 피하고... 그런답니다. 정말 그렇게 된 건지... 몸이 안 좋아 식욕이 떨어진 건지...
그나마 다행인 건 그간 먹여 온 항생제 덕분인지 목의 혹은 호두알만 하게 줄었고 전체적인 부종도 빠졌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왜 밥을 안 먹는지가 걱정입니다 다. 다시 병원에 가야 할지 고민이 깊어집니다. 전화로 상담을 하니 자두의 담당의사는 일단 어떡하든 밥을 먹여야 하니 별의별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밥을 먹이라 합니다. 노령견이라 밥을 안 먹으면 금방 기력이 떨어져 못 일어난다고 합니다. 결국 개들이 좋아하는 통조림, 강아지용 죽 등을 사 왔습니다. 입이 짧아진 자두는 그 캔도 한 개를 억지로 먹습니다. 작은 강아지용으로 100g짜리입니다. 죽도 대개 80~120g입니다. 이걸 다 못 먹는 겁니다. 자두 덩치로라면 캔은 두세 개쯤 먹어야 합니다. 그나마 수저로 퍼서 입가에 대주니 먹지 그냥 혼자는 몇 번 짭짭 대다 말뿐... 그러고는 슬금슬금 물러납니다. 간식도 코 앞에 대줘야 냄새를 맡고는 먹을까 말까 고민하듯 잠시 머뭇거리다 먹고요... 약에 대한 트라우마일까요? 이러다 또 잡혀서 강제로 약을 먹일까 봐... 그래선지 예민해진 자두 때문에 까망이는 잘 오지도 않습니다. 정말 가끔 와서 밥만 먹고 후다닥 갑니다.
며칠 전엔 새벽 2시 반쯤, 밖에서 자두의 낑낑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현관 안에서 자고 있어야 할 시간인데 나가보니 자두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세상에... 자두는 자기 쿠션과 현관 바닥에 변을 본 뒤, 밖으로 나가 차가운 돌바닥에 엎드려 끙끙 앓고 있었습니다. 아직은 추운 새벽에 왜 거기 있었을까요. 그것도 찬 돌바닥에 말이죠... 뒤처리를 하고 자두를 달래 들어오려 했지만, 웬일인지 끝까지 들어오지 않으려 했습니다.
정말 치매가 온 걸까요. 진돗개는 자기 집 근처에서는 절대 배변하지 않는 습성이 있습니다. 마당에 살면서도 늘 산책할 때만 일을 보던 녀석인데, 지난여름이 지나고부터 산책을 피하고 마당에서 해결하기에 몸이 힘들어서 그러려니 했습니다. 하지만 자기 잠자리인 쿠션에다 배변을 하다니... 14년을 함께하며 한 번도 없던 일이라 가슴이 철렁합니다.
그리고 자두는 움직임이 눈에 띄게 둔해졌습니다. 그렇게 어슬렁거리듯 아주 천천히 걷는 모습을 보니 차마 또 약을 강제로 먹일 수가 없었습니다. 고열량을 섭취해야 약을 먹고도 견딜 텐데, 밥도 안 먹는 애에게 강제로 먹일 수 없어 일단 중단했습니다. 그런데 항생제는 투약일정을 잘 맞춰야 효과가 나옵니다. 자의적으로 끊고 하면 몸에 내성이 생겨 더 안 듣고 용량을 더 늘려야 하고... 이런 악순환이 되는데 어쩔 수 없이 일단 며칠만이라도 투약을 중지하고 밥을 먹이는데 집중을 해야겠습니다. 밥을 먹으면 다시 약을 먹일 시도를 해보려 일단 투약기를 주문했습니다. 입 안쪽에 넣고 알약을 슛하듯 넣는 겁니다. 이것마저 실패하면 방법이 그냥 예전처럼 강제로 투약을 하는 수밖에 없는데 그럼 자두는 더 안 좋은 기억을 가질 테고 또 음식을 거부할 수도 있고... 다시 병원에 전화를 걸어 상담을 했더니 의사는 식욕촉진제를 처방해 준다고 합니다. 물론 약입니다.
그걸 또 먹여야 하는데 이게 성공하면 식욕이 돌아오니 밥은 먹겠지만... 하여튼 또 약을 먹여야 하는 겁니다. 산 넘어 산입니다. 안 그러면 입원시켜 영양제를 맞아야 한다고 합니다. 물론 현재 자두는 못 움직이는 수준은 아니니 일단 밥 먹이기에 더 집중해 보겠다고 했습니다.
다행히 날이 풀려 밖에서 낮엔 생활하기 적당한 날씨가 됩니다만... 이 따뜻해지는 날씨가 반가워야 하는데, 더위에 약한 자두에게 여름이 빨리 올까 봐 겁이 납니다. 자두는 추위는 강해도 더위에 약했던 애라... 저 컨디션으로 올여름을 무사히 날 수 있을지, 두려움이 앞섭니다. 2년 전 여름, 살구를 보냈던 기억이 자꾸 겹쳐 보이기 때문입니다. 약에 대한 트라우마인지, 상태가 더 나빠진 건지 알 수 없지만, 동물에게 식욕은 건강의 척도이기에 불안하기만 합니다. 일단 당분간 강제 약 투여를 중지하고 밥부터 먹이는데 집중을 해야겠습니다.
동물 병원비가 비싸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매번 병원 갈 때마다 검사 한 가지만 해도 십여만 원은 훌쩍 넘고 두 가지 검사를 하면 40여만이 된다는 것에 매번 놀라게 됩니다. 약값도 마찬가지... 사람은 보험으로 하면 웬만한 약은 일주일치가 3,000원이면 되는데 동물의 약은 일주일분은 5만 원 이상입니다. 게다가 캡슐로 달라고 했더니 한 개에 200원이라 합니다. 그렇게 하니 약값에 6,000원이 또 추가가 됩니다. 검사 후 2주일분 약값이 11만 원이 넘고... 이러니 일부 어떤 집에선 아픈 개를 버리는 경우도 생기는 거라 합니다. 자기 애가 아플 때 병원비가 없다고 버리진 않을 텐데... 한편, 삶의 질에 있어서도 사람에게만 빈익빈 부익부가 나타나는 게 아니라 동물도 마찬가지... 예전 어떤 동물 프로그램에서 본 기억입니다. 어떤 분이 자기 반려견에게 70만 원짜리 무슨 원목 수제 침대에 쿠션은 뭐... 어쩌고 저쩌고... 하며 소개를 하고 그 개 밥그릇이 일본제인데 무슨 장인이 만든 목기로 30만 원 대라 합니다. 자기돈으로 자기 개 최고로 키운다는데 뭐라 하겠습니까 마는... 그냥 씁쓸했습니다. 그러면서 길냥이, 유기견 보호소나 동물보호단체에 기부는 잘하시겠지... 하며 자위를 했습니다.
자두, 살구, 고양이에 대한 지난 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