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두.까망이 그리고 나

12. 아픈 자두 그 후...

by James 아저씨

지난번에 병원에서 처방받은 스테로이드제는 마법 같았습니다. 약을 먹고 이틀이 지나자 자두는 활기를 찾았고, 밥도 잘 먹으며 몸놀림도 가벼워졌으니까요. 스테로이드의 효과를 다시금 실감하며 안도했던 것도 잠시, 2주간의 복용을 마치고 약을 끊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다시 나빠졌습니다. 얼굴과 목 부위가 무섭게 부어올랐고, 목에는 달걀만 한 혹이 생겼습니다. 건드리기만 해도 비명을 지르는 자두를 보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부어오른 목둘레 때문에 꽉 끼어버린 목줄을 풀어주며, 결국 동네 병원에서 추천하는 서울의 큰 병원을 가보기로 했습니다.

20260312_205822[1].jpg 실내에 들어온 자두

원래 예약은 일요일(22일)이었으나 예약 후 기다리는 동안 증세가 더 나빠져 다시 전화로 예약을 앞당겨 금요일(20일) 오후에 찾아간 서울의 동물병원은 4층 건물 전체가 다 동물병원이었습니다. 마치 사람의 대학병원처럼 진료과가 나뉘어 있는 대형화된 모습에 생경함마저 느껴졌습니다. 상담 후, 혹의 정체를 알기 위해 '세침 흡인 생검(Fine Needle Aspiration)'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마취 없이 주사기로 혹 안의 물질을 뽑아내어 배양과 세포 검사를 하는 과정입니다. 내가 없어도 된다며 자두를 데리고 들어 갑니다. 괜찮을지... 지난번 병원에선 채혈하는데 3명이 달라붙어했는데... 아무튼 기다리니 검사가 끝나고 자두가 웬일인지 얌전하게 잘 버텨주었다는 소식에 기특하면서도 짠한 마음이 앞섰습니다. 그리고 의사는 내게 일단 최악의 상황부터 이야기합니다. 암일 수 있다는 가정... 그러면 항암치료를 하고 괴로운 과정을 이겨내야 하는데 늙은 자두가 과연... 한숨이 나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단순한 염증으로 인한 부종일수도 있다는... 물론 이것도 세균배양검사 결과에 따라 항생제 치료가 이어지겠지요. 그렇게 진료와 검사가 끝났습니다. 결과는 화요일 오후에 나오니 그때 전화를 준다고 합니다. 기다리느라 지치고 검사하느라 더 지친 자두는 기진맥진... 집으로 데려 오는 동안 자두는 차 안에서 잠이 들어 집에 올 때까지 잠만 자더군요. 차라리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20260320_163257[1].jpg 진료 대기 중인 자두

집으로 돌아온 뒤부터는 '약 먹이기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가루로 받아온 항생제가 워낙 쓴 탓인지, 가루약을 물에 타서 바늘을 뺀 주사기로 입에 넣어주는데 자두는 필사적으로 뱉어내고 도망가려 하고 버둥거리며 반항을 합니다. 그래서 꿀을 섞어 주어도 마찬가지 입니다. 얼마나 쓰면 꿀을 섞어도 그럴까요... 그렇게 씨름하듯 억지로 먹이다 보니 절반은 흘리고 절반만 겨우 삼키는 상황. 자두도 고역이겠지만, 이렇게 해야 하는 나 또한 괴로움의 연속입니다. 그런데 자두의 예민함은 곁을 지키던 길고양이 '까망이'에게도 불똥이 튀었습니다. 몸이 불편한 자두 곁에서 눈치 없이 머리를 들이밀며 자두와 놀고 싶어 한 까망이는, 자두가 처음으로 왕~하고 진짜로 물려는 듯 공격을 하니 화들 짝 놀라 그 길로 도망쳐 며칠째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늘 집안까지 들어와 잠시지만 집안에서 잠도 자던 녀석인데, 안 오는 마당을 보니 마음이 헛헛합니다. 정말 안 올까 봐 걱정입니다. 웃기지만... 걱정이 되어 ChatGPT에게 물어봤더니 '걱정 말라 고양이는 영역동물이라 멀리는 안 가니 다시 돌아올 거라...'라고 합니다. 정말 이틀후 밤에 현관으로 들어와 중문앞에서 냐옹대며 문을 열어 달라고 합니다. 얼마나 반갑던지... 추르 하나를 주고 닭가슴살 한개를 주니 후다닥 먹고는 다시 나갑니다. 자두와 놀지도 않고 그냥 돌아 갑니다. 불러도 돌아 보지도 않습니다. 이젠 여기서 머물 생각이 없나 봅니다.

20260312_205805[1].jpg 까망이가 귀찮은 자두- 그나마 한때 사이좋던 시절

그리고 화요일(24일) 오후, 병원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다행히 세균 배양 검사에서는 아무런 증식이 없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세포 검사는 허망했습니다. 스테로이드 성분이 세포들을 괴사시킨 탓에, 혹 속에 가득 찬 물질이 무엇인지 정체를 파악할 수 없다는 결론이었습니다. 결국 정체를 밝히는 일은 2주 뒤로 미뤄졌습니다.

항생제를 더 먹이며 추이를 지켜본 뒤, 다시 주사기로 뽑아낼지 혹은 조직을 떼어낼지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신생 조직(종양) 일 수도 있다"는 의사의 말은 무겁게 머릿속을 맴돕니다.

20260308_093006[1].jpg 핼쑥해진 자두

자두는 다행히 항생제 덕분인지 목의 부기는 많이 가라앉았습니다. 왼쪽 볼의 부기도 빠졌고요. 다만 검사를 하느라 주사기를 찔러댄 부위의 혹은 단단하게 남아 있고 다른 혹과 주변의 부기는 많이 가라앉았습니다.

하지만 그 혹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답답함이 남았습니다. 스테로이드 기운이 완전히 빠질 때까지, 자두와 나는 다시 2주간의 긴 싸움을 이어가야 합니다. 쓴 약을 먹느라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자두를 위해,

사료 대신 통조림 양을 넉넉히 늘려주려 합니다. 수의사는 노령견이 항생제를 먹고 버티려면 고열량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자두가 먹지 않는 건사료보다는 캔사료나 화식 비중을 높이라 하는데 나는 그간 통조림을 조금만 주었는데... 그게 마음에 걸리고 있습니다. 건 사료를 안 먹는 건 씹어 삼키는데 뭔가 불편해서 그럴 수도 있고요. 아무튼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2주 분량의 약을 받아왔습니다. 이번엔 캡슐에 넣어 달라고 했습니다.


자두에겐 화사한 봄은 아직 오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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