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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es 아저씨 Dec 29. 2023

12화: 겨울, 모두의 겨울은

힘겹게 겨울을 나는 모두들

                      

                                    성실한 블랙이 2호는

눈을 맞으며 밥을 먹는 블랙이 2호

이 아이는 정말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자두네 지붕 

위에서 나를 기다리며 밥을 주면 먹고 가는 앤 데...

눈이 소복소복 온 날 아침에 밥을 주러 나왔더니 

저렇게 눈을 맞으며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겁니다.

밥을 주었더니 허겁지겁 밥을 먹는데... 이 아이도 손길을 허락하는지라... 밥 먹는 애를 쓰다듬다 

보니 왼쪽 옆구리에 털들이 서로 엉커 붙어 있는데 마치 누군가 대량으로 접착제를 발라 놓은 듯하는 겁니다.(예전에 턱시도도 허리에 접착제가 발라져 있어 엉켜 붙은 털을 일부 가위로 잘라주었는데)이 애도 그런 겁니다. 그런데 이 애는 그걸 떼어 

내려 애쓰다 그런 건지 아님 그 접착제의 약품성분 때문 인지... 털이 빠지고 피부 일부가 드러나 있는 겁니다. 세상에... 누가 이런 짓을... 안쓰러운데 

뭘 해줄 게 없었습니다. 제대로 아물었으면 좋겠습니다만... 어쨌든 왜 아이들에게 그런 짓을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이 애는 자꾸만 그 상처 쪽을 

내게 디밀며 만져달라는 건지... 나만 보면 그 허리춤을 내게 보여줍니다. 그럼 상처 주변을 살살 만져 주는데 그럼 가만히 있습니다. 아파서 그런 건지...

 

블랙이 2호 허리춤에 접착제인지 발라져 있고 살이 드러나 있음(왼쪽)                                   턱시도 허리에 접착제 자국(오른쪽)

블랙이 2호는 우리 집에 오는 블랙이 3중 가장 인성(?) 묘성이 좋은 아이 같습니다.

일단 누구와도 대립하고 싸우지 않습니다. 외려 턱시도에게 쫓기고 호피의 눈치도 보고... 약체인지 하여간 

그렇고요, 일단 하루 2번 매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찾아오는 성실함의 표본이고 터치도 허락하는 착한 애고 그만큼 성격도 좋은 아이입니다. 이 애는 밥을 먹고 오랫동안 식빵자세로 앉아 머물다 가곤 하는데 갈 집이 

없어선지 좀 궁금합니다만 그래도 가는 걸 보면 가서 잘 집이 있나 봅니다. 이 애는 밥때를 맞춰 와서 기다리기도 하지만 내가 자두 우리에 가면 어디선가 금방 나타납니다. 내 목소리만 들어도 오는 것 같습니다.

처음엔 자두도 저 애에게 왕왕거리더니 하루도 안 빠지고 매일오니 이젠 저 애가 와도 짖지 않습니다.                       

              그리고 블랙이 0호...(늘 숨어 있어 사진을 찍지 못하고)

이 애는 그렇게 경계심이 강해 눈에 잘 띄지도 않습니다.

대개는 마당 한편 주차구역인 곳에서 밥을 기다리는데 차 밑에 숨어 있다가 밥을 주면 나와서 두리번거리며 밥을 먹다가 턱시도가 나타나면 도망갑니다. 내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숨거나 도망가는데 그래서 일부러 멀리 밥을 주고 옵니다. 이 애는 블랙이 3호가 나타날 때 같이 와서 차 밑에 숨어 있다가 3호가 데크 위에서 소란을 필 동안 마당 한편에 준 밥을 먹고 갑니다. 턱시도가 쫓아내면 옆집으로 도망가는데 그 옆집 애가 고양이들을 좋아해서 아마도 먹을 걸 챙겨주는데 거기로 도망을 가나 봅니다. 그러나 그 집은 주말 세컨드하우스라 일상을 챙겨주지 못하고 주말에만 사람이 있는 집입니다. 안타깝게도....


              이상한 애 턱시도 2호

자두네 집 테이블 위에서 호피 밥을 훔쳐먹던 턱시도 2호 

이 아이는 언제부턴지 집 주변을 배회하며 밥을 

먹고 내가 나타나면 도망가거나 숨어 버리는데 며칠 전 강추위 때 현관에 있던 턱시도 1호와 치즈 1호의 집에 들어가 있더군요...  그때 치즈 1호가 집 나가 있을 때였는데 그걸 어찌 알고서 빈집에 들어가 

있는 겁니다. 그런데 이 애는 경계심이 강해 내 발자국소리만 들어도 도망을 갑니다. 그런데 웃기는 건 평소 턱시도 1호가 이 애를 공격했는데 그땐 왜 

공격을 안 했는지 모르겠는데 그렇게 2일을 숨바꼭질하듯 집에 숨어 있더니 결국 턱시도가 공격을 

하니 쫓겨나고 말았습니다.

이 애는 추위를 피할 집이 없었는지... 남의 집에 

와서 무단 기거를(?) 하다 딱 걸려 쫓겨나고 말았는데 이 애도 안 됐습니다. 마땅한 집이 없어서 그런 것 같고요... 겁도 많아 늘 숨어 다니고 가끔 호피 

테이블 위에서 호피에게 하악질을 하다 자두한테 쫓겨나기도 하는... 좀 불쌍한 아이이기도 합니다.


                 가끔 와서 밥 먹고 놀다 가는 최강신예

이 신기한 애는 정말 가끔 뜬금없이 나타나 현관에 있는 턱시도 1호와 치즈 1호의 밥을 먹고 현관 안에도 

들어와 놀다 갑니다. 경계심도 별로 없어서 나를 보고도 도망가지 않고 천연덕스럽게 밥을 먹습니다. 

심지어 치즈 2호의 밥도 뺏어 먹습니다. 무슨 재주인지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애들한테 와서 밥도 먹고 싸움도 안 하고 같이 놀다 가는 게 정말 신기합니다. 다만 어릴 때 영양부족인지 꼬리가 말려 있고 한쪽 눈은 실명된 것처럼 뿌연 회색입니다. 그래서 처음엔 오드아이인 줄 알았는데 살펴보니 눈동자가 그냥 짙은 회색으로 변한 겁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건강해 보입니다. 평화주의자(?)라 너무나 신기하고 대견합니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서 호피를 긴장시키는 턱시도

이 겨울, 냥이들 사이에서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선 몇 번 언급한 턱시도의 변신인지 배신인지 인데 블랙이 3호가 매일 와서 현관중앙을 차지하겠다고 와서 싸움을 거는데 요즘 한발 물러나 있더니 어제는 웬일인지... 블랙이 3호와 혼자 대치를 하고 있더군요... 웃기는 건 현관 안에는 치즈 1호가 앉아 있었습니다.  근데 이상하게도 블랙이 3호가 치즈 1호와는 오래 대치하고(내가 말리려도 

소용없고) 그러더니 턱시도와는 몇 분 만에 대치 

상태가 끝납니다.  신기합니다.  또한 착한 귀요미로 알고 있는 호피는 누구와도 싸울 것 같지 않았는데 얼마 전부터는 자두 지붕 위에 오는 순둥이 블랙이 2호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합니다. 경계의 소리를 

내며 지붕 위에 뛰어오르고 하악질 비슷한 소리도 내면서요... 호피는 가장 작은 덩치였는데 이제 성묘가 되고 살도 오르고 하니 순둥이 블랙이 2호가 

만만해 보였나 봅니다. 자두 우리에 잘 안 오던 턱시도는 요즘 자두 우리에 자주 들어옵니다. 자두네 

집에 와서는 호피 밥도 건드려 보고 일단 호피를

긴장하게 만들어 호피는 밥을 먹다가도 긴장하고... 그러나 다행히 공격하지는 않습니다. 지붕엔 블랙이 2호와 테이블엔 턱시도와 호피가 땅엔 자두가... 

이렇게 있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밥 먹고 있는 블랙이에게 다가 온 호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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