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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es 아저씨 Jan 05. 2024

13화: 한 겨울의 대 이변

귀요미의 호피의 대 반전과 절대지존 턱시도의 추락?

#1. 호피의 본색

블랙이 2호에게 경계를 하기 시작한 호피...
born to be 발라당~ 오로지 자두 누나~~

귀요미인 줄만 알았던 '호피'는 드디어 이 한 겨울 

본색을 드러내고 말았습니다. 그간 호피는 덩치도 제일 작고 말라서 막내 말라깽이인 줄만 알았는데 

그간 잘 먹고 영양상태가 좋아지며 잘 성장해서 

성묘가 되더니 아주 늠름한(?) 수컷이 되었습니다. 

그러더니 서서히 본색을 드러내며 맹수(?)의 발톱이 나오기 시작하더니 공격성이 생겨 집 주변 냥이들을 경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얼마 전부터는 아예 선제공격을 감행하기 

시작한 겁니다. 우선 자두네 지붕 위에서 밥을 먹는 성실한 '블랙이 2호'가 첫 타깃이 되었습니다. 

이 둘은 서로 적대적이지 않고 하나는 테이블 위, 

하나는 지붕 위에서 자릴 잡고 밥을 먹고 그곳을 

자기 쉼터처럼 사용하던 애들이었는데 어느 날부터 

'호피'는 밥을 주어도 지붕 위의 '블랙이 2호'만 

쳐다보며 뛰어오를 자세를 취하며 하악질을 하더니 어느 날은 훌쩍 뛰어올라 '블랙이'를 공격하더군요. 나도 깜짝 놀랐고 '블랙이 2호'도 깜짝 놀랐습니다. 이 애가 공격성을 보일줄은 전혀 생각 못했거든요... 세상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나도 놀라고 무엇보다 '블랙이 2호'는 밥 먹다 말고 갑자기 공격당해 쫓겨난 상황이 된 겁니다. 

그 후 '블랙이 2호'에겐 오기만 하면 공격을 합니다. 자기가 위라는 걸 각인시키나 봅니다.


더욱 경악할 일은.... 이 구역왕 지존인 '턱시도'를 공격한 겁니다. 쪼꼬미였던  '호피'가요... 

그동안은 '호피'가 밥을 먹을 때 '턱시도'가 나타나면 대개 '호피'는 밥을 먹다 도망가거나 눈치를 보며 긴장하고 있는데 어느 날은 대치를 하더군요. 이것만도 놀랄 일인데... 둘이 몇십 초쯤 대치를 하고 있어서 내가 나서자 '턱시도'가 움직이는 순간 '호피'가 '턱시도' 등을 덮쳐버렸습니다.  둘이 약간 뒹구르며 턱시도가 밑에 

깔리는 굴욕이 아주 짧은 순간 있었는데....  이 얼마나 놀랄 일 인지...  세상에 이 구역 일인자이며 절대 지존인 '턱시도'를 공격한 냥이는 아직까지 없었는데 이 귀여운 쪼꼬미 '호피'가 그 일을 해낸 겁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지만 밑에 깔렸다 일어난 '턱시도'는 정신을 차리고는 자두 우리를 벗어나더군요. 

이렇게 1차전은 '호피'의 압승으로 끝났습니다.


지금까지 '턱시도'가 우리 집 구역을 다 관리(?)하며 새로 오는 애들을 쫓아내거나 영역 밖으로 밀어냈는데... 앞으로가 궁금합니다.  게다가 요즘 호피는 자두네 집에서 나가 다른 데서 잠을 자고 있습니다. 

여기보다 더 좋은 곳을 찾아냈나 봅니다. 자두는 요즘 이 애가 집에 없고 안 보이니 끙끙대고 쩔쩔 매고 있다가 '호피'가 나타나면 반가워 어쩔 줄을 모릅니다. 나보다 더 호피가 나타나면 좋아합니다. 속도 없는 자두....


#2. 턱시도의 시련

   테이블 위에서 호피를 쫓아내고                                       

얼마 전부터 좀 기미가 보였습니다. 

예전 같으면 '턱시도'가 테이블 위로 올라오면

'호피'는 도망을 갔을 텐데 움찔하며 자릴 피하지만 얼마 전부터는 도망은 가지 않더군요. 

그러더니 결국 '호피'에게 공격당한겁니다.

그래도 '턱시도'는 우리 집에 온 지 1년이 넘었고 

자릴 잡고 산지도 거의 반년이 넘어가며 실질적인 이 구역의 제왕노릇을 했는데 쉽게 넘어가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얼마 전부터 '블랙이 3호'가 와서 현관중앙을 차지하겠다고 싸움을 걸 때도 '치즈 1호'만 혼자 악을 쓰며 대응을 하고 '턱시도'는 뒤로 빠져 있었는데... 이 구역의 제왕이 이렇게 변하는 건 

의아합니다. 영원한 권력은 없다는 걸 이걸로 실감하는 걸까요? 게다가 현관 중앙을 합심하여 지키고 

있던 '치즈 1호'는 얼마 전 가출했다 들어와서 

잘 지내는가 싶더니 또 가출을 했습니다. 

이게 원래 애들 습성이면 모르지만 이 애는 거의 

10개월을 터 잡고 살던 앤 데... 왜 집을 나가는지...

이제 현관중앙을 혼자 지키고 있어야 하는데 '블랙이 3호'나 다른 애가 오면 혼자 여길 지켜낼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어제는 블랙이 3호가 나타나자 현관 안으로 들어와 그곳에서 몸을 웅크리고 경계의 울음소리를 내는데 얼마나 짠하던지... 어쨌든 '권불십년'이란 말이... 이럴 때 써도 되는 건지 모르지만 생각이 납니다.  요즘 턱시도는 예전처럼 호전적이고 위압적인 면이 없어진 건지 잠시 수그러진 건지 모르지만 얌전해진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냥 세력다툼에서 서열이 변하는 것이면 좋겠습니다. 이 애가 어디가 아파서 싸움을 못하거나 그런 건 아니면 좋겠습니다. 


그러한 '턱시도'는 요즘 혼자 현관 앞에서 퇴근하는 나를 기다리다 차가 마당으로 들어오면 쪼르르 달려 나와 나를 반기며 냐옹거리며 뭐라 말을 겁니다. 예전엔 없던 행동입니다.  데크에서 쪼르르 달려와 주차구역까지 와서 나를 보고 뭐라 뭐라 하는데 그게 뭔 얘긴지는 모르지만 다리사이로 들어오기도 하고 혼자 남아 외로운지... 땅에 떨어질 자기 처지가 서러운 건지... 내게 그런 행동을 합니다.  

뭐 냥이들 사이 일들은 워낙 다양하고 변화무쌍하여 알 수 없지만 내겐 집 나간 '치즈 1호'가 걱정이고 위태해 보이는 '턱시도'도 걱정입니다. 물론 이 애들 세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고 내가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는지 또 개입해도 될 일인지도 고민이 됩니다만 그저 단순한 바람은 이 겨울 잘 보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블랙이 3호와 대치중이던 턱시도와 치즈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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