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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es 아저씨 Jan 12. 2024

14화: 핑크자두의 외로운 겨울

호피 앓이를 하는 가여운 자두

작년 겨울에 산  옷...
올 겨울에 산 새 옷

자두는 지난겨울에 산 옷이 너무나 작아 조끼처럼 깡충 맞은 느낌이었는데 그래서 올 겨울에 새로 산 옷을 

갈아입히려 해도 거부하고 난리를 피워 입히지 못하다가 가족들이 달려들어 겨우 새 옷을 입혔습니다.

일단 옛날 옷은 등으로 덮어서 배에서 벨크로를 한번, 목에서 한 번 붙였다 떼었다 해야 하는데 그 벨크로 

떼는 소리 "찌익~쫙~"하는 소리를 너무나 무서워합니다. 옷을 벗기려 하면 일단 도망가는데 잡아서 벨크로를 떼내는 소리만 나면 깨갱거리며 난리를 피웁니다. 대체 그 소리가 뭐라고 이렇게 무서워하는지...

암튼 순간이니까 그렇게 벗겼습니다만... 문제는 새 옷, 새 옷은 그래서 벨크로가 아니라 등위에서 자크를 

채우는 건데 이번엔 앞 발을 구멍에 끼우고 입혀서 등에서 쟈크를 채워야 하는데 이 앤 발 훈련이 안 돼서 

어릴 때부터 발 만지는 걸 싫어했는 데다 나이 들고 앞다리 관절이 아파서 그런지 예전보다 더 엄살을 피워 

만지기만 해도 난리를 피웁니다. 옷을 입히려면 발을 들어 구멍에 발을 끼우고 등에서 자크를 채우면 되는데 발 끼우는 걸 못해서 그간 못 입히고 있다가 식구들이 합동작전으로 옷을 입혔습니다. 

일단 입히고 나니 크기도 맞고 새 옷이라 번듯(?) 해 보이고... 너무나 러블리한 핑크색이라 이쁘기만 합니다

나름 여자애라 핑크를 사줬는데... 이젠 핑크 할매라 해야 될 나이지만... 그래도 핑크~~

입고 벗기는 게 힘들어 이 옷은 아마도 2월까지 이렇게 입혀놔야 할 것 같습니다.

가끔 자크를 풀어(이것도 난리를 피우지만) 등을 긁어주고 손을 넣어 배도 긁어줍니다. 

그건 또 시원한지 좋아합니다.


요즘 호피는 자두와 같이 살다 집을 나가더니 잠은 다른 데서 자고 밥 먹으러만 옵니다.  

그러니 자두는 호피가 안 보여서 낑낑대고 불안해하다 호피가 나타나면 난리가 납니다. 

나보다 호피를 더 반가워하고 좋아 죽습니다. 대체 호피는 무슨 재주로 자두를 이렇게 만든 건지...

그런데 밖으로 산책을 나가면 정반대가 됩니다. 호피는 자두 앞에서 어떡하든 관심을 받으려 발라당을 하지만 자두는 늘 무시하고 모른 체하고 지나갑니다. 그럼 또 앞 몇 발자국에서 또 발라당을 합니다. 

그렇게 집 안과 밖에서 서로 다르게 서로에게 관심을 끌려합니다만... 이것들이 서로 밀당을 하는 건지...


그런 자두는 요즘 호피 앓이를 하는지 가끔 밥때 안 보이는 호피 때문에 전전긍긍입니다.

게다가 산책 나가려 하면 호피를 데리고 가야 한다는 듯 버티기도 하고...

호피가 안 오는 날은 산책 후 호피가 없는 집에 들어가기 싫어선지 안 들어 가려 거부하고 앞발에 힘주고 버티고... 데크 위에 현관 앞 다른 고양이들이 있는 곳으로 올라가려 합니다. 기어코 가서는 여기저기 냄새를 맡고 

아마도 호피 냄새를 찾는 건지... 그리고는 낑낑대고 그럽니다. 집에 가자고 해도 버티며 말입니다. 

호피는 자두의 이런 걸 알까요?  왜 자두를 두고 집을 나가 자두 애를 태우는 걸까요.... 불쌍한 자두....

둘이 산책을 같이 하며...

'호피'는 자두의 빽을 믿고 그러는 건지 힘이 세져서 그런 건지 이제 구역왕 노릇을 하기 시작해서 순둥이 

'블랙이 2호'에게 눈칫밥을 먹게 하고(그래서 '블랙이 2호'는 '호피'가 없을 때 옵니다. 예전처럼 정확하게 

아침저녁에 지붕 위로 와서 기다리는 게 아니라)이 착한 '블랙이 2호'는 그래서 요즘 잘 못 봅니다.  

어딘가 숨어 있다가 '호피' 없을 때 나와서 밥을 먹고 가니 말이죠.  허리에 접착제 자국도 있는 데다 착한 

순둥이여서 이 애가 '호피' 때문에 밥 먹으러 못 오는 게 제일 안타깝습니다. 

얼마 전 눈이 쌓였을 때 보니 '블랙이 2호'가 늘 오는 지붕 위 눈 쌓인 곳에 핏자국이 있는데 '블랙이 2호'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지 불안합니다. 다친 건지... 

또한 '호피'는 집 주변에 나타나는 다른 애들까지 못 오게 쫓아 버리고 있습니다. 이건 예전의 '턱시도'가 

하던 일입니다.  게다가 '호피'는 자두가 장난을 심하게 하자 냥펀치로 얼굴을 때려 자두 콧등에 상처를 입히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자두는 물지 않고 가만히 있는 걸 보면 정말 이상합니다.  정말 '호피'는 이제 안하무인이 돼 가는 걸까요? 예전처럼 고양이만 보면 길길이 날뛰고 흥분하던 자두는 어딜 간 걸까요.... 

요즘은 새로운 냥이들이 보이면 약하게 짖기는 합니다만 늘 오는 애들이거나 우리 집에서 터 잡고 사는 

애들에겐 짖지 않습니다. 이것도 신기합니다.


그런데 사실 얼마 전부터 자두는 좀 움직임이 둔해지고 운동량도 조금 줄어든 것 같습니다.

일단 '호피'가 없으니 낮에 내내 누워만 있는 건 그렇다 치고 호피 없이 산책을 나가면 느리게 천천히 걷고 

오래 걷는 건 안 합니다. 일단 30분 코스는 40분 이상 걸리고예전처럼 2시간 이상 가는 산책은 엄두도 못 

내고 있는데 호피 없는 산책은 대개 15~20분 정도하고 돌아옵니다. 의사는 노화에다 관절이 약해져 

그럴 거라고 해서 긴 산책은 피하고 인터넷으로 주문한 항노화 약제와 관절보호제를 먹이고 있습니다.

(진통 소염제는 받아왔는데도 써서 그런지 거부해서 먹이지 못하고 있고) 그래도 다행히 밥은 잘 먹고 

있는데 문제는 어디가 아파도 아프다고 표현을 못하니 내가 유심히 살펴서 그때그때 빨리 대처를 해줘야 

하는데 그게 걱정입니다. 그나마 자두는 추위는 잘 견디고(게다가 옷도 입혀서) 해서 겨울이 여름보다는 

덜 걱정입니다. 겨울엔 냥이들이 걱정이고요... 

이 겨울, 나이 많은 자두가 잘 견뎌내고 냥이들도 잘 견뎌내서 따스한 봄을 맞이하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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