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mes 아저씨 Jan 18. 2024

15화: 겨울, 혼돈의 냥이들

       도무지 알 수 없는 냥이들의 변화

#1  '치즈 1호' 길냥이가 되기도 집냥이가 되기도...

잠시 겨울햇살에 졸고 있는 치즈 1호

 '치즈 1호'는 작년 봄쯤에 와서 그때부터 현관에 터를 잡고 살았으니 10개월이 넘었고 이렇게 집냥이가 

된 줄 알았는데 이 겨울, 하필 추울 때(크리스마스 무렵)'치즈 1호'는 집을 나가 다시 길냥이가 된 줄 알았

니다.  그러다 얼마 전에 들어오더니 이번엔 들락날락하며 먹고 잠을 자기도 합니다.  

무슨 연유로 집을 나갔는지는 모르겠으나 나가보니 춥고 배고프고 여기만 한 데가 없네... 

하며 다시 들어온 건지...  그렇다고 완전 예전처럼 집에 붙어 지내지도 않습니다. 

그간 여러 가지 추측을 해봤습니다. 집을 나갔을까 하고요.... 

일단 '블랙이 3호'가 와서 도발을 하는데 내가 적극적으로 쫓아내지 않고 더욱이 그동안 같은 편이었던 

'턱시도'도 뒤로 빠져 혼자만 '블랙이 3호'와 힘겨운 대치를 하다 버티기 힘들어 나간 게 아닐까 하는 것이 

가장 유력하고 두 번째는 나 없을 때 '블랙이 3호'와 싸우다 져서 밀려난 것일 수도 있고요. 

 번째는 내가 뭔가 섭섭하게 해서 삐쳐서 집을 나간 게 아닐까 생각하기도 합니다. 

아구~~ 모르겠습니다. 왜 나간 건지... 정말... 

어쨌든 그렇게 한동안 안 들어와 애를 태우더니 이젠 와서 밥을 먹고 잠도 자기도 합니다만.... 

그러다 나가서 다음날 오기도 하며 집냥이와 길냥이의 중간쯤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디든 가서 더 따뜻하고 더 잘 먹는 곳에서 이 추위를 잘 피하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이 애는 건강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 애라 걱정입니다.


#2. 턱시도보다 위를 차지한 호피

전세가 역전되어 높은 데를 차지한 호피와 밑에서 동태를 살피는 턱시도

그동안 제왕처럼 굴던 '턱시도'는 '호피'에게 당하고는 전세가 역전되어 높은 곳에 올라있는 '호피'를 아래서 눈치 보며 살피고 있는데 아직은 서열싸움이 정리가 되지 않아 둘은 금방이라도 붙을 것처럼 늘 긴장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언제고 누가 뒤에서 등을 덮치느냐 인지 서로 뒤를 보이지 않고 경계만 하고 있습니다만

일단 요즘 둘은 늘 팽팽하게 서로 노리고 있습니다. 그래도 그게 어딥니까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 할 일이죠... 그간 겨울이 되자 자두네 집에서 살던 호피는 얼마 전부터는 집을 나가 밥때만 옵니다. 

와서도 어떤 날엔 산책을 같이 나가지도 않고 밥만 먹던지... 지붕 위에서 다른 애들을 경계하고(블랙이 2호) 

못 오게 합니다.  자두의 애타는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알면서도 이러는지... 자두만 요즘 불쌍합니다.

오늘 아침 자두의 산책도 '호피' 없이 나갔다 왔습니다.


#3. 결국 중앙으로 올라온 블랙이 3호

현관 안까지 들어온 블랙이 3호(치즈 1호와 대치)와 현관 앞에서 쉬고(중앙) 밥을 먹는 블랙이 3호(턱시도는 모른 체함)

그간 현관 앞 데크 중앙은 '턱시도'와 '치즈 1호'가 같이 살며 그 중앙은 성역처럼 되어 다른 애들이 접근을 

못하다 지난가을부터 오로지'블랙이 3호'만 와서 싸움을 걸며 올라왔는데 이제 '치즈 1호'가 거의 없으니  

현관 안에 들어와 밥도 먹습니다. '턱시도'는 내가 있을 땐 하악질도 하며 경계를 하기도 하지만 그냥 이 변화를 받아들이고 같이 지내려 한 건지 혼자는 감당이 안 돼서 그런 건지 와서 밥을 먹어도 모른 척하기도 하고 합니다. 그는 권력의 중심추가 바뀌는 걸 받아들이고... (대문 사진도 둘이 데크에서 간식을 먹고 있는 상황)

'치즈 1호'는 그걸 못 견디고 그래서 집을 나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렇게 '블랙이 3호'는 중앙권좌를 차지한 건지 이제 현관 앞에 거리낌 없이 나타나 밥도 먹고 쉬기도 하고 

갑니다. 하지만 다행인 건 여기서 살 생각은 없어 보입니다. 

밥만 먹고 잠시 머물다 어디론가 사라지는 걸 보니 말입니다.


#4. 지난달쯤부터 안 보이는 치즈 2호

치즈 2호가 쉬고 있을 때

그간 오던 여러 애들 중 '치즈 2호'는 요즘 안 보입니다. 거의 한 달이 넘어가는 것 같습니다. 

아님 내가 없을 때만 와서 밥을 먹고 가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 애의 구역인 데크 오른쪽은 

이제 무주공산이 되어 낯선 애들이 몰래몰래 와서 밥을 먹다 내가 나가면 후다닥 도망가곤 합니다.

이 애는 아주 신사적이고도 이상한 애입니다. 1년이 돼 가는데도 아직도 나를 보면 하악질을 하고 곁을 주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도망을 가는 것도 아닌데 그렇습니다. '치즈 1호'와 대치중이다가도 내가 밥을 주면 순순히 물러나 길게 가지도 않고 싸움도 안 하는...  아주 신사적이고 쿨한 아이 같습니다.

그런데 요즘 오지 않는 걸 보면 무슨 문제가 생긴 건지 다른 더 좋은 구역으로 이동을 한 건지...

지난가을 다리를 다쳐 한동안 다리를 절며 우리 집에 와서 밥을 먹었는데 어디가 아픈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럴까 봐 걱정입니다. 어딜 가서든 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


#5. 호피에 쫓겨 못 오는 블랙이 2호

쫓겨나기 직전 블랙이 2호 이게 12월 어느 날... 이때만 해도 공격은 안 하고

앞서 이야기했던 순둥이 '블랙이 2호'는 요즘 '호피'때문에 밥 먹으러 못 옵니다. 제일 안타깝고 마음이 쓰이는 부분입니다. 이 애는 정말 순둥이에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늘 자두네 집 지붕 위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애인데 요즘 잘 못 옵니다. 그러다 보니 '호피'가 없을 때만 와서 밥을 먹는데 어느 날 저녁 '호피'가 없는 틈을 타 밥을 먹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호피'가 이 애를 공격하는데 내가 막아 보려고 애를 썼으나 결국 쫓겨 도망가고 말았습니다. 밥 먹다 등을 공격당하고 도망갔는데 한동안 또 안 올 것 같아서 안쓰럽습니다. 

이 애는 허리에 접착제 자국이 덧나고 있는 것 같은데 정말 안타깝습니다. 

어느 눈이 온날 보니 자두네 집 지붕 위 하얀 눈 위에 발자국과 핏자국이 있고....

그러다 놀랍게도 오늘 새벽엔 이 아이가 데크에 올라왔습니다. '턱시도'가 하악질을 하길래 나가보니 이 애가 데크로 온 겁니다. 처음입니다. 자두네 지붕 위에서 나를 기다리고 밥을 주면 거기서 먹던 애가 '호피' 

때문에 데크로 오다니... 밥을 주니 밥을 먹는데 이번엔 '치즈 1호'가 마침 나갔다 집에 돌아오다 애가 밥 먹는 걸 보더니 쫓아 버려 애는 지붕 위에서도 밀려나고 데크로 왔는데 여기도 쫓겨나...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6 최강신예, 턱시도 2호, 블랙이 0호와 다른 애들...

뜬금없이 와서 밥 먹고 놀다가는 '최강신예'는 며칠 전에도 저녁때 퇴근하고 오니 '턱시도'가 쪼르르 주차장까지 와서 아는 체를 하며 나를 반기는데 이 애도 따라와서 아는 체를 합니다.  밥을 주니 먹고는 늘 그렇듯 홀연히 떠났습니다. 어제도 퇴근 때 데크에서 턱시도와 놀다 내가 오니 '턱시도'는 주차장까지 와서 나를 반기고 

애는 밥을 주니 먹고는 또 쿨~하게 떠나더군요.

가끔 오는 '턱시도 2호'는 '턱시도'가 무서워 데크로는 못 오고 그간 자두네 지붕 위에서 '블랙이 2호'나 테이블 위 '호피' 에게 하악질 하며 가끔 거기서 밥을 뺏어 먹었는데(이럴 땐 자두가 나서서 '턱시도 2호'를 

쫓아주었는데) 요즘은 '호피'가 직접 쫓아내고 있습니다. 어느 날 현관에서 밥을 먹는데 가만히 두었더니 

내 눈치를 살살 보며 밥을 먹다 '턱시도 1호'가 오자 냅다 도망가더군요...

최약체 '블랙이 0호'는 요즘 옆집에서 눈치를 보고 있다가 내가 '치즈 2호'의 영역에 밥을 주고 오면 '치즈 2호'가 없으니 나와서 밥을 먹습니다. 물론 내가 모른 체하고 있지요... 다가가면 도망가니까요...

신기하게 '최강신예'는 이 모든 아이들과 잘 지내는데 어느 날인가 이 '블랙이 0호'와도 옆집 데크에서 햇볕을 쪼이며 나란히 누워있더군요... 

그리고 잘 모르는 애들 몇몇이 왔다가 '호피'에게 쫓겨나는 걸 봤습니다.

 영역사수는 그간 턱시도가 했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겨울은 절반이 남았습니다.


[브런치북] 시골 냥이들과의 날들-2

[브런치북] 시골냥이들과의 날들 (brunch.co.kr)

[브런치북] 자두, 살구 이야기 (brunch.co.kr)

[브런치북] 어느 날 고양이 (brunch.co.kr)

감정유감 매거진 (brunch.co.kr)

사람과 사람들 매거진 (brunch.co.kr)

뱁새의 찢어진 다리 매거진 (brunch.co.kr)   

이전 14화 14화: 핑크자두의 외로운 겨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