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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es 아저씨 Aug 16. 2023

[자두, 살구 이야기]

6화:  빌런되기 혹은 빌런에게 스트레스 받기

병원에서 해준 칼라를 하고 불쌍한 표정을 하고 있는 자두

애들이 싸울 때 내가 모른 체하면 1~2분 새 금방 끝나버리거나 자두가 살구를 제압하여 밑에 깔리게 하면 끝나는데 이번엔 제법 큰 싸움이 되었다. 그래서 자두를 붙잡고 있다 보니 이번엔  살구가 자두를 물어 자두 눈가에  상처가 생겼다.  병원에서 약을 받고 칼라를 해서 상처를 건드리지 못하게 해 두었는데 그랬더니 저렇게 세상 불쌍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다. 그런데 문젠 싸움의 원인을 못 찾는다는 것이다(그네들 사이에선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파악을 못하는 거다) 그냥 표면적인 현상만 보면 자두는 무슨 불만이 있으면 살구한테 해코지(?)를 하거나 뭔가의 분풀이를 살구한테 하는 것 같다. 게다가 살구가 피하지 않고 대들거나 앙앙거리며 시비를(?) 걸면 자두한테 물리곤 하는 거다. 이상한 건 살구는 그렇게 물리면서도 도망가거나 피하지 않고 대들다 물린다는 거...(진돗개들이 그런단다) 그게 내가 파악한 전부다... 문제는 이걸 미연에 방지할 수 없다는 것이고  제일 좋은 건 분리해서 키우는 거겠지만 사정상 분리 사육이 안 돼서 같이 키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게  평온 상태를 유지하다가 어느 날 싸움이 나곤 하는 게 반복되는 것이다.

 

살구는 높은 곳에 올라가 내려다 보길 즐겨한다

살구는 소심하고 겁도 많아서 낯선 것에 반응이 즉각적이다. 일테면 낯선 사람에겐 다가가지 못하고 경계를 하고 짖거나 낯가림을 한다.  산책을 나가면 자두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아는 체를 하면 금방 달려가 응석을 부리듯 달려들곤 하는데 이게 작은 개도 아닌 큰 개가 다가오면 사람들이 놀라는 게 문제다.    이건 아마도 내게로 와서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없어진 후 어릴 적 지나가던 사람들이 귀엽다고 만져준 기억에 학습 효과인지 아무튼 낯선 사람들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심지어 모르는 사람들이 집에 와도 꼬리를 치며 다가가곤 하는 것이다. 반면 살구는 낯선 사람이 다가오면 경계를 하고 집에선 낯선 사람들에게 짖거나 으르렁 거려 다가오지 못하게 한다. 물론 그게 오래가지는 않는 것이 그 사람이 집에 들어오면 태도가 바뀐다는 것이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겐 경계만 하고 지나가면 끝이 나서 다행이긴 했다. 그래도 살구는 낮선이게 짖음이 있어 신경이                                                                                쓰이곤 했다. 

산책을 나가서 잠시 쉬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 1시, 요란하게 벨소리가 울리고 큰소리가 나길래 나가서 문을 열어 보니 어떤 할아버지가 흥분한 상태로 온갖 육두문자로 개새끼들을 다 죽여 버린다는 등, 그 새벽에 난리를 피우는데, 온 동네가 떠나갈 듯 흥분을 하셔서 일단은 죄송하다고 조심하겠다고 조아리며 할아버지의 흥분을 가라앉혔고 그렇게  거의 1시간쯤을 소릴 지르는 걸 참고받아주며 보냈는데 문제는 새벽 1시만 되면 와서 그 난리를 부리는 것이다. 처음엔 우리가 개가 있으니 일단 그 새벽 동네 사람들을 다 깨우듯 소리를 쳐서 무조건 죄송하다고 보냈는데 다음날도 또 다음날도 그러니 이건 미치겠는 것이다

새벽에 짖지도 않았고 낮선이 가 온 것도 아닌데 그러니 정말 억울하고 미칠 노릇인데 외려 그 새벽에 시끄럽게 소릴 질러대니 참다가 동네 한 분이 나와서 그만 좀 하시라고 하니 그분께도 소릴 지르면서 더 목청이 커지고... 조용히 이야기를 하려 해도 소용없고 무조건 저 개새끼들 때문에 시끄러워 못 살겠으니 없애라 하고,  못 없애겠다면 자기가 죽여 버리겠다는 것이다. 환장할 노릇인데 정작 시끄럽다면 옆집이나 앞 뒤집에선 한 번도 그런 소리가 없었는데 심지어 다른 단지에 사는 할아버지가 와서 그러는 것이다. 그것도 새벽 1시에... 말이다.  그게 반복이 되다 보니 나는 12시만 넘으면 그때부터 가슴이 뛰고  잠을 이룰 수 없는 상태가 되고 그 스트레스는 날로 심해져 정신과 상담을 받아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자두는 뭔가에 꽂히면 저렇게 응시를 하곤 한다

물론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우리 개가 한 번도 짖지 않았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앞서 말했듯 소심한 살구는 낯선 사람이 집에 오면(택배 배송기사, 또는 모르는 이가 집 앞에 오면) 짖는다. 다만 그 상황이 해소되면 짖기를 멈추어서 오래가지 않고 게다가 그 새벽 아무도 오지 않는 시간에 왜 짖는다는 말인가 마는 다른 단지에서 까지 이게 들린다니 환장할 노릇인 거다. 누구는 경찰을 부르라 하기도 하고 녹음을 해놓으라 하기도 했다. 그 할아버지가 난리를 필 때 경찰을 부르겠다 하니 더 목청이 커지면 불러라 불러... 내가 낼모레 80인데 뭐가 무섭겠냐고... 또 이렇게 욕을 하시면 녹음을 하겠다 했더니 녹음해라 해... 내가 뭐 가릴 게 있냐고... 목소리가 더 커질 뿐이었고 심지어 어느 날엔 전화로까지 욕을 하고 협박을 해댔다.  그러다 보니 여기저기 아는 사람들께 묻고 또 아는 변호사께 상담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점점 스트레스를 받다가 나는 가슴이 뛰고 호흡이 가빠지는 증세가 생기기 시작했다.  결국 정신과 상담을 받고 약을 처방 받아야만 했다. 그래도 나는 옆집에 가서 죄송하다고.... 우리 때문에 새벽마다 시끄럽게 해서라고 말하니 오히려 옆집에선 그 할아버지 때문에 죽을 지경이라 한다. 자기가 나서서 말을 해보시겠다는 걸 그런다고 그냥 가실 분이 아니고 더 커질 것 같으니 고맙지만 그냥 계시라고 해야만 했다.

어느 겨울날 두 아이의 산책길

그렇게 정신과 상담을 받으며 약을 먹어야 했는데 그러던 어느 날, 상담받으러 가다 극심한 상태의 스트레스 때문인지 지하주차장에 내려가다 경계석을 박아 펑크가 났는데 단순 펑크인 줄 알았는데 차축이 틀어질 지경이라고 해 결국 본사에 보내야 했고 견적이 1,200만 원이나 나왔다. 결국 그 일로 나는 거금을 지불한 결과가 되었고, 밤마다 그 할아버지가 찾아오는 공포를 견딜 수가 없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나는 그때의 매일 밤이 끔찍했고 논리나 대화로 되는 게 아니니 미칠 지경이었다.

나에게 맞서 보라고, 경찰을 부르라 했는데 나 때문에 그 시간 경찰이 출동하고 동네 사람들이 다 깨서 나와 보는 게 더 끔찍했다. 물론 실천에 옮기지는 않겠지만 그 할아버지가 내가 못 죽이면 자기가 와서 약을 타서 죽여 버리겠다고 하니 거기선 살 수가 없았다. 혹시 낮에 아무도 없을 때... 정말 이 할아버지가 일을 벌이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드니 말이다

결국 여기저기 알아보고 상담을 한 후 CCTV를 설치했다. 일반 CCTV가 아닌 소리가 녹음되는 CCTV였다.   원래는 이건 불법이라 한다. 그러나 업체에 상의해서 나중에 문제가 될 때 증거용으로 경찰에 제출할 것이다...라고 하여 소리와 녹화까지 되는 걸로 설치를 해서 그 시간 짖었다고 하는 시간의 소리를 녹음하고 녹화를 하기로 한 것이다.

나는 매일 밤과 새벽 녹음과 녹화된 것을 되돌려 듣곤 하는 게 일이 되었다. 혹시 정말 짖지는 않았을까 하는... 그러나 우연인지... 다행히 cctc 설치 뒤로는 찾아오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이듬해 봄 그 집에서 나와 이사를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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