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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es 아저씨 Aug 10. 2023

[자두, 살구 이야기]

5화:  잘 살고 있는 건지... 애들은 이제 청년이 되고

동네 산책길에... 자두가 32k를 돌파 할 무렵...(다이어트를 권유받았다)

애들이 크는 만큼 보호자인 나는 크지 않는 것 같고 다만 애들이 어렸을 때는 잘 몰랐던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게 딱히 뭐라 말하긴 어려운,,, 그냥 '정'이랄까? 한국인들이 말하는 그놈의 '정'이란거 말이다. 어릴 땐 그냥 잘 먹고 잘 크고 말썽 안 부리면 되는 게 최고였고 또 딱히 말썽이랄 건 자두가 살구를 무는 것, 짖음(이건 커가면서 점점 줄어들고) 이외엔 없었던 것 같다. 그 정이란 게 점점 들면서 애들에 대한 내 마음이 변하는 것 같았다. 

속박?이랄까? 애들한테 내가 묶이는 기분... 그랬다. 업무상 해외를 나가야 하는 일 때문에 열흘쯤 집을 비울 때도 어릴 땐 잘 몰랐고 그저 오랜만에 봤으니 반가우려니 했는데 이젠 집을 비울 때마다 걱정을 해야 하고 뭔가 기분이 영... 찜찜한 게 애들을 두고 나다니기가 편치 않은 것이다. 5년쯤 지나니 그런 마음이 들기 시작한 것 같다.

살구는 들여놓으면 2층으로 올라가거나 계단에 있는다 

새로 이사 온 집은 마당은 좁았지만 애들이 사고 쳐도 걱정 없는 집으로 이사를 왔다. 

그런데 문제는 이 집에선 습관성 가출을 일삼는 살구 때문에 가슴이 철렁철렁하는 것이다. 대체 어디로 나가는지 모르게 귀신처럼 없어지는 것이었다. 대개는 반나절, 또는 하루 만에 제 발로 오거나 내게 잡혀 오거나 했는데 한 번은 이틀 동안 집에 안 들어오는 것이었고 나는 가슴이 타들어 가는 줄 알았다. 전단지를 만들어 평소 애들과 산책 다니던 길목에 붙이면서 큰소리로 "살구야~~" 살구야를 외치며 다녔다.

대개 길을 잃거나 실종이 되면 하루정도가 골든타임라는 소릴 들어서 이렇게 하루가 또 가니 정말 애가 타고 가슴이 미어질 것 만 같았다. 그날 밤,  평소 가던 뒷산엘 깜깜한데 핸드폰 불빛으로 올라가 "살구야~"를 불렀지만 반응이 없었다. 그렇게 이틀이 지나고 나는 새까맣게 타들어 가는 가슴을 부여 쥐고 아침에 마당에 나갔더니 악... 살구가 대문 밖에서 마당을 보며 꼬리를 흔들며 근데 자기 뭔가 잘못했는지는 아는 것처럼 귀를 뒤로 바짝 붙이고 땅바닥을 절절기며 반가움과 함께 설레발을 치는 게 아닌가... 물론 여지없이 자두는 집 나갔다 들어온 살구를 공격하여 둘을 분리해야 했다.

살구는 이렇게 웃는 상이다

식구들은 살구가 집을 나가는 이유를 여러 가지로 분석을 했다. 첫째- 바람나서? 근데 이건 아니다. 중성화 수술을 시켜서 발정기가 없다.  둘째- 그냥 친구 따라? 이건 딱히 여기서 친구를 사귄 적은 없지만 그래도 모를 일이긴 했다.   셋째- 자두한테 스트레스받아서? 이게 가장 유력한 가출이유로 대두가 되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나무를 사다 울타리를 만들어 마당을 이등분하여 한쪽에 한 놈씩 분리를 시켰다. 가뜩이나 좁은 애들의 구역이 절반으로 줄었다. 그랬더니 불편한 건 애들 산책을 따로 시켜야 하니 시간이 두배로 들었다. 결국 시간이 지나고 다시 합사를 시켰고 그렇게 세월이 갔다. 애들이 5살쯤 되었고 이제 어릴 적 말썽 따위는 없어졌다. 그리고 나는 점점 애들에게 속박이 되는 느낌? 딱히 뭐라 표현할 수 없는데  그런 감정들이 심해지기 시작했다. 머릿속에 늘 애들 걱정이 있고 집을 비워도 편치 않고 비가 오면, 해가 나면 그때그때 그렇게 걱정이 되고 애들은 애들대로 나와의 분리불안이 생겨 내가 집을 비우거나 여행을 하면 불안해하고 짖어 대기도 한단다. 이를 어쩌랴... 아니 어린애들도 아닌 성견이 분리불안이라니.... 여하튼 그랬다. 그러다 보니 내 일상은 애들이 우선인 것으로 되었고 산후우울증 같은 마음(?)처럼 애들 생각만 하면 걱정되고 뭐 그랬다. 그래도 딱히 뭐 달라지는 건 없었다.  하지만 또 한 가지... 애들이 비가 오면 무서워하는데 특히 천둥번개가 치면 아주 난리가 난다. 마당에서 사는 애들이 비와 천둥번개를 무서워하면 어쩌란 말인지... 하여간 애들은 천둥 치기 전 문을 두드리고 낑낑대고 하면 결국 문을 열어 주면 거실로 뛰어들어온다. 없었던 증세다. 이건 여기 이사 와서 발견한(?) 증세다.

길 가다 본 꽃 냄새를 맡고 있다. 그러곤 뜯어먹기도 한다

자두는 신기한 게 채식(?)도 즐기는데 산책을 나가면 꽃냄새도 맡고 그중 좋아하는 풀은 뜯어먹기도 한다. 웃기는 일인데 암튼 산책길에 만나는 꽃이며 풀들에 관심이 많았다. 길 가다 풀 뜯어먹는 걸 본 사람들이 신기해하기도 하고... 암튼 자두가 좋아하는 풀은 환삼덩굴과 이름 모르지만 몇 가지가 더 있다. 무슨 맛이길래 그러는지 모르지만 여하튼 좋아하는 풀은 꼭 뜯어먹고 간다.  그러고 보니 자두는 과일도 좋아하고 양배추나 오이, 당근도 좋아한다. 살구는 채소 과일 등을 좋아하지 않는데 자두는 채소도 좋아하고 과일도 좋아한다. 뭐 사실 자두는 사람 먹는 건 다 먹고 먹성도 좋아 약을 먹일 때도 편하다. 음식 속에 약을 넣어 주면 냉큼 냉큼 다 잘 받아먹으니 말이다. 반면 살구는 입이 짧고 까다로워 약먹이기도 어려웠다. 살구는 성격도 소심하고 그랬다.


눈 위에서 자는 자두


그리고 자두는 이상한 버릇(?)이 있는데 추위에 강해서 눈이 오면 눈을 파고 들어가 자기도 하고 그냥 눈 위에 웅크리고 자기도 한다. 누가 보면 집도 없어 애가 저러는 걸로 알면 얼마나 날 욕을 할까 마는,,,,

마당에서 저러고 자고 있다. 진돗개 종류가 추위에 강해 눈 속에서도 잔다는 소릴 들었는데 얘가 아마 그런가 보았다.  그리고 수의사가 심장 사상충에 걸린 애들은 맹 추위나 더위가 다 위험하지만 극심한 더위가 더 위험하다고 했다. 물론 지금 저 애는 완치가 되었고 그래서 저렇게 눈 속에서도 잠을 자곤 한다. 그런 애들이 비를 무서워하고 천둥번개만 치면 애들이 난리 부르스다. 문을 긁어대고 낑낑거리고 심지어 숨소리까지 거칠어지며 불안해한다. 결국 천둥번개 치며 비 오는 날엔 거실로 들여놓곤 했다.

그래도 건강하니 다행이고 둘이 싸우지만 않는다면 정말 걱정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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