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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es 아저씨 Aug 08. 2023

[자두, 살구 이야기]

4화:  아프냐... 나도 아프다

아이들이 한창 말랐을 때 동네 뒷산에서 

아이들이 말라가는데 나는 모르고 있었다. 밥은 잘 먹고 있었고 잘 놀고 있었서였는데, 실제로는 무식한 보호자의 무관심 때문이었다. 어쨌든 병원에 가보니 기생충감염과 무엇보다 심장사상충 감염이 문제였다. 치료를 해야 했고 이 아이들이 큰 견종이라 치료비도 많이 든다는 것이었다. 개들은 치료의 기준이 체중인데 애들이 중 대형견이라는 것.

어찌하든 치료는 해야 했고(심장사상충 걸리면 대개는 5년 이내에 사망한다고 했다)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다니던 서울의 병원에서 아이들 치료를 시작했다(사실 가까운 동네 병원에서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 정해진 약물을 복용하는 것인데 정확하게 꾸준히 복용을 해야 했다.  결국 완치를 했고 그래도 예방약은 평생을 먹어야 한다고 해서 지금껏 먹이고 있다. 그렇게 애들은 무사히 성견이 되었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 녀석들아... 에구 미안~


살구를 목욕시켜 집안에 들여놓았다

그리고 문제는 또 있었다. 자두가 살구를 공격하는 게 날로 심해지고 살구는 물리면서도 악착같이 대들어 더물리고 그럴 때마다 피를 보고야 끝이 났다.

녀석들을 분리해 놓고 키워야 하나... 매일 고민만 했지 실제 둘을 분리시키지는 못했고 심하게 싸우면 분리를 했다가 며칠 지나면 다시 합사를 하고 이런 어정쩡한 상태로 세월이 갔다.

그게 사실 녀석의 몸 상태가 안 좋아서 그런 걸 몰랐었다. 그럴 때마다 무식한 나는 싸움을 말릴 때면 매를 들어 자두를 때렸다. 보호자를 잘 만나야 애들도 잘 살 텐데 나 같은 보호자를 만나 애들만 고생하는 거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완전히 무식한 보호자였다. 암튼 다행히 치료는 해서 애들은 건강해졌고 심장사상충 감염도 완치 판정을 받고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그리고 자두에 비해 살구는 비교적 털도 좋은 편이었고 치료를 하고 나니 살도 오르고 하니 제법 모양새도 좋아졌다. 그리고 애들이 생리를 하기 시작할 무렵 병원에서 중성화수술을 했다. 새끼를 가지게 할 것이 아니라면 애들의 건강을 위해서는 해야 한단다. 



살구는 자두에게 물리면 씻겨 집안으로 들여놓곤 했다

그리고 어느 날... 늦게 퇴근하고 집에 오니 동네   어떤 분이 와서 살구가 자기네 집에 있다고 한다.     사연을 물으니 얘가 나와서 동네를 배회하고 있어 일단 자기네 집에 데려다 놓았다고 한다. 기가 막혀하며 그 집에 가서 앨 데려왔다.    에구... 이놈~   이후 살구는 몇 번을 더 나갔고  상습 가출견이 되었다.


가출한 애들을 잡아 오다가....

그리고 이사를 했다. 사실 이 집은 아파트를 나와 처음 마당 있는 집으로 가고자 한 전세 집이어서 계약기간이 끝났고  이참에 집을 짓기로 하고 공사하는 동안 역시 임시로 살 집을 구해서 이사를 갔고 이 집은 너른 마당 한편을 펜스로 막아 우리를 만들었고 거기에 집을 넣어 주었다. 새로이 이사 온 집에서는 다행히 적응을 잘했으나 살구가 짖어 대 역시 동네 사람에게 항의를 받기도 했다. 역시 죄송하다 조심하겠다... 고 조아릴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적응을 하자 짖음도 덜해졌고...

살구는 여기서도 탈출을 감행했고 그때마다 나는 개고생(?)하며 쫓아다니다 잡아들여왔고 또 살구는 그때마다 자두에게 물림을 당했다. 왜 너만 가출을 하느냐는 듯 살구를 제압했고 나는 또 매를 들어 자두를 떼어 놓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엔 자두도 탈출... 애들이 탈출을 하는 건 주로 펜스 출입문이 덜 닫혀 있거나 또는 내가 마당에 풀어놓고 뛰어놀게 할 때 마당에서 밭으로 나가는 틈새로 애들이 가출을 했다. 애들은 날 놀리듯 도망 다니다 시간이 지나면 순순히 잡혀(?) 줬고 기진맥진한 난 그때 애들을 끌고 들어와야 했다.



자두는 덩치가 셰퍼드만큼 커졌다.

자두는 살구에 비해 덩치가 2/3는 더 컸다. 수의사말에 의하면 살구는 진도견 순종에 가깝고 자두는 아마도 좀 더 큰 개와의 혼혈인 것 같아 둘의 차이는 많이 날것이라고 했다.

일단 덩치에서 밀리니 살구는 자두에게 물리고 둘을 떼어 놓으려면 결국 내가 매를 들고 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었다. 그러면 나도 마음이 편치 않아 자두를 껴안고 한참이나 마음을 다스리고 자두에게 미안하다고 말을 하며 자두를 쓰다듬었다.

이게 무슨 짓인가... 때리질 말아야 하는데 왜 이렇게 못난 짓을 할까... 그랬다.

다신 매를 들지 말아야지 다짐을 하고 안쓰럽게 둘을 보듬고.... 이런 게 가정폭력 쓰는 사람들이 하는 뻔한 짓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어쨌든 애들은 다행히도 건강하게 잘 살았고 자두는 사람에 대한 경계심 같은 건 내 팽개 치고 아무에게나 꼬리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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