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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es 아저씨 Aug 18. 2023

[자두, 살구 이야기]

7화: 새로운 환경, 새 적응이 필요해

애들이 마당에서 동네를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었다

결국 다른 동네로 이사를 왔고 그 할아버지를 피해서.... 말이다. 나는 그간 한 번도 맞짱을(?) 떠보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내가 도망을 친 것이다. 

분했지만 나는 못 했다.

정신과 상담을 받으며 약을 먹으며 맞닥뜨려 해결하기보다는 회피의 방법을 택한 것이다.

그렇게 새집으로 가서는 이제 애들이 적응을 해야 했다. 다행히 동네 끝집이라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다만 산책로 끝 산으로 올라가는 길목이라 동네를 산책하는 분들이 산으로 가면서 집 옆을 지나가니 낮선이 가 지나갈 때 살구가 다시 짖기 시작했다.  옆집 아저씨가 친해지고 싶어 애들에게 인사를 해도 살구는 경계하며 짖기만 했다. 에구... 얘야~~ 나는 또 덜컹덜컹 가슴이 뛰었다. 

자두 얼굴에 눈썹이 생겼다. 어디서 뭘 묻혀온 건지...

나만 스트레스를 받는 게 아니어서 애들은 애들대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스트레스를 받아선지 싸움의 횟수가 잦아져 일주일이 멀다 하고 싸움을 했다. 그럴 때마다 살구가 피를 봤고 그래도 살구는 피하지 않고 악착같이 덤벼 들었다. 물론 싸움이 시작될 것 같으면 잽싸게 자두를 데리고 피하거나 이미 싸움이 났을 때도 시작 때 자릴 피하면 금방 끝이 나곤 했다. 내가 피하지 않고 살구 편을 들어주니 살구가 덤비고 자두는 그러니 더욱 물려하고... 그러다 싸움이 나면 피를 보는 것이다. 하루는 둘이 싸우고 자두가 자는데 얼굴에 눈썹이 생겼다. 싸나운 개 콧등 아물 날 없다는 옛말이 틀리지 않게 자두 콧등에 상처가 많다. 암튼 이곳에서 적응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는데 이곳의 단점은 애들이 비바람을 피할 곳이 없다는 것... 먼저 집에선, 거실에서 마당으로 나가는 베란다에 집을 만들어줘서 비바람과 햇빛을 피할 있었는데 이곳엔 그럴만한 공간이 없었다. 아니 멀쩡한 집이 데크 위에 있었지만  애들은 집엘 들어가지 않았다. 뭐가 문젠지... 하는 없이 여기선 현관 안쪽 전실에서 애들을 재워야 했다. 사람들이 드나들 공간에 두 마리가 누워 있으니 답답하긴 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둘이 잔디밭에 퍼져 자고 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자 애들은 다행히 잘 적응을 해가는 것 같았고 마당이 넓으니 애들은 저렇게 풀밭에 누워 자기도 하고 예전 집의 10배도 더 되는 마당에서 뛰노니 일단은 좋았다. 하지만 마당이 넓은 만큼 나는 할 일이 더 많아졌다. 넓은 마당의 잔디를 관리해야 했는데 잔디를 깎아 줘야 하는 것은 물론 잡초는 정말 수시로 뽑지 않으면 거짓말 좀 보태서 말하면 뽑고 돌아서면 또 풀이 자라고 있었다. 그리고 걱정했던 게 지난번 집에선 좁은 곳이니 애들이 지내는 공간은 잔디가 다 죽었는데 여긴 넓어서 그런지 애들이 다닌다고 잔디가 죽지 않았고  또 다행히 애들은 잔디가 있는 곳은 파헤치지 않았다. 그래도 애들은 산책 두 번씩 나가야 했고 그래야 똥오줌을 쌌다. 마당에서 키워도 애들은 밖에 나가지 않으면 절대 배변활동을 하지 않았다. 그게 다행이기도 했고 또 귀찮기도 했다. 비가 와도(소나기 같은 비만 아니면) 눈이 와도 추워도 더워도 나가야 했다.

산책길에서 왼쪽이 살구, 오른쪽이 자두

애들을 데리고 나가면 동네사람들에게 꼭 질문을 받는 게 부부냐... 모녀지간이냐.... 고 묻는데 사람들의 선입견이란 게 그렇다.

일단 크기가 다르니 큰애가 남편이거나 엄마이고  작은애가 부인이거나 딸이거나...라고 아는 것이다. 사실 애들은 그냥 남남인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애들인데 말이다. 둘이 같이 있고 크기가 다르니 부부, 모녀 지간으로 생각하는 거다. 그러면 대답은  그냥 어릴 적부터 같이 지낸 자매라고 한다.

자두는 동네 사람들과의 관계도 이미 다 형성을 한 듯 경계심도 없고 아는 체하면 꼬리도 치고 한다. 물론 살구는 아직도 경계심을 가지고 있다.

어느 겨울날 데크에서 잠이 든 살구

그렇게 또 세월이 가... 이 아이들 나이가 9살쯤 드니 덩치 큰 자두는 행동이 굼떠지고 예전처럼 민첩성이 떨어지고 누웠다 일어서는 것도 약간 힘을 쓰듯 일어나고 때론 다리도 절고 했다.  하지만 병원에선 일단 아직은 관절은 괜찮다고 했다.  그리고 예전엔 산책을 오래 해도 애들이 힘들어하지 않았는데 이젠 산엘 가거나 계단을 오르는 건 자두가 싫어해서 못하고 있고 다만 집뒤에 야트막한 산에도 급경사 길은 피하고 오솔길에 데려가곤 하는데 일단 계단은 자두가 싫어하고 예전 동네에선 길 건널 때 육교에서 엘리베이터를 태웠더니 다음부터는 계단은 절대 안 가고 엘리베이터 앞으로 나를 끌고 가는 것이었다. 집에서도 지하 주차장에서 계단으로 오르는 걸 싫어해서 뒷문으로 애들은 데리고 다녔다. 세월이 가니 애들이 늙는 게 티가 났다. 나보다 훨씬 세월을 빨리 먹는게 티가 났다. 슬프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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