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세월이 가고... 애들은 나보다 빨리 늙어 가고...
마당이 너른 집으로 와서 애들이 뛰놀기에는 좋았으나 데크에 있는 집에는 들어가려 하지 않아 애들은 현관 안쪽 전실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둘이 쓰긴 좀 좁긴 하나(사이좋은 애들이라면 붙어 자면 되지만... 얘네들은 절대 붙어 있지 않는다) 비를 피하려면 어쩔 수없이 현관 안으로 들어오게 하는 수밖에 없었다. 모르겠다. 그냥 밖에 두었다면 집에 들어가지 않았을까? 생각도 해보지만 어쨌든 그렇게 되었다. 사실 커다란 텐트를 치고 그 안에 개 집 두 개를 두었지만 그 텐트 안에 들어갈 생각도 안 해서 그건 그냥 돈만 버린 꼴이 되었다. 그 때문에 현관문은 늘 열어 놓고 있어야 했고 다행히 이 집은 동네 제일 끝 집에다 지대가 높고 대문을 잠그고 게다가 개들이 두 마리나 마당에 풀어놔져 있는데 누가 들어올까... 하고 그냥 현관문을 열고 살았다. 물론 다행히 누가 들어온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다만 겨울엔 애들이 자는 밤엔 현관문은 닫고 아침에 열어 놓고 내보내고 하는 생활도 했었고 애들도 자기네 집은 현관 안쪽이라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애들은 천둥번개가 치면 중문을 긁어 안으로 들여보내달라고 애걸을 했다.
이 집은 동네 끝집이고 지대가 높아 애들은 마당에서 밖을 내려다보며 내가 들어오거나 나가는 걸 감시(?) 하듯 했으며 차고가 마당 밑에 있어(벙커형 지하 주차장) 이렇게 애들은 내 차가 들어오면 밖을 내다보며 좋아했다. 때론 들고양이가 밖에 나타나면 두 녀석이 다 같이 내려다보며 짖어 대곤 했다. 그런데 저 자린 뱀이 나타나는 곳이기도 한데 한 번은 잔디를 깎으려 갔더니 뱀 허물이 있었는데 그 크기가 대략 1m는 넘어 보이는 대형뱀의 허물이었다. 두 녀석들이 없을 때 저기다 허물을 벗어 놓았으니 애들이 발견을 못했겠지... 허물을 보니 커다란 뱀인데 독뱀인지는 잘 모르지만 개들과 혈투를 벌이지 않아 다행이긴 했다. 연거푸 두해나 저기서 뱀 허물을 발견했다. 아마도 해다 잘 드는 곳이라 저기서 허물을 벗고 어디론가 갔을 것이다. 그런데 지하 주차장에서 새끼 뱀을 발견하기도 해 아마도 이 근처 어딘가 뱀굴이 있고 뱀 가족이 살고 있으리라 생각이 들었다. 물론 가족들에겐 말하지 않았다. 무서워하며 진저리를 칠 것이기에 그냥 나만 보고 입을 다물고 말았다. 이사 나올 때까지 그렇게 뱀은 나만 본 것이고(아마도 저 녀석들이 발견을 했을지도 모르겠고 나 없을 때 혈투를 벌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다행히 물리지 않아서 애들이 괜찮은 거고...)
두 녀석 다 잔디를 파헤치거나 하는 일은 없어 잔디가 훼손되는 일은 없어 다행이었으나 신기하게 잔디가 없는 흙이 있는 곳은 꼭 땅을 팠다. 그늘아래 잔디가 없는 곳은 늘 그랬다. 그렇게 나무 밑이나 계단 옆 그늘 같은 곳은 자두의 쉼터가 되었다. 잔디는 한여름엔 2주 정도만 지나도 무성해지고 심지어 돌아서면 자라나는 것 같았다. 인터넷에서 싸구려 예초기를 사서 마당을 관리했으나 요령 부족에 질 낮은 중국산 싸구려 예초기는 이 마당을 관리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나름 관리한다고 했지만 제대로 관리가 안 돼 잡초가 무성해지고 부지런하지 못한 나는 점점 방치하다 보니 전체적으로 마당이 엉망이 되었다. 개들이 파헤쳐져서가 아니라 관리를 안 해서 일단 잡초들이 잔디를 침범했고 한번 침범한 토끼풀은 무섭게 번져 잔디를 없앴다. 정말 마당이 넓은 집은 이 잔디 관리를 어찌하나 싶은 게 따로 돈을 들여서 사람을 사서 해야 하나 싶다. 이 130여 평의 마당인데도 말이다. 그렇게 한 해를 보내고 두 번째 여름을 보낼 무렵엔 정말 잔디가 거의 반쯤 훼손이 되었다.
자두는 잔디에 최적화된 아이처럼 잔디에서 뒹굴고 자고 쉬고 놀고.... 모든 걸 그냥 잔디가 자기 집인 양 마당에서 잘 지냈다. 물론 비가 오는 날엔 현관으로 들어오지만 보통의 낮엔 그냥 마당에서 살았다. 벌레들이 자두를 성가시게 하기도 하겠지만 일단 진드기 약을 정기적으로 발라주고 기생충 약도 꼬박꼬박 먹였다. 다행히 병원 진찰에선 두 애들 다 괜찮다고 했고 9살이 되니 대형견인 자두는 노화가 진행되는 듯했다. 산책 시 계단은 안 가려 하고 심한 비탈길도 피하려 했다. 지하주차장으로 가는 계단으로는 산책을 나가지 않고 꼭 뒷문을 통해 나가려 했다. 그에 비해 살구는 아직은 몸도 날렵하고 잘 뛰어다니긴 했다. 하지만 대개 7살이 지나면 노령견이라 하니 주의는 요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냥 머릿속으로만 생각했고 철저한 관리는 하지 않았다.
다만 체중이 많이 나가서 다이어트를 시키려 밥을 조금씩 주긴 했는데 그래도 다이어트 효과는 그리 없었다. 특히 자두는 몸무게가 33k가 나가서 좀 둔해 보였다. 그러나 산책도 잘 다니고 밥도 잘 먹고 아직은 특별한 증세는 보이지 않았고 가끔 무슨 연유인지 다리를 절어 병원에 가보았지만 딱히 이상은 없다고 했고 또 며칠 지나면 괜찮아 지곤 했다. 후회해도 소용없지만 이때부터 노령견 관리를 했어야 했다.
애들을 위한 기념을 남기고 싶어 애들이 이쁘고 건강한 시절 서너 살 때쯤? 사진으로 핸드폰 케이스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게 살구에겐 내게 남은 유품이 되었다. 이 사진에서 애들은 뽀얀 백구 시절인데 애들이 나이를 들어 갈수록 황구처럼 변해 갔다.
게다가 산책을 길게 나가면 자두가 힘들어해 대개는 30~40분 정도의 산책을 하지만 때론 멀리 나가 1시간 이상 동네를 돌다 오기도 했고 야트막한 동네 산을 올라 주로 능성 이를 타고 돌아오기도 했다.
이사오기 전엔 산책을 두 번씩 나가다 여기로 와서는 한 번만 나가니 되도록 산책은 빠지지 않고 나갔고 아이들은 나가지 않으면 배변 활동을 안 해서 꼭 데리고 나가야 했다. 애들에겐 산책이 최고로 좋아하는 거고 두 번째가 간식 주는 것, 세 번째가 밥 주는 것인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인 건 여기 이사 와서는 살구가 밥을 잘 먹는다는 것이다. 사실 입이 짧은 살구는 밥을 잘 안 먹고 자두와 신경전을 벌이곤 했는데 여기선 밥을 주면 그때그때 다 먹는 편이어서 좋았다. 이 동네에서도 이 애들은 부부이거나 모녀지간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았으며 살구는 옆집 아저씨에겐 아직도 경계심을 풀지 않았다. 그렇게 2년이 또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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