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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es 아저씨 Aug 24. 2023

[자두, 살구 이야기]

9화: 또다시 이사... 애들에게 미안하지만

이사 와서 마당 한편에 우리를 만들어 두 아이들을 위한 집을 만들었다. 근데 길 옆이다 

애들이 집에서 적응을 하고 잘 살고 있는데 나는 다시 이사 결정을 내려야 했다. 애들에겐 정말 미안했다.    이제 적응이 되어 살만한데 다시 이사라니... 낯선 곳으로 가서 다시 적응을 해야 하니 말이다.

사실 은퇴 전 1년을 안식년 휴가로 지낼 때 이곳으로 이사와 백수로 아이들과 지내다가 다시 취업이 결정되어 새롭게 출근하게 된 곳이 여기서 69k나 되는 먼 지역이었다. 처음엔 그냥 다니자... 고 생각하고 그냥 다녔는데 갈수록 장거리 출퇴근에 대한 부담이 커져 고민이 되었고 그렇게 1년 반쯤을 다니다 결국 애들에겐 미안하지만 다시 이사를 가기로 하고 직장 근처인 이곳으로 왔다. 그게 2022년 7월이었다.

거실에서 본 마당과 그 앞의 논

이사 온 곳은 길 옆이고 해서 애들에겐 좋지 않은 환경이었다. 낯선 곳이니 짖음도 다시 시작될 것이고 게다가 바로 길 옆이라 자동차며 사람들이 지나다닐 것이니 살구가 얼마나 짖을까... 하는 걱정...

다행히 동네는 순 농촌지역이라 조용하고 집 앞마당에서 보면 논이 쫙 펼쳐져 있어 논이 마치 우리 집 마당처럼 보이는 곳이었다 때마침 여름에 이사를 와서 논은 벼가 푸르르게 자라고 있었다.

우리 집 옆에 2채가 더 있고 도시의 주택단지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지 않아 한적한 곳이어서 좋았다. 그리고 걱정과는 달리 애들이 늙어선지 다행히 그다지 짖지 않았는데 대신 길냥이가 지나가면 자두가 반응을 했다. 킹킹거리다 금방이라도 쫓아가 덮칠 기세로 늘 흥분 반응을 했고 살구는 덩달아 으르렁 거리며 같이 흥분을 했다. 진돗개들과 고양이는 상극이라 했던 누군가의 말이 떠올랐고 하지만 애들은 우리 안에 있고 길냥이가 우리 안으로 들어 올 일은 없으니 고양이들과 정면으로 붙을 일은 없었다. 그렇게 적응을 해가고 있었다. 

비를 맞은 후 애들의 꼬락서니....

이곳으로 이사를 와서는 현관에서 애들을 살게 할 수는 없었다. 일단 집의 경계 울타리가 없었고 그러다 보니 풀어놓고 마당에서 키울 수 없어 집 옆 마당 한편을 우리로 만들고 패널을 사서 집을 만들고 그 안에 애들의 원래 집을 넣어 주었다. 하지만 애들은 역시 잘 들어가지 않아 비가 오면 비를 맞고 이렇게 처참한 모습이 되곤 했다.

왜 자기 집에 안 들어 가는지 모르지만 하여간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스스로 비를 피해 집으로 들어가는 수밖에 없었고 그러는 동안 애들은 이런 몰골이 되곤 했다. 물론 비가 철철 오면 들어가긴 했다. 그래도 거길 자기 집으로 여기고 들어가 잠을 자고, 거기서 살아야 한다는 걸 받아들이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어쩔 수 없었고 또 환경상 애들을 현관에서 지난번 집처럼 지낼 수는 없었다.  그리고 애들이 10살이 되니 살구가 건강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자두는 비를 맞아도 외양이 금방 원상회복이 되지만 살구는 거칠어진 털과 모양이 회복되지 않고 배가 점점 부풀어 올라(복수가 차가고 있었다) 숨이 차서 헐떡거리기 시작했다. 개들의 건강 척도 첫째는 모질인데 살구는 그 윤기 나고 반드르르했던 털이 거칠어지고 색도 지저분해지기 시작했다. 이곳에 이사 와서 처음 병원에 가서 살구를 검사했다

산책 시 살구, 복수 때문에 몸이 소시지처럼 통통한 1자가  되었다 

우선 복부 초음파와 X-ray, 그리고 피검사... 복수는 그다지 많지 않다 하고(근데 배는 불룩하고) 피검사상 간기능이 완전히 망가진 상태라 한다. 

당시 수의사 말로는 간기능은 사람도 그렇지만 망가지면 회복되긴 어렵다 하고 심장기능은 괜찮다고 했다. 약은 인터넷으로 주문해서 간기능 회복보조제와 노령견들에게 먹이는 보조제를 주문해서 먹이기 시작했다. 안타깝지만 의사말대로 노령견이라 어쩔 수 없다 하니 나 또한 그냥 그러려니 하며 적극적 치료를 하지 않았다.(사실 이때부터 치료와 관리를 했어야 했다) 그렇게 여름을 보냈다. 

살구는 헐떡임이 더 해졌고 그해 가을 다른 병원에 가서 다시 진찰을 했다. 물론 또 검사를 했다.

이번엔 신장기능도 나쁘다고 하며 처방 사료를 권했다. 두 군데 다 확실한 진단과 확실한 치료법을 권하지 않아서 답답했지만 노령견이니 그런가 보다 하고 나 또한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지 않았다.

무슨 호르몬이상도 있다고 했다. 그래도 일단 밥을 잘 먹었고 일상생활도 다 가능했고 다만 헐떡임이 있어 보기에 너무 안타까웠다. 왜 두 군데 수의사는 저 헐떡임에 대해 적절한 처방을 안 해줄까... 의아했지만 나도 더 이상 캐묻고 적극적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나쁜 주인이었다. 생각해 보니....

우리 집과 우리 동네의 저녁모습,  조용한 농촌 마을이다

그렇게 새로 이사 온 동네에서 적응하며 지냈고 다행히 애들은 여기와 서는 싸움이 잦지 않고 크게 벌이지도 않았다(둘 다 늙어서 그런지) 매일 산책을 두 번씩 나가며 동네 지리에도 익숙해지고 환경에 적응하게 했다. 개들을 키우는 집들이 있어 우리 애들이 지나가면 짖는 애도 있고 인사를 하고 싶어 하는 애들도 있었다. 동네분들과도 수인사를 나누고 개에 대한 이야기도 하며 나도 이 동네의 일원이 되어 갔다.

그런데 이 동네는 길냥이들이 생각보다 많아 산책 시 몇 마리는 꼭 만나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두 녀석들이 흥분을 해서 줄을 꼭 잡고 다녀야 했다. 나중에 그중 한 녀석이 자두 우리에 들어와 밥을 달라고 요구하게 될지 전혀 상상도 못 하고 말이다.

산책길의 자두와 살구, 작은 애가 살구다.

자두와 살구는 동네 산책을 하며 동네 분위기와 지리도 익히고 동네 어르신들과도 인사를 하며 새 동네의 일원이 되어 갔다.

그러는 동안 살구는 점점 더 나빠져 갔고 또 다른 병원에 진찰을 하러 갔다.

역시 검사를 하고 상담을 하며 나눈 이야기는 마찬가지... 간기능이 나빠졌고 복수 때문에 배가 나온 거 맞고 원하면 복수를 빼주겠다고 한다. 고민이 되었고 그게 꼭 당장 해야만 하는 거냐 물으니까 뭐 그렇지는 않다고 하니 또 망설여지게 되어 나는 위험한지 아닌지 겁이 났고 무엇보다 그 효과에 의문을 품고 고민만 하다가 포기하고 말았다.  인터넷에서 구매한 간장약과 항산화제는 꾸준히 먹이고 있지만 치료제가 아니라 보조제라 당장에 효과가 나타나는 건 아니었다. 이때까지 살구는 밥도 잘 먹고 산책도 잘 나갔고 가끔 자두에게 물리기도 했지만 예전처럼 심한 싸움이 되지는 않았다. 둘은 그렇게 10살을 넘기고 있었고 사람으로 치자면 80살쯤을 살게 된 것이었다. 자두나 살구나 둘 다 늙어서 장시간의 산책은 무리라 동네 산에는 한 번도 데리고 간 적이 없고 그냥 평지길로 동네 한 바퀴 돌아오는 게 산책의 전부가 되었고 애들은 몸속에 시계가 있는 듯 아침 6시, 저녁 6시면 정확하게 산책을 하자고 킹킹 댔다. 정말 신기하게 시간을 아는 듯 말이다.  산책에서도 두 아이의 성격이 드러나는 게, 자두는 대개는 정해진 길로 가거나 내가 이끄는 길로 갔고 살구는 정확하게 자기가 원하는 곳으로 가길 원했다. 갈림길에서 자두와 살구가 방향이 다를때 난 가운데 서서 가만히 있었고 그러면 대개는 자두가 양보를 해서 살구가 원하는 쪽으로 갔다. 그렇게 아이들이 늙어 가며 서서히 나빠지고 세월은 흘러갔다. 아주 무심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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