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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es 아저씨 Aug 29. 2023

[자두, 살구 이야기]

10화: 아아... 살구,,,,

살구의 생전 모습... 아프지만 아직은 활동은 가능하던 때

애들은 다행히도 잘 적응하고 딱히 말썽도 없고 잘 지냈다. 처음 와서 낯설어선지 집에도 안 들어가고 비를 맞고 있더니 이젠 자기 집을 인식한 건지 집에 들어가 잠도 잘 자고 잘 먹고 했다.

다만 살구의 상태는 점점 안 좋아지고 있었는데 병원에서 검사를 하고 진단을 해도 노령견이니 어쩔 수 없다... 또는 큰 병원에서 수술을 하게 소개해 보겠다는 등의 제의를 해왔지만 나는 선뜻 결단을 못 내리고 시간을 보냈다. 살구는 처음엔 관절이 안 좋아 뒷다리를 잘 못쓰는지 알았는데 나중엔 디스크라 했다. 그래도 아직은 밥도 잘 먹고 산책은 긴 시간은 안 하고 짧은 거리로 할 수 있었다.

길냥이 들이 집 주변에 많아 두 애들이 아주 흥분하고 난리를 피워대지만 길냥이들을 못 오게 하거나 어찌할 수는 없었고 급기야 길냥이 중 몇 아이들은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자 이제 집에 와서 밥을 먹고 거의 살다시피 하는 애들이 되어 버리기도 했다.


이전에 살던 동네 산책하다 눈밭에서 해를 쪼이며 쉬는 살구

원래 살구는 자두보다 더 건강했고(그래 보였고) 행동도 더 날쌔고 동작도 빨랐다. 높은 곳에 뛰어 올라가는 건 물론 자두가 물려하면 높은 데로 풀썩 올라가 피하고 자기 키보다 훨씬 높은 곳도 잘 뛰어올랐고 넘어 다녔다. 털상태도 자두보다 더 좋았으며 윤기 나는 상태로 털갈이 때도 자두보다 관리가 더 쉬웠고 반지르르 한 윤기가 나며 고왔다. 다만 얘는 원래 입이 짧아 많이 먹지 않거나 같은 종류를 오래 먹지 않아 식성이 까다로운 편이었다.

그러나 근육 상태는 말 근육처럼 움직임이 보였고 그야말로 소위 근육질(?)처럼 보였었다.  둘이 어리고 젊었을 때는 산으로 산책을 가서 1~2시간쯤은 돌아다녀도 둘 다 싱싱했고 살구는 훨씬 잘 다녔었다. 다만 덩치가 작고 소심하여 자두에게 밀리고 밖에서 만난 다른 개들을 무서워하거나 피하긴 했었다. 둘 다 진돗개의 피를 받아서(살구가 더 순종에 가깝다고 했다) 추위에 강해 겨울에도 눈밭에 누워 있거나 눈에서 뛰놀기를 좋아했다. 수의사 말로 대개의 개종류들이 추위보다 더위가 더 문제라 했다.

살구에게 빨간 파카를 입히니 빨간 소시지 같아 보였다

그렇게 겨울이 왔고 노령견이고 밖에서 사는 애들이라 체온조절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어 처음으로 애들에게 겨울옷을 입혔다. 

나는 사실 평소에 개들에게 옷 입히는 걸 반대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왜냐하면 개들은 털의 반응으로도 의사소통을 하는데 옷을 입혀 놓으면 그게 가능하지 않으니 옷 입히는 걸 반대해 왔는데 이 애들이 11살이 되는 겨울이 되니 사실 밖에서 사는 애들에게 옷을 입히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 들고 수의사도 웬만하면 그렇게 하라 하여 애들에게 처음으로 옷을 입혔다. 그리고 처음 몇 주는 밤에 입히고 낮에 벗기고를 하며 적응하게 하고 또 낮엔 해가 있으니 벗기고 했는데 자두가 옷 입고 벗는 걸 싫어해 12월 중순부터는 그냥 입혀 놓고 살았다. (옷에 벨크로 붙이고 뗄 데 '쫘아악~~'하고 나는 소리에 너무나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아 벗길 때마다 자두는 반항을 했다. 마치 옷 벗기지 말아요~~ 하는 것처럼) 그래서 평소 입혀 놓고 있다가 가끔 한 번씩 벗겨 털을 빗어 주곤 했다.

옷을 입고 동네 산책에 나선 자두, 살구

두 녀석을 옷 입혀 산책을 나가면 동네 사람들이 한 마디씩 해댔다. 여긴 시골마을에 그냥 마당에 묶어 키우느라 개 옷을 입혀 다니는 걸 보지 못했다.

그래선지 동네 어르신들이 신기해하며 인사를 했다. 살구의 빨간 파카는 그래도 잘 맞는 것 같은데 자두는 한 치수 더 큰 걸 사야 했나 싶게 허리춤이 다 드러나는 게 좀 웃기긴 했다. 살구는 왼쪽 뒷다리를 끌면서도 산책은 꼬박꼬박 나가려 했고 이때만 하더라도 뒷다리를 살짝 절며 살짝 끌며 다니곤 했다.

관절염 보조제와 간보조제, 항산화제등을 인터넷으로 구매해서 먹였고 다행히 이 보조제들은 두 녀석 다 잘 받아먹었다. 그렇게 22년의 겨울이 지나고 23년의 봄이 되었다. 

 그렇게 해가 바뀌고 두 녀석 다 노화가 오는 게 눈에 보였고 우선 털의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고(특히 살구의 모질이 엉망이 되었다) 자두는 한쪽 눈이 실명된 것을 제외하면 딱히 변하는 건 없었는데 살구는 뒷다리를 저는 게 더 확실해져서 질질 끌다시피 했고 복수는 눈에 띄게 차올라 누가 봐도 얘는 배가 이상해...라고 했다. 병원에서 약을 받아 먹이기 시작했으나 약 먹기를 거부하는 살구 때문에 매일 약먹이기가 일이 되었고 매일 아이디어를 짜내 약을 먹여야 했다. 좋아하는 것에 타서 주거나 섞어 주면 아예 그 자체를 먹지 않았다. 닭고기에 섞어 주면 닭고기를 안 먹었고 츄르에 타서 주면 츄르를 안 먹었고 요플레(살구의 최애 간식)에 타서 주면 그마저도 안 먹었다. 바늘을 뺀 주사기에 약을 넣어 입안에 짜 넣어 주기를 해봤는데 입을 강제로 잡고 넣어 주는걸 극도로 싫어해서 그마저 포기했다.


상태가 많이 나빠진 살구 복수가 차고 망가진 모질

동네 병원에서는 살구를 '쿠싱신드롬'같다고 했다.

부신피질 호르몬 이상으로 생기는 병인데 일단 다음, 다뇨, 다식, 헐 떡임 등이 주 증세인데 이게 점점 심해지고 있었다. 제한 급수를 하지 않으면 하루 몇 리터의 물을 마실지도 모르게 물을 먹어댔고 그만큼 오줌을 많이 쌌으며 밥을 잘 안 먹다가도 폭식을 하기도 했다. 헐떡임이 제일 보기에 안타까웠는데 움직이지 않아도 헐떡이고 조금만 움직이면 더욱 심하게 헐떡였다. 그리고 뒷다리를 점점 못쓰게 되어 산책도 못 나가게 되었다. 하는 수 없이 산책은 자두만 데리고 나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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