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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치매 환자가 된
아빠의 이야기

무섭고 그리운 아빠를 보러 간다...

by 온작가


"여보 나 당신이 너무 보고 싶어... 집에 가면 안 돼?"

간병인과의 통화 도중 급작스럽게 끼어든 아빠의 애절한 한 마디는 우리의 마음을 또 한 번 찢어놓았다.



지난 설 연휴 즈음은 우리 가족에게 최악의 시기로 남아있다. "아빠가 이상해"라는 엄마와 언니의 카카오톡 메시지로 시작된 악몽.


"또 집을 나가서 경찰서 신고했다" "너무 난폭해져서 무슨 사달이 나도 날 것 같아" "119 대원들은 자기들이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하고는 가버렸어" "감당이 안 돼서 새벽 네시까지 작은방에 숨어있었다"...


2019년, 아이가 백일잔치를 앞두고 있던 어느 날 아빠가 덜컥 암 진단을 받았던 그때보다도 더 비현실적인 글자들이 휴대전화 화면을 가득 채웠다. 불과 2주 전쯤까지도 너무 아무렇지 않게 통화했던 아빠... 항암 부작용으로 다리가 많이 불편한 것만 제외하면 아주 보통의 날들을 보내던 아빠였다. 당신은 암환자면서 고작 감기 좀 걸린 꼬맹이의 안위를 챙기던 그저 보통의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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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아빠가 정말 하루아침에 괴물이 돼 버렸다는 얘길 실시간으로 전해 듣고 있으려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설날, 시댁에서 작가적 자료조사력을 총동원해 요양병원 한 곳을 알아냈다. 전화로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아이고 얼마나 힘드셨습니까~ 내일 바로 입원 도와드릴게요” 아… 살았다… 엄마를 살렸다… 더 이상을 생각하고 고민하는 건 사치였다. 이제는 엄마도 아빠도 '안전'할 수 있다. 그렇게 아빠는 요양병원에 입원했고 우리 가족의 지옥 생활도 일단락됐다.


아빠의 병원생활은 직원분의 표현을 빌리자면 ‘역대급’으로 시작됐다. 병원 관계자를 폭행하고 욕설을 하고 난동을 부리고… 그런 아빠의 심적 안정을 위해 한 달 정도는 면회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게 병원 측의 부탁이었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씩 직원분을 통해 아빠 상태를 체크하고 각자의 신에게 기도하며 우리 가족은 일단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 예민한 성격으로 평생을 그렇게 엄마 마음고생 시켜놓고 어쩜 끝까지 이럴 수가 있는지 너무너무 미운 마음 반, 가족들에게 버림받았다는 생각이 들면 어쩌지 마음 무너지고 걱정되는 마음 반… 대체 어떤 모습으로 어떤 매일을 살고 있는지 전혀 가늠할 수 없는 그 아빠를 만나러, 4월 말 대구에 내려간다.


너무 밉고 너무 무섭지만 너무 그리운 우리 아빠를, 보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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