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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ins Dec 05. 2021

독일 자동차 이야기

1886년 칼 벤츠가 연료를 태워 얻는 에너지를 통해 굴러가는 자동차를 발명한 것으로 시작된 자동차 역사... 그 역사가 시작된 곳이 바로 독일이다. 이후 135년이 지난 지금도 자동차를 발명한 칼 벤츠의 이름을 가진 메르세데스 벤츠라는 독일의 자동차 브랜드는 여전히 세계적으로 명성 있는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고 그 외에도 현재 시장에 존재하는 독일 자동차 브랜드들은 그들의 디자인, 성능 그리고 품질을 통해 많은 고객들에게 인정받고 있다. 세계적으로 명성 있는 독일 자동차를 만드는 사람들이 어떤지 궁금하다는 생각으로 시작해 독일 유학을 나오고 지금은 독일 자동차 브랜드에서 일하며 내가 처음 마음에 가지고 있던 생각 그리고 궁금증 과연 독일 자동차 회사들은 어떻게 자동차를 만드는지를 직접 체험하며 경험하고 있다. 그리고 자동차의 고향 독일에 살아가며 독일이라는 나라에게 자동차 산업은 어떤 의미이며 독일 사람들에게 자동차는 어떤 의미인지도 조금은 알 수 있었다.


국가의 경제를 움직이는 가장 큰 산업

제조업은 독일이라는 나라의 강점이다. 독일 제조업 중에서도 가장 강한 것이 자동차 산업이다.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대표적인 독일 태생의 자동차 그룹인 Volkswagen 그룹, Daimler 그룹, BMW 그룹부터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회사인 보쉬, 타이어로 유명한 부품회사 콘티넨탈 그리고 그 외에 수많은 자동차 부품 업체, 기술개발 서비스 업체 등 독일에는 정말 많은 자동차 관련 회사들이 존재한다. 2020년 기준으로 독일에 자동차 산업에 종사자만 80만 명으로 독일 전체 인구 (8천만)의 100분의 1에 달한다. 100명 중 1명은 독일에서 자동차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독일이라는 국가의 경제가 자동차 산업에 많이 의존하다 보니 자연스레 독일 정치 역시 자동차 산업과 연계가 필수적이다. 앙겔라 메르켈 시절에도 정기적으로 자동차 업계의 대표들과 회담이 진행되었고 자동차의 전동화와 디지털화에 따른 업계 변화를 어떻게 잘 헤쳐나갈지 함께 논의하는 일이 많았다. 많은 경우에 자동차 업계의 소리가 더 큰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있었는데 아마도 큰 자동차 회사들이 정치권에 매년 주는 후원금 등 로비가 많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다 최근 몇 년 조금은 이상한 일도 많이 있었다. 독일의 환경보호단체가 폴크스바겐 그룹의 디젤 게이트 이후 계속해서 독일 자동차 업체들에 내연기관에서 완전히 발을 뺄 것을 요구했고 정치권에서도 이에 동조하면서 자동차 업계 업체들이 많은 불만을 가졌었다. 그리고 2019년부터 시작된 몇몇 대도시에 디젤 자동차 운행금지 (배출가스기준 EU5이하 자동차에 한해) 조치는 디젤 자동차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강한 독일 자동차 업체들을 많이 당황하게 했다. 사실 자동차 업계에 트렌드인 친환경 기술로의 전환은 너무 중요하다. 그러나 독일의 자동차 업체들은 테슬라와 중국에 많은 전기자동차 스타트업과는 다른 부분이 있는데 이들은 지난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내연기관 자동차를 개발하고 만들어왔다는 것이다. 아직도 회사 안에 상당히 많은 직원들이 내연기관 부서에서 일하고 있고 독일 자동차 업계 전체를 놓고 보더라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내연기관과 관련되어 일을 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전동화로의 전환이 80만 명이 넘는 자동차 업계에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위험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이 너무 빠르고 결국 독일의 대부분의 완성차도 전동화의 트렌드를 따라가며 이제 80만 명의 사람들 중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 업계에 더 이상 남아있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오늘 아침에도 독일의 어떤 자동차 부품회사가 베를린 근교에 있는 공장 하나를 완전히 문 닫는다는 것을 결정했다는 뉴스를 보았다... 앞으로 독일이라는 국가 안에서 자동차 업계가 어떻게 변화할지 앞으로도 독일 국가경제를 이끌어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


아우토반

아우토반이라는 독일의 단어는 한국말로 고속도로를 의미한다. 독일어 단어임에도 한국 방송에도 많이 등장할 정도로 유명한 말이다. 이 단어가 유명한 이유는 독일의 아우토반에는 속도제한이 없는 구간이 있기 때문이다. 이 구간에 들어설 때 하얀색 동그라미에 세 개의 검은색 사선이 그어져 있는데 이 표지판을 지나서 달릴 때면 늘 나의 속도를 잘 점검해야 한다. 만약 달릴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면 빨리 가장 끝 차선으로 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많은 자동차들이 나의 뒤를 위협하기 때문이다. 가끔 어떤 차들을 보면 그 자동차가 낼 수 있는 최고 시속을 시험하려고 달리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다. 아우토반의 속도 무제한 구간에서는 시속 180킬로도 빠르지 않다... 물론 도로 위의 교통량에 따라 또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은 교통량에 도로도 좋은 상태라면 무제한 구간에서 시속 200킬로 넘게 빠르게 달리는 차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나도 200킬로를 달려보았지만 난 겁이 조금 많아 오래도록 그렇게 달리지는 못했다. 독일에게 아우토반은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 것 같다. 전 세계에 유일한 속도 무제한 고속도로... 이런 상징적인 아우토반이 최근 정치권에서 많은 논란이 되었다. 독일 환경단체가 (이들의 활동은 가끔 보면 무서울 정도다...) 아우토반에서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들이 더 많은 매연을 내뿜어 대기를 오염시킨다고 주장하면서 속도 무제한을 없애고 모든 고속도로 구간에 시속 130킬로의 속도제한을 두자는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정치권에서 상당히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논의하면서 정말 독일의 속도 무제한은 이제 없어지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지난 선거 이후에 이제 새롭게 구성된 독일 정부가 아직은 속도제한을 없애지 않겠다고 하면서 이 주제가 논의 대상에서 일단은 내려왔다. 폴크스바겐 그룹 회장이 우스갯소리로 앞으로 도로에 전기차만 다닌다면 시속 200킬로로 내달릴 차는 많지 않을 것이다라고 하며 속도제한을 없애는 것은 굳이 필요하지 않다고 했던 일도 있었다. (전기차 중에 시속 200킬로로 달리수 있는 차가 분명 있으나 연비를 고려할 때 빠르게 달리는 건 전기차에게 좋지 않기 때문이고 중소형 전기자동차 모델 중에는 가능한 최고 시속이 180인 모델들도 상당하기에 농담이지만 기술적인 부분을 생각할 때 아주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아우토반의 속도제한을 없애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많은 사람들의 주장을 보면 속도가 무제한인 구간에서 사고율이 높지 않다는 이유를 든다. 그리고 배출가스를 생각할 때에도 고속으로 달리며 내뿜는 배출가스가 교통체증 구간에서 차가 움직이지 않고 서서 내뿜는 배출가스보다 무조건 많다고 볼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어떤 논리들이 있든 나 개인적으로는 독일 아우토반의 속도 무제한 구간이 계속 있었으면 좋겠다.


자동차를 직접 다루는 사람들

독일 집 이야기를 쓸 때에도 독일에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집을 짓는 경우가 있다고 했는데 자동차도 마찬가지이다. 독일의 주거 환경도 대부분 자신의 차고를 가지고 사는 경우가 많기에 자신의 차고 안에서 자신의 차를 직접 만지고 고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자동차 회사에서 일을 해서인지 직장 동료 중에서 자기가 가지고 있는 차를 직접 수리하고 차를 개조하는 동료들을 정말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인턴을 하던 시절에 알던 어떤 동료는 동독 시절 국민차였던 트라비라는 자동차 모델의 차체만을 구입한 뒤 동력장치와 그 위에 엔진을 얹어 트라비 차체에 결합시킨 뒤 타고 다니기도 했다. 물론 그 안에 들어가는 모든 부품은 그 동료가 구입한 부품들이지만 그 모든 것을 스스로 조립하는 것 자체가 당시 나에게 큰 충격이었다. 그 동료의 트라비는 그래서 동독 시절의 힘없는 트라비가 아니었다. 아주 빠르고 날렵한 트라비였다. 이후 지금의 회사로 이직하여 알게 된 어떤 동료는 자신의 집 주변에 큰 컨테이너를 매달 임대료를 내고 빌려서 그 안을 정비소처럼 만들고 자신의 차량 수리 및 개조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차들도 수리해주기도 했다. 그 동료는 당시 팀에서 동력기관 설계를 담당하고 있었는데 회의 중에 그가 직접 자동차를 다루며 경험한 것을 통해 아이디어를 내고 자동차를 설계해 가는 과정을 보며 그냥 3D 모델을 모니터를 통해서만 보며 문제 해결을 고민하는 내가 조금은 바보 같아 보였다. 나도 아주 간단한 자동차 부품의 교체는 직접 해본 적이 있지만 앞서 소개한 동료들처럼 차를 분리하고 다시 조립하며 자동차를 속속들이 들여다본 적은 없다. 얼마 전 초대를 받아 방문한 동료의 집 지하에도 정비소처럼 차려져 있고 그 안에서 그 동료의 자녀가 부품들을 만지고 이것저것을 하는 것을 보며 저 아이가 나중에 자라서 독일 자동차 회사에서 일하지 않을까 혼자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독일의 자동차를 만드는 걸까 라는 내가 독일에 나오기 전에 품었던 그 질문에 어려서부터 자동차와 친하고 자동차를 잘 알고 잘 다루어본 이들이 독일의 자동차 회사에서 품질 좋은 자동차를 만들어내는 건가 보다 하는 하나의 답변도 생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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