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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ins Aug 03. 2022

폴크스바겐 이야기

제목을 적고 나니 독일의 공영방송국 ARD의 다큐멘터리가 생각난다. 그 다큐의 제목도 "폴크스바겐 스토리"였다. 그러나 다큐의 내용은 폴크스바겐 그룹의 디젤 게이트 사건 이야기다. 그 오랜 그룹의 역사에 디젤 게이트를 빼고 이야기 하기는 이제 어렵게 됐다. 이미 7년이 지난 지금도 그 디젤 게이트의 흔적을 다 지우지 못한 듯하다. 그런 사건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유럽 최대이자 세계에서 도요타 다음으로 큰 자동차 기업그룹 폴크스바겐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다.


브랜드

이 단어를 예전에 한창 자동차 관련 잡지를 볼 때 미국의 GM그룹을 놓고 표현한 기사에서 처음 접했다. 당시 GM그룹은 그 산하에 어마어마하게 많은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었다. 지금은 그 브랜드들이 흩어졌지만... 사실 자동차 업계에서 브랜드들 커다란 그룹에 속했다가 팔려서 다른 그룹에 속했다가 없어지기도 하며 브랜드의 모기업을 여러 번 바꾸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일들이 거듭되면서 정말 많은 브랜드를 산하게 거느리는 커다란 자동차 그룹이 생기는데 그 크기나 판매하는 차량의 대수에 따라 세계 3대 또는 6대 자동차 그룹을 이야기할 때가 있다. 지금 세계 몇 대의 자동차 그룹이 대표적인지 잘 모르나 확실한 건 거대 자동차 그룹을 이야기할 때 폴크스바겐 그룹은 절대 빠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빠지기 어렵다. 판매 대수로도 도요타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차를 많이 팔고 산하에 속한 브랜드 개수로도 다른 거대 자동차에 뒤지지 않는다. 사실상 브랜드 개수로 비교할 상대로는 최근 피아트 클라이슬러 그룹 FCA와 푸조 시트로앵 그룹 PSA가 합병하며 생긴 스텔란 티스 그룹 밖엔 없을 것 같다. 폴크스바겐 그룹 산하의 브랜드로는 그룹 자체 브랜드인 폴크스바겐(Volkswagen), 프리미엄 브랜드 아우디(Audi), 럭셔리 스포츠카 브랜드에 포르셰(Porsche)와 람보르기니(Lamborghini), 영국 럭셔리 브랜드 벤틀리(Bentley) 중저가 브랜드로 유럽에서 판매되고 있는 세아트(Seat)와 스코다(Scoda), 세아트 모델을 기반의 고급 브랜드인 쿠프라(Cupra), 이탈리아 오토바이 브랜드 두카티(Ducati) 그리고 버스, 트럭 등 대형 사용차를 생산하는 브랜드인 만(MAN)과 스케니아(Scania)가 있다. 처음 언급한 세 브랜드 폴크스바겐과 아우디 그리고 포르셰가 그룹의 중심에 있고 이 세 브랜드가 개발한 기술들이 그룹에 포진한 다른 브랜드에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그 뒤에 언급한 람보르기니와 벤틀리를 포함하여 다섯 개의 브랜드는 이름만 들어도 그 브랜드가 어떤 브랜드인지 알만한 인지도 높은 브랜드들이라고 볼 수 있다. 어떻게 이런 브랜드들을 다 모아놓았는지 신기할 정도로 가치가 높은 브랜드들을 많이 갖고 있는 폴크스바겐 그룹은 이 브랜드들을 통해 유럽에서만 25프로가 넘는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디젤 게이트

폴크스바겐 그룹을 이야기할 때 빼놓기 어려운 주제가 되었다. 바로 2015년에 있었던 디젤 게이트 사건. 이 사건으로 폴크스바겐은 경제위기의 시기도 아니었던 때에 여러 해 동안 휘청였고 지금도 관련 법적 분쟁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으며 디젤 게이트 이전 수준으로 그 브랜드의 명성이나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지도 못했다. 사건이 터진 뒤 오래 지나지 않아 기업의 주가는 폭락했고 주가가 이때만큼 주저 않은 건  코로나 시기에 주가가 폭락했을 때 말고는 아직 없다. 미국에서 시행된 연구를 통해 시작된 이 디젤 배출가스 조작 사건은 폴크스바겐 산하의 아우디까지 연관되어 있음이 드러나면서 상상할 수 없는 크기의 문제로 커졌고 지금도 여전히 폴크스바겐 내에 이 문제의 흔적은 사라지지 않았다. 수많은 법정싸움이 시작되고 차량 리콜, 고객들의 고소가 이어졌고 폴크스바겐은 이 디젤 게이트 사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률 태스크포스 팀까지 설립하여 관리하고 대처하였다. 이 문제를 처음 밝힌 미국은 상상을 초월하는 벌금을 부과하고 폴크스바겐 그룹에 엄청난 후속처리를 요구했다. 그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당연히 미국 시장에서의 판매는 금지되는 것이었다. 폴크스바겐 그룹은 이에 미국이 요구하는 사항들을 그룹 내부에 적용하여 기술개발 과정 중에 이런 문제가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수많은 프로세스와 직원 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했고 2018년부터 아우디를 통해 폴크스바겐 그룹 내에서 일하고 있는 나 역시도 디젤엔진 부서가 아닌 곳에 일함에도 불구하고 매년 다양한 교육을 반복적으로 받고 있다. 디젤 게이트 사건 이후 그룹 내에서도 다양한 조사들이 이뤄졌고 독일 검찰 조사 등과 함께 이 사건에 연루된 수많은 매니저들과 직원들이 법적인 징계를 받았다. 그 이후 그룹은 다양한 노력을 통해 지금 다시 세계 2번째 자동차 기업그룹의 자리를 회복하고 다양한 국가에서 다시금 그룹 내 브랜드들의 차량을 판매하고 있다. 내가 일하면서 이 사건의 흔적을 가장 많이 느끼는 때가 있다. 바로 기술적 결정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매니저들을 볼 때이다. 디젤 게이트 사건으로 실제로 폴크스바겐뿐만 아니라 아우디 내에서도 여러 매니저들이 그 책임을 물어 회사를 나갔다. 이런 사실들을 알고 있는 매니저들 입장에서 그들이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에 이전보다 훨씬 더 조심스러워하고 주저한다. 어떤 결정을 조심스러워하는 것이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다. 그러나 정확하면서 빠른 결정이 없다면 폴크스바겐 그룹은 기술발전에 있어서 발 빠르게 움직이는 다른 경쟁사들보다 뒤처질 수밖에 없다. 시간이 더 지나고 나면 언젠간 이 디젤 사건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폴크스바겐 그룹은 다시 그 이전의 명성을 되찾을지 모른다.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런데 이 디젤 게이트가 그룹에 남긴 상처를 통해 생긴 흉터는 시간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을 것 같다.


빅 테크 기업으로 가는 길

폴크스바겐은 자신의 그룹 내에 CARIAD (Car i'm digital)를 설립하여 자신의 그룹에 들어가는 차량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 자회사를 설립한 그룹 회장은 자동차라는 하드웨어를 파는 것을 넘어 소프트웨어와 그와 연결된 다양한 상품을 통해 미래에 많은 수입을 얻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애플과 같은 빅 테크 기업은 폴크스바겐 그룹보다 더 많은 영업이익을 얻고 있다. 이건 마진율이 높은 하드웨어 판매뿐만 아니라 애플이 다양한 소프트웨어와 그에 연계된 다양한 상품 및 서비스 등을 판매하고 있어 가능한 일이다. 폴크스바겐 그룹 역시도 하드웨어 외에 소프트웨어 개발을 통해 이러한 빅 테크 기업으로 나아가려고 하고 있다. 그런데 그게 쉽지가 않다. 하드웨어 기반의 기계 제품 생산을 해온던 자동차 회사가 갑자기 소프트웨어 개발을 하려고 하다 보니 생각보다 잘 되지 않는 모양이다. 개인적으로는 차량용 소프트웨어 개발이 중요하다는 데에는 동의한다. 그리고 그게 성공한다면 그룹 내 엄청난 효과를 불러올 것도 확신한다. 또 자체 소프트웨어가 없다면 애플과 구글과 같은 기업이 제공하는 차량용 소프트웨어에 의존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금 이 소프트웨어 개발이 잘 안 되면서 이 소프트웨어를 적용하여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었던 신차 모델들의 출시가 늦어지고 있다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개인적으로 폴크스바겐 그룹의 자동차를 몇 번 이용해 보면서 특히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나 차와 내 개인 휴대기기 간의 커넥션 등에서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는 걸 경험했기에 나도 폴크스바겐 그룹이 개발하는 소프트웨어가 잘 개발되길 바란다. 다만 그 길이 너무 험난해 보여서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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