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자동차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쓰기로 하고 시작한 이야기를 지금 내가 몸 담고 있는 회사 아우디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하려고 한다.
기술을 통한 진보
내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자동차 브랜드의 슬로건 중 가장 멋있는 슬로건인 것 같다. 1972년부터 이 슬로건을 내걸고 아우디는 세상에 많은 새로운 기술들을 먼저 선보여왔다. 자회사를 두며 따로 기술개발을 해왔던 4륜구동 기술인 quattro, Audi space frame으로 대표되는 자체경량화 기술, LED Matrix Light, Virtual sidemirror 등 수많은 혁신적인 기술들로 정말 슬로건처럼 자동차 산업에서 많은 진보를 이뤄왔다. 그런데 지난해 이 슬로건을 내건 지 50년이 되는 해를 기념하며 아우디가 아직도 이 슬로건에 걸맞게 세계 자동차 업계에서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지에 대한 내부적인 평가가 있었는데 정말 많은 부분에서 비판적인 견해들이 나왔다. 전동화로 가고 있는 현재 자동차 업계에서 전기자동차 분야에서 여전히 선두에 있는 테슬라를 따라 잡기는커녕 오래전부터 라이벌처럼 경쟁해 오던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와의 격차도 점점 벌어지고 있다. 전동화 분야에서 세계 자동차 업계를 이끌 새로운 기술들이 나와야 하는데 새로운 기술보다 지금 시장에 나와 있는 자동차들과도 기술적으로 비교해 월등히 낫다는 평가를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디젤 사건 이후 시장에서의 아우디에 대한 고객의 신뢰는 크게 타격을 입었고 더 이상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생겼다. 내가 일하고 있는 회사가 아직도 잃어버린 이미지를 되찾고 시장에서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쉽지 않음에 안타깝지만 그래도 이 회사에서 일하며 개인적으로 긍정적이다 생각하는 부분은 회사가 이러한 문제점을 잘 파악하고 있고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올바른 방법을 찾아 다시 세계에서 인정받는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로의 명성을 되찾고자 한다는 것이다. 아우디에게 아직도 기술을 통한 진보가 있냐고 묻는 질문에 늦지 않은 때에 곧 다시 보게 될 거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전동화로 가는 험난한 길
독일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가 겪는 동일한 고통이라 생각된다. 이전부터 지금까지 독일 자동차 회사들의 내연기관 엔진 기술은 세계 최고다. 그러나 테슬라로부터 시작된 전기자동차 시대에 접어들며 독일 자동차 회사들도 부랴부랴 친환경 전기자동차 브랜드로 이미지를 바꾸고자 애쓰며 자신들의 가장 큰 강점인 내연기관 자동차 모델들은 축소하고 있다. 아우디도 마찬가지다. 폴크스바겐 그룹 안에서 V6 엔진을 도맡아서 개발해 오던 아우디는 디젤 게이트 이후 급하게 내연기관 엔진을 내려놓고 전기자동차 모델을 쏟아내고자 애쓰고 있다. 아직도 애쓰는 중이다. 여전히 시장에 나온 아우디의 전기자동차는 많지 않고 그 마저도 고급 세그먼트에 해당하는 모델들이 대부분이어서 판매량 또한 많지 않은 편이다. 내가 일하고 있는 독일 네카줄름 공장은 아우디가 오래전부터 V6 엔진을 개발하고 이 엔진이 들어가는 중대형 세단인 A6, A7, A8 그리고 스포츠카 모델인 R8를 생산하는 공장이다. 이런 공장을 급하게 전기 자동차 모델들을 위하여 탈바꿈시키려다 보니 여기저기서 잡음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내연기관 자동차를 완전히 포기하는 걸 주저하는 것 같은 느낌도 있었지만 완전 전동화로 전략을 수정하고 2030년 이후에는 전기차만을 생산한다고 발표하면서 노선은 확실해졌다. 그럼에도 100년 가까이 내연기관 자동차를 만들어오던 공장 라인이나 개발 시스템 등을 바꾸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최근 미국과 중국에서 수많은 전기자동차 스타트업들이 생겨나고 그 회사들이 빠르게 모델들을 개발하는 것을 보며 우리는 왜 저렇게 개발하는 데 있어 빠르지 못하고 더딜까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전기자동차 스타트 업들은 하얀 백지에 전기자동차부터 그려나가면 되지만 아우디와 같이 오랜 시간 내연기관 자동차를 만들어오던 회사들에게는 전기자동차를 위해서는 새로운 도화지가 필요하거나 이미 수많은 게 그려진 도화지를 지우고 새로 그려야 하는 상황이라서 전동화로의 전환이 더디기만 한 것 같다. 전기자동차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메르세데스 벤츠, BMW 그리고 테슬라와의 경쟁도 버거운 때에 최근 중국에서 불어난 새로운 전기자동차 회사들까지 공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면서 상황은 더 버거워지고 있다.
아우디의 미래를 결정할 모델 확장
지난해부터 아우디 회장이 수차례 예고한 대로 아우디는 역사상 가장 공격적인 모델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2025년까지 그러니까 2년 안에 18개가 넘는 새로운 모델을 출시할 계획인데 지난 3년간 페이스리프트를 제외하고는 새로운 모델을 시장에 내놓지 못한 것에 비하면 정말 야심 찬 계획이 아닐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모델 확장이 아우디의 미래를 결정지을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얼마 전 아우디 판매부서 총괄 사장이 한 인터뷰에서 아우디가 지난 몇 년 동안 새로운 모델들도 내놓지 못하고 기술적으로도 진보를 이루지 못한 모습이 계속된다면 향후 10년 뒤에는 아우디 브랜드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직원으로서 내가 다니는 회사가 10년 뒤에는 없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두렵기도 하고 과연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세계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었던 브랜드가 쉽게 사라질까 의심도 되지만 그 모든 걸 다 떠나서 난 우리 판매부서 총괄이 이야기한 것에 동감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우리가 계획하고 있는 모델 확장이 정말 우리 회사의 미래를 결정지을 거라 생각된다. 2년 안에 나올 모델들이기에 그중 상당수 모델들은 이미 개발이 끝나고 기술 인증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회사 내부적으로 그 모델들을 이미 직원들에게는 공개하기도 했다. 앞으로 나올 여러 모델들을 보고 난 이후 나는 너무 궁금해졌다. 시장이 우리의 새로운 모델들에 어떻게 반응할지...
아직 오랜 기간 아우디라는 회사에서 일해보지 못했지만 개인적으로 정말 매력적인 브랜드 그리고 좋은 회사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룹 안에서도 그룹 전체 브랜드에 통용되는 기술개발에 앞장서며 폴크스바겐 그룹 내 중요한 브랜드로 늘 자리하고 있음에도 변함이 없다. 지금 아우디가 마주한 문제들 앞에 어떤 해법으로 그 문제들을 해결해 가고 앞으로 자동차 시장에서 계속해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 걱정이 앞서지만 우리 브랜드의 미래에 걱정보다는 아직은 기대가 더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