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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ins Jan 03. 2021

마지막 독일 인턴 이야기

아쉬움만 남는 마무리...

다임러 그룹에서 꿈같은 인턴 생활을 마치고 바로 같은 회사 같은 부서에서 나의 학사 졸업논문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주제는 메르세데스 벤츠 VAN 모델에 들어가는 전기모터의 스케일을 여러 가지 변수와 자동차의 사용목적 그리고 차량에 요구되는 사항 등을 고려하여 결정하는 것이 주제였고 논문의 주제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그동안 인턴기간을 통해 배우고 사용했던 CAD 프로그램이 아닌 시뮬레이션과 실험 결과 값을 다양한 형태로 나타내 주는 Matlab/Simulink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해야 했다. 졸업논문을 쓰는 6개월의 기간 동안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아 3D 모델을 설계하고 만드는 일 말고 직접 자동차를 운전해보고 배터리를 실험해보고 시뮬레이션을 진행해보는 일을 해보고 싶어 이 주제를 선택했다. 


졸업 논문을 작성할 주제를 회사로부터 받고 이후에 대학교에 학과 조교를 통해 논문을 지도해줄 교수를 찾았다. 그리고 담당교수로부터 주제를 확인받고 교수와 함께 논문 작성을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그리고 논문을 작성하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대부분의 시간을 처음 써보는 프로그램인 Matlab/Simulink를 배우는데 쏟았다. 그리고 논문 작성을 위해 필요한 실험을 위해 회사에 있는 차량 시험검사소를 모델링하고 그 안에서 내가 실험해야 할 차량과 차량용 전기 배터리를 온도가 조절 가능한 시설에 배치하고 차량과 연결하여 실험 준비를 했다. 내가 작성한 논문의 주제를 위해 꽤 많은 실험을 진행해야 했는데 그때 모든 차량 실험을 내가 스스로 실험실에 위치한 차량 안에서 내가 직접 했으며 실험을 위해 사용했던 주행 사이클이 4시간짜리로 짜인 사이클이었기에 한번 실험을 위해서는 마음의 각오를 가지고 4시간 동안은 그 차량 안에서 프로그래밍된 주행 사이클을 주행해야 했다. 실험을 중간에 멈출 수 없었기에 차량 실험을 위한 주행 중에는 화장실도 갈 수 없었다. 어느 날은 실험실에서 차량 실험을 하고 있었는데 시간이 저녁 7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실험을 하고 나와서 사무실로 돌아가려는데 실험실이 위치한 공장 전체가 불이 꺼져있었고 내 물건들 내가 살던 방의 열쇠가 있었던 내 가방 외투 모두가 있던 사무실 문이 잠겨있었다. 나는 너무 당황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하고 있었는데 그때 마침 공장 안을 청소하고 계시던 분을 만나 상황을 설명하니 그분이 다행히 사무실 문을 열어주셨다. 공장 내부를 청소하시던 분이셨기에 모든 사무실에 맞는 마스터키를 가지고 계셨던 것이었다. 그분의 도움으로 내 물건을 챙겨 다행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만약 조금만 더 실험을 오래 해서 그분조차 만나지 못했다면 나는 아마 그날 공장에서 자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때의 경험을 통해 내가 일하는 사무실 내가 실험하는 실험실이 위치한 공장 건물은 저녁 7시가 지나면 문을 닫는다는 것을 알았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차량 실험은 매번 주행 사이클의 오차범위를 벋어 나지 않고 주행실험을 하려 집중하느라 지루한지 모르고 지나갈 때가 많았고 실험 결과를 분석하기 위해 Matlab/Simulink을 이용하여 도표를 만들고 실험 결과에 담긴 내용을 해석하여 논문을 작성하는 일은 정말 3D 모델을 CAD 프로그램으로 만드는 것만큼이나 재밌었고 논문 작성을 위해 했던 모든 일들이 다 내게는 너무 좋은 경험이었다. 어느 날은 차량에 앉아 실험을 하는데 내 실험을 위해 쓰인 자동차 핸들 한가운데에 박힌 메르세데스 벤츠의 삼각별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불과 4년 전에 독일에 올 때 만해도 이런 회사에서 내가 이런 경험을 쌓을 거라 생각지도 못했는데 내가 벤츠의 삼각별을 보며 일을 하고 경험을 쌓고 있다는 것에 너무 감사했다. 그리고 정말 이 논문을 마치고 졸업을 하고 나면 이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논문을 작성하는 기간 정말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정작 논문을 거의 마무리하며 나에게 닥친 문제는 회사에 정직원으로 채용되냐 안되냐가 아니었다. 졸업논문 제출을 거의 한 달 정도 앞두고 논문을 검수하면서 내가 작성한 논문의 독일어가 너무 형편없었기에 정말 많은 부분을 수정해야 했는데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아 논문 제출 1달을 앞두고 너무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야 했다. 문제가 된 건 내 부족한 독일어 실력으로 인해 작성된 논문에 문법적인 오류가 많이 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내가 작성한 독일어 문장 구조와 표현이 논문에 쓰이기에 적절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그러나 사실 문장 구조나 표현은 정말 어떻게 고치고 다듬어야 할지 몰랐다. 표현력은 문법적인 문제와 달랐기에 표현력을 고치는 일에는 도움이 필요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하던 때에 내게 떠오른 사람은 내가 베를린 공대에서 공부할 때 학과 과정 내내 나를 정말 많이 도와주었던 미하엘이라는 친구였다. 급하게 그 친구에게 메일 쓰고 내 논문을 봐줄 수 있는지 물어봤고 그 친구는 그때에도 너무 친절하게 내 60페이지 정도 되는 논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고 문법뿐만 아니라 논문에 쓰인 문장의 표현까지도 수정해주고 방향을 잡아주었다. 베를린 이야기에 쓰게 되겠지만 정말 미하엘이라는 친구가 없었다면 아마 나는 대학교를 졸업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미하엘의 도움으로 논문을 수정하고 제출기한을 사흘 앞두고 인쇄소에서 내 논문을 출력한 뒤에 늦지 않게 우편을 통해 학교에 내 논문을 제출할 수 있었다. 졸업 논문을 제출 한 이후 회사에서 그리고 학교에서 한 번씩 내 논문을 발표할 수 있었는데 회사에서의 발표에는 나를 지도해주고 도와준 동료를 포함해 부서 내 팀장이 참여하여 내 발표를 들었고 학교에서 발표할 때에는 내 논문을 먼 곳에서 스카이프를 통해 원격으로 지도해준 교수를 포함하여 자동차공학과 조교들과 학생들이 자유롭게 참여하여 내 논문 발표를 들었다. 독일어로 논문을 작성한 것보다 내가 작성한 논문을 독일어로 발표하는 것이 더 어려웠던 것 같다. 특히 학교에서 발표했을 때 조교들이 던진 질문들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고 어리바리하게 강단에서 서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 나를 지도교수가 대신 질문에 대한 답을 해주고 격려해줘서 잘 마칠 수 있었다. 


졸업 논문을 쓰는 과정 중에 나는 내가 논문을 쓰던 부서뿐만 아니라 다임러 그룹 내 여러 다른 부서에 지원서를 써 보았다. 내가 인턴과 논문을 했던 부서 안에서는 부서 내 추가적인 인원 보충이 필요하지 않다는 답을 들었고 논문을 작성하던 기간 내내 지원했던 다른 부서에서는 모두 다 서류통과도 할 수 없었다. 내가 맨 처음 논문을 쓰기 시작할 때 가졌던 부푼 기대가 부끄러웠고 논문을 쓰는 기간에 내가 일을 잘하지 못한 걸까 하는 아쉬움도 들었고 이제 막 학사를 마친 상황에서 바로 다임러 그룹에 들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게 잘못이라 자책하며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꿈만 같았던 다임러 그룹에서의 1년의 시간을 마무리하고 독일에서 취업 준비를 하는 졸업생의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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