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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상우 Jun 25. 2024

회색 빛깔의 40대_Part 2.

새로움과 유혹이 점점 사라지면 함께 비례하여 사라지는 것이 하나 더 있는 것 같다. 40대 중반이 되어가는 나의 친구들에게 "설레임" 이라는 것을 언제 느껴 보았는지를 물어보면 모두 3 ~ 4초간 뇌가 정지된 것 처럼 멍한 눈으로 고민에 빠지는 것을 종종 본다. 물론 "난 우리 와이프만 보면 아직도 설렌다."는 팔분출은 빼고...... 설레임, 이 설레임 이란 무엇일까? 어떤 느낌일까? 누군가가 설레임에 대한 감정을 설명 해달라고 한다면 바로 무엇인가를 대답하기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어떤 사람 또는 환경에 대한 떨림, 어떤 상황에 대한 두려움, 긴장감, 흥분 정말 많은 감정이 교차하고 공존하고 상호 작용하는 것이 설레임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일까? 설레임이라는 감정은 원래 있던 환경, 인간 관계 보다는 언제나 새로운 것에서 다가오는 것 같다. 새로운 환경에 들어 왔을때 느끼는 긴장감, 새로운 사람을 만날때 떨림, 새로운 일이 주어졌을 때 두려움, 이 모든 상황을 우리는 보통 설레인다고 표현한다. 설레임은 우리에게 긴장, 떨림, 흥분, 두려움 등 다양한 감정을 가져다 주지만 또 한편으로는 기다림을 주기도 한다. 긴장감과 떨림, 흥분과 기다림이라는 다소는 반대의 위치에 있는 두 감정이 함께 공존하는 것 설레임이 가지고 있는 진정한 모습이 아닐까 싶다.

어떻게 생각하면 흥분과기다림이란 것 때문에 긴장감, 떨림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이 있음에도 우리에게 설레임은 좋은 것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그리고 우리가 살아 가는 에너지가 되어주기도 하고 동기가 되어주기도 하며 때로는 삶의 즐거움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살아가며 꿈이 있다는 것이 삶의 이유. 삶의 원동력이라면 설레임은 우리의 삶을 조금 더 즐겁고 지치지 않게 하는, 삶을 계속 살고 싶게 만들어주는 윤활제 같은 존재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삶의 에너지, 동기, 즐거움이 되어 주는 설레임이 새로움이라는 것에서 부터 시작한다는 점이 바로 우리 40대에게 설레임이라는 감정을 뺏어가는 안타까운 지점이 아닌가 싶다. 좌우로 왔다갔다 하는 괘종시계 추 같은, 쉼표와 띄어쓰기 없이 마치 다람쥐 채 바퀴 돌아가듯 정신 없이 살고 있는 우리 내 40대에게 새로움, 설레임이란 쉽게 다가오지 않는 존재이지 않을까 싶다. 새로울 것이 없는 일상, 설레임에서 오는 떨림, 흥분, 두근거림이 상실된 삶, 기다림을 잃어 버린 시간 속에서 어떤 유혹에 빠진다는 것뿐 아니라 어떠한 것이 유혹하는 환경 속에 있는 것도 그리 쉬워 보이지만은 않은 것 같다. 40대의 불혹(不惑)은 "어떠한 유혹에도 빠지지 않는 나이"라는 뜻이 아니라 "어떠한 사람도 유혹하지 않는 나이"라는 생각이 와 닿는다. 그리고 이렇게 단어의 의미를 되새겨보니 조금은 우울하고 슬픈 감정이 함께 몰려 온다.



삶의 에너지, 동기, 즐거움을 잃어 버린 40대의 삶, 파스텔 색깔처럼 상큼하고 생기있는 20대를 지나 무지개 색깔처럼 원색적이지만 열정적인 30대를 불태우고 갑자기 다가온 회색 빛깔의 40대는 어쩌면 우리에게는 너무 힘든 시기 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일까 어떤 이들은 힘든 40대를 보상 받기 위해 나 자신에게 여유만 있다면 50대 ~ 60대가 되어 본인 인생을 통틀어 새로운 것을 찾는데 가장 열정적이 되기도 한다. 마치 태양이 지기 전 석양의 붉은 노을처럼 ......


40대의 시작, 진행, 그리고 아직 알 수는 없지만 추측이 되는 끝을 생각해보면 무엇인가 나의 삶이 억울해지는 것은 나만 그러는 것 일까? 하지만 다시 한번 돌아보면 바쁘다는 핑계로. 재정적인 책임을 가지고 있다는 핑계로 한 집안의 가장이라는 핑계로 새로운 것을 회피하고 나 스스로를 설레임에서 멀리 하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마음 한 구석 나의 양심을 찌른다. 어쩌면 나에게 끊임없이 새로운 것이 다가왔음에도 두려운 감정에 도망을 다니고 있었을 수도 있다. 조금만 시간을 쪼개고 1분만 일찍 움직이면 새로운 것을 스스로 찾을 수 있는 여유가 있었을 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는 각자의 삶의 핑계로 우리의 30대의 화려한 색깔을 한꺼번에 섞어 회색으로 만들어 버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색은 한번 섞어 버리면 다시 원래의 색으로 분리 할 수 없지만 40대의 우리 색깔은 내가 조금만 용기를 가지고 평소보다 한 발자국만 더 앞으로 나아간다면 다시 예전의 화려한 색의 인생으로 돌아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 본다.

다시 한 번 매일 매일 새롭고 하루  하루가 설레이는 그래서 회색빛의 40대가 아닌 비온 뒤 찾아오는 무지개 빛깔 같은 40대가 우리에게 찾아 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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