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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상우 Nov 21. 2024

또 다른 가족을 떠나보내는 40_Part 2.

 어쩌면 이제는 한 가족의 가장으로 새로운 환경에 대한 선택과 선택 이후 다가올 미래에 대한 책임감의 무게가 부모의 우산 아래, 형제라는 든든한 버팀목 옆에서 새로운 환경을 즐기기만 해도 되었던 유년 시절의 설렘을 불안과 두려움, 걱정으로 만들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이번 신차 구매 역시 그랬던 것 같다. 주변 지인들은 나에게 "새로운 차가 나와서 좋겠다.", "설레겠다."라고 얘기했지만 나는 항상 똑같은 대답을 했다. "아니, 걱정만 한 가득이야!" 구매할 차를 보러 다니고 대리점을 다니며 견적을 알아보고 차량 구매 계약서에 싸인부터 기존 차 중고 매매까지, 40 평생을 살며 모든 것이 처음인 상황들은 나에게 걱정과 불안한 시간들의 연속이었다.


  어쩌면 모든 것이 처음인 나와 나의 가족이 인생의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가는 시간 동안 과거의 집과 차 그 외 모든 것들이 우리의 시간을 함께 하였기에 새로운 것을 맞이하는 시간이 다가 올 수록 설렘과 기대보다는 과거의 것에 애착이 더욱 깊어지는 것은 아닐까 싶다. 첫 신혼집에서 우리는 소중한 첫 아이를 맞이하였고 그 아이가 걸음마를 띄는 것을 지켜보았다. 두 번째 집에서는 큰 아이가 어린이집, 유치원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았고 또 다른 소중한 두 번째 아이가 우리에게 와 주었으며 한 편으로는 소중한 한 분을 보내야 했다.


 아들이 눈물로 떠나보낸 차를 타고 우리 가족은 처음으로 여행이라는 것을 떠나봤고 처음 겪는 기쁨일을 맞이할 때도 슬픔은 일을 겪을 때도 항상 우리를 그곳으로 데려다주었다. 나는 과거의 차와 함께 전국을 출장 다녔고, 장롱 속에 있던 아내의 허를 탈출 시켜주었으며 우리 아이들에게는 때로는 놀이 공간이, 때로는 편안한 잠자리가 되어 주었다.


어떻게 보면 과거 우리의 집과 차는 단순히 생활의 도구로써 시간 함께 했던 것이 아니라 우리 가족과 함께 추억을 만들고 공유하고 간직하는 또 다른 가족이었을지 모른다.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기 위해 지금의 가족을 떠나보내야 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정말 슬픈 일이다. 그러하기에 우리 아들의 눈물과, 떠나보내는 차를 청소하며, 이사를 하는 날 살던  현관문을 마지막으로 닫기 전에 문 앞에서 90도로 고개를 숙이며 "그동안 수고했고 감사했습니다."라고 인사하는 나의 모습이 그리 이상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식구를 맞이한 지 한 달이 넘은 요즘도 가끔 우리 작은 꼬맹이가 옛날 차종과 동일한 차를 보며 손가락을 가리키며 반가워하고 와이프는 중고로 팔린 우리 차가 어디에 있을지 궁금해하곤 한다. 앞으로도 우리 식구는 수 없이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기 위해 기존의 가족을 떠나보내야 하는 일을 겪을 것이다. 그런 날이 오기 전까지 지금 우리와 함께 하고 있는 또 다른 가족들과 즐거운 추억과 기억만이 많이 남겨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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