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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Apr 21. 2024

밥 하느라 바쁜 자기에게~

하늘 우체국

자긴 뚝딱뚝딱 참 잘하네. 여전히 주방에서 보글보글 소리가 나고, 지글지글 볶고.


난 과호흡 왔다고 한량처럼 누워 편지나 쓰고 있고. 요즘 자기가 너무 바빠서 얘기할 시간이 별로 없었잖아. 자기 오면 난 아파서 자고 있고.


금요일에 병원 갔다 왔거든, 조기치매 아니래. 다행이지! 심각한 스트레스로 인한 건망증이래. 건망증이 얼마나 심하면 집도 못 찾아오나 싶지만, 전문의가 그렇다니 믿어봐야지.


스트레스가 심하긴 심한가 봐. 금요일에 법원서 2차 추가서류 요청왔거든. 그래서 이번주 연재도 어제 다 써두었어. 일주일은 서류 작업으로 정신없을 거 같아서 말이야.


내가 아무리 평소 얼굴을 하고 있어도 심리적인 요인까지 컨트롤할  없나 봐. 그게 나만 그런 건지, 다른 환자들도 그런 건모르겠어.


원래는 이번주 계획이 있었거든. 책 구성이 조금씩 잡혀가고 뼈대도 잡히는 거 같아서 이제 뭔가 삽을 뜨나 싶었는데.


희망을 조금 미뤄야겠어~


요즘 공부도 열심히 하고, 생각도 깊이 하려고 애를 고. 모든지 잘 돼 가고 있는 중이었거든.


근디 한 개의 다리를 더 건너야 하나 봐.

그까짓 거 건너면 되지.

신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잖아.


자기 좀 그럴지도 모르겠는데, 본가에서 말이야. 한번 큰일 치르고 나니, 어머님이 날 어려워하시는 게 느껴진다. 전처럼 하루에 몇 번씩 전화도 안 하시고. 이젠 내가 전화하기 전엔 아예 안 하셔. 그래서 사람은 아닌 건 아니라고 표현을 하고 살아야 하나 봐.


지금 몸 상태론 예전같이 받아들일 기운도 없고, 이젠 나도 발끈할 줄 안다는 걸 아셨으니. 막 안 하시네.


서로 어려운 관계가 훨씬 편해.


이젠 나를 막대하는 사람이 시댁이어도 그늘이 되어 드릴 생각이 없어. 오빠한텐 미안하지만 말이야. 내가 너무 지쳤거든.


삶이 참 밭에 나는 쑥 같다는 생각이 들어.

봄볕에 햇살 잘 받다 언제 꺾일지 모르고, 밟힐지 모르고.

부러진 허리가 봄비에 다시 펴질지 그대로 누워자랄지 모를 삶.

들풀 같은 인생 말이야.


약쑥처럼 대봉 키워 꽃봉오리 올리는 쑥도 있겠고, 여린 쑥이 맛나다고 뜯기는 쑥도 있지.


난 맛나고 어린 쑥은 아니니깐, 약쑥 돼서 씨앗까지 터트리고 갔으면 좋겠다.


자기랑.

같이~


쑥떡 말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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