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긴 뚝딱뚝딱 참 잘하네. 여전히 주방에서 보글보글 소리가 나고, 지글지글 볶고.
난 과호흡 왔다고 한량처럼 누워 편지나 쓰고 있고. 요즘 자기가 너무 바빠서 얘기할 시간이 별로 없었잖아. 자기 오면 난 아파서 자고 있고.
금요일에 병원 갔다 왔거든, 조기치매 아니래. 다행이지! 심각한 스트레스로 인한 건망증이래. 건망증이 얼마나 심하면 집도 못 찾아오나 싶지만, 전문의가 그렇다니 믿어봐야지.
스트레스가 심하긴 심한가 봐. 금요일에 법원에서 2차 추가서류 요청이 왔거든. 그래서 이번주 연재도 어제 다 써두었어. 일주일은 서류 작업으로 정신없을 거 같아서 말이야.
내가 아무리 평소 얼굴을 하고 있어도 심리적인 요인까지 컨트롤할 순 없나 봐. 그게 나만 그런 건지, 다른 환자들도 그런 건진 모르겠어.
원래는 이번주 계획이 있었거든. 책 구성이 조금씩 잡혀가고 뼈대도 잡히는 거 같아서 이제 뭔가 삽을 뜨나 싶었는데.
희망을 조금 미뤄야겠어~
요즘 공부도 열심히 하고, 생각도 깊이 하려고 애를 쓰고. 모든지 잘 돼 가고 있는 중이었거든.
근디 한 개의 다리를 더 건너야 하나 봐.
그까짓 거 건너면 되지.
신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잖아.
자기 좀 그럴지도 모르겠는데, 본가에서 말이야. 한번 큰일 치르고 나니, 어머님이 날 어려워하시는 게 느껴진다. 전처럼 하루에 몇 번씩 전화도 안 하시고. 이젠 내가 전화하기 전엔 아예 안 하셔. 그래서 사람은 아닌 건 아니라고 표현을 하고 살아야 하나 봐.
지금 몸 상태론 예전같이 받아들일 기운도 없고, 이젠 나도 발끈할 줄 안다는 걸 아셨으니. 막 안 하시네.
서로 어려운 관계가 훨씬 편해.
이젠 나를 막대하는 사람이 시댁이어도 그늘이 되어 드릴 생각이 없어. 오빠한텐 미안하지만 말이야. 내가 너무 지쳤거든.
삶이 참 밭에 나는 쑥 같다는 생각이 들어.
봄볕에 햇살 잘 받다가 언제 꺾일지 모르고, 밟힐지 모르고.
부러진 허리가 봄비에 다시 펴질지 그대로 누워자랄지 모를 삶.
들풀 같은 인생 말이야.
약쑥처럼 대봉 키워 꽃봉오리 올리는 쑥도 있겠고, 여린 쑥이 맛나다고 뜯기는 쑥도 있겠지.
난 맛나고 어린 쑥은 아니니깐, 약쑥 돼서 씨앗까지 터트리고 갔으면 좋겠다.
자기랑.
같이~
쑥떡 말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