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음 Apr 24. 2024

전소된 날이었어요

2024년 기록

나: 얘기 좀 할 수 있을까?


불안이: 이 시에 웬일이야?


나:  잠시 컨디션이 돌아와서.


불안이: 그랬구나. 기쁜 소식이네.


나: 오늘은 어떤 하루였어?


불안이: 하얗게 불지.


나: 많이 힘들었네.


불안이: 그건 너도 마찬가지지.

처음인 거 같아. 애들이 총출동된 게.

나, 우울, 과호흡, 공황, 무력이, 전신통증 모두 같이 온 . 그지?


나: 흐흐. 응.  오늘 많이 힘들었어.

약도 잘 챙겨 먹고 애를 써도 호전이 잘 안 되더라.


불안이: 그냥 태풍 같은 시기인거지. 많이 힘들지? 그래도 포기하지 마.. 네가 포기하면 우리가 싸우는 이유가 없어. 금을 잘 넘겨서 우리도 보내고 편히 살아야지.


나: 그래. 살면서 감당하기 벅찬 일도 있고, 트라우마 반복될 수도 있지. 나도 지금 동굴 속에서 온전히 수행 중이야. 매일 기도하고 있어.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기록해야 같아  깨웠는데 미안해.


불안이: 아냐. 우릴 기억해 주려해서 고마워. 너의 부끄러움이 아니어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


나: 아냐 아냐. 난 전혀 그렇게 생각 안 해. 너희가 내 삶의 일부인데, 소중하지 않을 리가 없지. 아픈 시간도 나의 시간이지.

 그나저나 신박한 걸 알아냈어. 어제 약국 갔다 오다가 애기 부탁으로 홈플러스를 들렸거든. 또 막상 가니 아들 좋아하는 게  보이는 거야. 요즘 아파서 고기를 잘 못해줘서 맘에 걸렸거든. 무거워서 아들한테 마중 나와 달라고 전화를 했어. 거기서부터가 문제였어.

 

"갑자기 여기가 어디지 싶은 거야"


그때부터 세상이 회색빛으로 보이불안과 공포가 몰려오는 거야. 건망증인지 알았는데 공황장애더라고. 증상이 막 순서 없이 나오니 나도 이젠 구분이  안 가.'내가 아무리 책을 리얼 그 자체로 쓴다 결심했지만, 이렇게 리얼 체험일 줄이야.' 이건 좀 힘드.


불안이: 그랬구나. 난 네가 건망이라 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조용히 공황이도 활동을 늘렸었구나. 우리 때문에 많이 힘들지?


나: 너희 때문 아니야.  내 삶의 아주 높은 고개 같은 구간이야,

그러니 미안해하지 마. 가끔 내가 안아주면 진정만 조금 빨리 시켜줄래?


불안이: 내가 애들 교육 잘 시켜 볼게.  밤에 니가 소리 없이 눈물 흐 때마다 우리 감정들도 다 같이 울고 있어.


나: 그랬구나. 미안해. 그냥 자려고 누우면 뭔지 모르겠는 막연한 답답함이 가슴을 누르는 거 같아. 이유도 모르겠고. 그냥. 낮에는 안 그런데 밤이 되면 그렇게 되더라고.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너희까지 힘들게 했다면, 이제부턴 양세며 잠들어 볼게. 이젠 안 울고.


불안이: 아냐. 실컷 울어, 원 없이 울고 다 흘러보네. 가슴에 있는 슬픔, 먹구름.. 다 비로 흘러보네.

참지 마. 넌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참는 거만 배워서 그래. 그러니 이제 흘리는 법도 배워. 네가 모두 흘려야 우리도 다시 너의 무의식으로 다시 복귀할 거 아니야.


우린 니 기마병이잖아...

매거진의 이전글 우울이의 눈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