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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May 04. 2024

동사의 맛

리뷰런치

그동안 바빠서 보지 못했던 '동사의 맛'책을 꺼내 들었다. '부르다와 불리다' 페이지에서 마음이 멈춰 섰다. 불리다는 당하는 말이라 한다. 


한 남자가 인력시장에서 있었던 일을 들려준 이야기라고 책에 나와 있.

동사의 맛
"지금부터 제가 이름을 부르면 앞으로 나오세요. 이름이 불리지 않은 분은 오늘은 마땅한 일거리가 없으니 안 됐지만 돌아가셔야겠습니다. " _동사의 맛 131p


당하다의 당은 마땅할 당[當]을 써서 해를 입거나 놀림을 받는다는 뜻을 나타낸다. 


부정문에 사용고 부정적으로 인식될 단어이다.


근데 나는 불린다는 이 당함이 얼마나 감사한 당함인 싶은 생각이 들었다.

살아 있음에 이름을 불릴 수 있는 게 아닌가?


나의 삼일이라는 시간은 마음을 순식간에 부서 버렸다. 몸은 기한이 정해져 있는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데 이모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내 생일 이모의 부고일같아지다니.  살면서 생각도 못해 본 일이다. 내 생일이 중요한 게 아니고, 이모에게 마지막 인사를 못하게 되는 날이 나에게 찾아올지 이다.


몸은 급하고 마음은 벌써 집을 나서 있지만, 좀처럼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다. 일은 겨우겨우 잘 마무리했지만 이모의 례가 끝나고 난 후였다. 


오늘 새벽 이모는 발인을 하고 이모부 곁으로 모셨다고 들었다. 한숨을 못 자고 력했어도 마지막 얼굴뵙지도 못한 나. 이모에게 나는 동생의 이쁜 딸이었을 텐데.


이름을 불린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나는 다시 깨닫는다. 름이 불린다는 건 생과 사를 구분하는 일이었다. 병원을 가든, 식당을 가든, 내 곁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이든.


나를 불러주는 이가 있 시간은 행복한 당함이다.


이모는 이제 엄마아빠 두 분 만나셨겠다. 나는 못한 배웅이지만, 엄마아빠는 이모부와 함께 마중 나와 계셨으리라 생각된다. 이곳에서의 옅어진 인연이 그곳에서는 두텁고 곧게 놓이길 기도한다.


오늘밤 첫 회가 부디 반가우시길,

따스하고 향기로운 기억만 가져가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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