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의 시간은 정확하다. 아침약을 먹고 1시 30분이 되니 다시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분노가 살짝 사그라들고 방청소를 한 후 약을 먹었다.
갑자기 드는 생각이 나는 무얼 위해 살지?
요즘은 그저 안 아픈 거, 살림하는 거, 아이문제 그게 나의 전부인 거처럼 되어 버렸다. 아들도 남편도 내가 일하기를 원치 않는다. 전문직이라 할 수 있는 일이 많지만, 나는 그냥 건강에만 힘쓰고 글이나 쓰길 바란다. 식구들은 내가 작가가 되길 누구보다 기다리고 있다. 나는 아플 때가 많아서 누워 있는 시간 모두 죄책감과 자괴감으로 느껴진다.
자아가 사라지고 그냥 아줌마가 되어가는 시간들, 난 이게 별로 체질에 안 맞는 거 같다. 잘하면 지인을 통해 지점을 내볼 수도 있겠는데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나는 쓸모 있는 기관차가 되고 싶은데, 지금은 하역장에 녹슨 기관차로 방치되어 있는 기분이다.
왠지 아이일은 장기전이 될 거 같다. 컨디션이 될 때마다 특훈을 해서 근력을 만들어 놓아야겠다. 삶에 내가 빠져버리고 역할만 남아 있다. 나는 어디로 갔을까? 나는 이상하게 외부도 보지만 내면의 세계에 궁금증이 많은 사람이다.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보통 이런 생각을 안 하고 산다는데, 내가 별종인지도 모른다.
지금 나는 '지침과 힘듦. 분노. 책임'이 합쳐져 이것도 저것도 아닌 홀릭덩어리가 된 거 같다. 침착함을 찾고 나를 찾아야 하는데 내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입맛도 없는데 뭔가는 먹어야 운동을 할 수 있겠지!
"뭘 먹지?"
알약 하나만 먹어도 되는 세상이 얼른 왔으면 좋겠다. 먹는 것보단 듣는 게 좋고, 듣는 것보단 읽는 게 좋은 나에겐 먹으려 애쓰는 시간이 다소 아깝다.
오늘은 나를 위로해 맛난 음식을 줘야겠다.
그거슨 세븐 일레븐의
밀크요팡~~~~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