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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Nov 30. 2024

오늘

오늘을 씁니다

나에게 오늘이란 처음이자 마지막이며 삶에 전부다. 오늘을 주셨으니 사는 거지 신께 부탁드린 적은 없다.


전쟁 같은 우울증이 한바탕 내 가슴을 전멸시키고 잠시 출타했다. 덕분에 이른 아침 신경통으로 일어났다. 정신과 약과 신경통 약을 먹으니 속이 아팠다. 할 수 없이 김칫국에 밥을 한 숟가락 말아먹었다.


"어머! 어제 그 정신에 끓인 게 시원하고 맛있다"


나는 내가 끓인 국에 반하고 실소가 나왔다. 그 와중에도 국도 끓이고 반찬도 해서 밥을 다 챙겨 먹였구나~


어제는 입맛이 없어서 하루를 굶었는데 오늘은 미각이 있다는 게 신기했다. 아직 살아있는 몸이란 알면서도 한편 인지 왜곡이 생기는 거 같다.


언제가 이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들의 심장이 멈춘 건 그들의 의지가 아니다. 뇌가 죽어도 인간은 죽고, 암이 퍼져도 인간은 죽고, 마음이 죽어도 인간은 죽는다.

우울증은 교통사고 같은 투병이라서 극단적 자살이 아니다. 항암치료 끝에 죽음이 있듯, 우울증 끝에도 죽음이 존재한다. 우울증은 투병 끝에 죽는 병이지 선택적 자살이 아니다.

그렇다. 나는 어제 마음이 죽기 일보 직전이었다. 다음에는 심각하게 입원치료를 생각해 볼 생각이다.


나는 투병 끝에 죽어도 되지만 남겨진 이들은 죄가 없지 않은가. 내가 자신들을 버렸다고 느낄까 봐, 그들의 남은 생에 나의 슬픔이 남아 영향을 줄까 나는 몹시 두렵다.  이유만으로도 버텨야 하는 삶이란 생각이 든다.


만 이틀 만에 한 끼를 먹었다. 그러니 위야, 심장아 돌아라. 어서 돌아 어제의 탈진을 충전해 주렴.


"제발 오늘은 우리 싸우지 말자"

"난 너에게 아무 감정 없다"

"제발 꼬박꼬박 집에 좀 들어오지 마라 울증아"

"부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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