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먹고 먹고
한밤중에 시원한 게 먹고 싶었다.
달콤한 팥에 찹쌀떡이 들어간 팥빙수.
그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결국 참지 못하고 팥빙수 먹방을 틀었다.
아삭아삭 얼음이 씹히는 소리가 귀를 간질렀다.
그 소리만으로도 입안이 시원해지는 기분이었다.
식탐을 이기지 못해, 쿠팡 장바구니에 ‘롯데 팥빙수’를 담았다.
사실 오늘따라 입이 더 마른 이유는 약 때문이다.
정신과 약을 늦게 먹으면 꼭 이렇게 입이 바싹 마른다.
마지막으로 팥빙수를 먹은 건, 동생이 설빙 쿠폰을 줬을 때였다.
그날 설빙에 갔는데, 세상에 떡볶이를 팔고 있지 않은가.
‘설빙에서 떡볶이?’ 반신반의하며 주문했는데, 의외로 맛있었다.
매콤하면서도 떡이 부드러워 감탄이 절로 나왔다.
팥빙수 하나, 떡볶이 하나.
그날 아들과 둘이서 야무지게 먹고 나왔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다시 컨디션이 좋아지면, 꼭 설빙에 가고 싶다.
세상엔 맛있는 게 정말 많다.
하지만 요즘 나는 소화가 잘 안 된다.
정신과 약은 위장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음식을 고를 때마다 한참을 망설인다.
사실 나는 먹방을 찍고 싶은 건 아니다.
그저 먹방처럼, 마음껏 먹어보고 싶을 뿐이다.
족발을 통째로 뜯고, 전복을 한입에 넣고,
대창튀김을 바삭하게 부서질 때까지 씹어보고 싶다.
그런데 현실은 늘 다르다.
먹방 따라 한다고 족발에 통마늘을 올려 먹었다가
귀를 막고 울 정도로 매워서 난리가 났다.
삼겹살에 대파를 통째로 싸 먹었다가,
매워서 눈물이 났고 결국 체하고 말았다.
나는 ‘먹방 꿈나무’처럼 씩씩하게 따라 해봤지만
결과는 언제나 처참했다.
그래도 언젠가, 웃으면서 다시 시도해보고 싶다.
나의 실패는 늘 웃음이 되어 돌아오니까.
그러고 보면, 나는 늘 ‘먹는 일’로 하루를 기억한다.
좋았던 날도, 아팠던 날도 결국 한 끼의 맛으로 정리된다.
입안의 단맛은 잠시지만, 그 짧은 행복이 하루를 버티게 한다.
요즘은 그런 생각을 한다.
삶이 꼭 거창할 필요는 없다고.
오늘 한 끼라도 웃으며 먹었다면,
그건 이미 꽤 괜찮은 하루라고 말이다.
“아, 내일은 뭐 먹지?”
벌써부터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