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 굴, 지금 먹어야 합니다

먹고 먹고 먹고

by 이음

가을의 맛집은 바다이다.
드디어 기다리던 새벽배송으로 석화 5kg이 도착했다.
일단 김치냉장고에 넣어 두었다가 저녁이 되어 꺼내봤다.
뭘 할까 하다가 귀찮아서 그냥 석화찜을 하기로 했다.

“뭐 하게?”


“그냥 쪄 먹지 뭐.”


“그래.”

그이가 신이 났는지 초장과 와사비 간장을 만들고 있다.
아이는 금세 나와 한마디 거든다.

“와, 굴 봐. 장난 아니게 크다. 맛있겠다.”


“보글보글, 보글보글.”

굴 특유의 달큰하게 익는 냄새가 올라온다.

“다 됐다. 먹자.”


“후, 뜨거워. 아빠가 해줄게.”


“아빠, 굴 입을 못 찾겠어.”


“자기야, 꼭 그 비싼 금장 나이프로 그래야겠어?”


“낑낑. 열심. 초집중. 안 들림.”


“그래. 누구랑 얘기를 해. 그냥 드셔.”

“어, 엄마. 새끼 홍합이야.”


“그러네. 이건 뭐야? 스펀지 같은 거?”


“어, 그거 말미잘.”


“먹어봐.”


“그걸 왜 먹어. 안 먹어.”


“여기 아기 가리비도 있다.”


“그러네. 생태체험학습 온 것 같네.”


“응. 엄마, 대박 귀여워.”

우리는 이렇게 동분서주, 중구난방 떠들며 속도를 냈다.
젓가락은 계속 바쁘고, 입안은 계속 바다였다.

굴 한 입에
초장 한 방울,
와사비 간장 톡.

입안이 짜고, 시원하고, 미끄럽고, 뜨거웠다.

“야, 겨울 다 왔다.”


“그러게, 바다를 먹는 느낌이네.”


“이 맛에 사는 거지.”

껍질은 점점 산처럼 쌓여 가고
식탁은 물에 젖어 미끄러워졌다.
손가락 끝은 바닷물 냄새로 찝찝해졌고,
나는 껍질을 옮기느라 바빴다.

그런데도 기분이 좋았다.
굴찜에서는 신기하게
비린내가 아니라 바다의 단내가 난다.

밖에선 가을이 조용히 지나가고 있었지만
우리 집 식탁 위에는
작은 바다가 하나 출렁이고 있었다.

다 먹고 나서야
우리는 동시에 배를 두들기며 웃었다.

“아… 5kg, 대단했다.”


“그래도 잘 먹었다.”


“한동안 굴 생각 안 나겠지.”


“응… 그러다 또 생각날걸.”

똥똥한 배를 부여잡고 우리는 일어났다.
나는 설거지를 했고,
남편은 굴 껍데기를 버리러 갔고,
아들은 상을 닦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