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먹고 먹고
어른들이 거짓말을 했다.
“전어는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더니,
그동안 나는 속았었다.
오늘 전어를 처음 먹어봤는데,
집 나갔는데 굳이 돌아올 만큼의 맛은 아니었다.
전어 특대를 시켰더니 12마리가 도착했다.
문제는 전부 하나의 덩어리로 냉동되어 있었다는 점이었다. 부분 해동이라는 건 애초에 불가능했다.
어쩔 수 없이 통째로 해동하며
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리는데
남편이 물었다.
“뭐 하게?”
“고민 중이야. 덩어리째 냉동이라서 전부 해동했는데
너무 많잖아. 다시 얼리기도 애매하고..”
“다 구워.”
“다?”
“응.”
“…알았어.”
나는 전어 열두 마리에 칼집을 내고
구운 소금을 팍팍 쳐서
노릇노릇하게 구웠다.
금새 내 접시는 생선빙수처럼 고봉으로 쌓였다.
아들이 와서 소리쳤다.
“와… 엄마, 이걸 누가 다 먹어?”
“몰라.”
“만화에서 나오는 양이야.”
나는 전어 한 마리를 입에 넣으며 중얼거렸다.
‘집 나갔다 돌아올 만큼은 아닌데..’
남편이 말했다.
“말이 그런 거지.”
“그래도 얼추 비슷해야지.”
나는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난 끝.”
“겨우 한 마리 먹고?”
“응. 난 첫 끼에 생선은 잘 안 들어가네.”
그렇게 나는 물러났고,
남편은 내가 먹다 남긴 전어 머리와 뱃살을 집어 들었다.
“맛있는 부위는 다 남겼네.”
“난 못 먹어.”
“이게 진짜배기인데. 전어는 머리가
80이라는 말도 있어.”
“몰라. 난 머리 못 먹어”
그는 중얼중얼 거리며
머리와 배를 야무지게 먹고,
뼈째 아작아작 씹어가며
전어 여섯 마리를 모두 해치웠다.
아들은
뼈를 접시에 차곡차곡 쌓아 올리며
전어 다섯 마리를 해치웠다.
나는 그 장면을 보며
말했다.
“와…
그대들은 진정한 바다의 아들들이로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 많은 생선을 다 먹는단 말인가…”
그날 밤,
나는 부엌에 가서 남은 접시를 정리하다가
문득 뼈 무더기를 바라보게 되었다.
마치 전쟁터 같았다.
살점은 사라지고
뼈들만 얼키설키 헤쳐져 있었다.
이상하게도
징그러움보다는 경외감이 들었다.
아, 저 사람들은
정말 바다에서 왔구나.
나는 생선 냄새가 싫어
생선 머리를 남겨 두었고
비린내 앞에서는 젓가락을 놓기 일쑤였다.
그런데
우리집 남자들은
비린내를 물처럼 마시며
바다를 오도독 씹어 먹고 있었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전어가 며느리를 돌아오게 하는 게 아니라
사실은 사위였을 수 있겠다.
옛날 얘기에 보면 다 사위는 백년손님이고
며느리는 다 무수리다. 차마 사위가 집나갔다고 하지 못하고 며느리가 나갔다고 했을 수 있다.
어쨌든 나는 육지의 딸이었고
그들은 바다의 아들들이었다.
그래서 그날 이후로
나는 생선을 보면 생각한다.
자산어보의 자식들아..
“너희의 바다로 돌아가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