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가슴살은 NO, 샌드위치는 OK

먹고 먹고 먹고

by 이음

우리 식구는 3월 7일부터 식단관리를 시작했다. 먹고 싶으면 아무 때나, 얼마든지 먹을 수 있는 구조였다.

그래서 식구들 살도 많이 쪘고, 건강관리를 해보기로 했다.


바뀐 구조는 간단했다.

정해진 시간, 정해진 식단 외에는 금식.


아이 학교를 자퇴하고 다음날부터 시작했다.

무언가라도 시작해서 식구들이 좌절의 감정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물론 식사는 다 내 담당이었으니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 같지만, 먹고자 하는 두 입의 의지들이 워낙 강해서 반드시, 동의를 구해야 했다.


배꼽이 안녕하고 인사 나온 그들은

약간의 의지를 가지고 동참 의사를 밝혔다.


아침

샐러드, 토마토, 올리브유, 블루베리


점심

일반 쌀밥 식사


저녁

닭가슴살, 견과류, 샐러드, 블루베리


아이는 매일 배둘레햄이 줄어든다며 좋아하면서도

그동안 원 없이 먹던 간식과 패스트푸드, 육식을 그리워했다.


어제가 딱 10일째 되는 날이었는데

결국 그만하겠다고, 닭가슴살을 거부했다.


“전에는 밥시간이 행복했는데,

이제는 밥시간만 되면 한숨이 나.”


먹는 것보다 더 운동해서 뺄 테니

제발 밥을 달라며 애원하길래

결국 그렇게 하기로 했다.


다시 탕을 끓이고, 초밥을 만들고, 고기를 굽는

밥린이 생활로 돌아가야 한다.


저녁으로 낙지덮밥에 국시장국을 해줬더니

한 그릇을 대차게 해치우고

두 시간 뒤, 아들이 다가왔다.


내 검지 손가락을 자기 입 옆에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엄마, 애기가 입이 궁금하대.”


“뭘, 밥 먹은 지 얼마나 지났다고.”


다시 내 품에 쏙 안겨

내 손을 자기 입가로 가져가며 말한다.


“응응, 이거 봐. 밥 다 내려갔어.”

“뭐 먹을 거 없어?”


“뭐 먹고 싶은데?”


“헤헤, 뭐 해줄 수 있는데?”


“샐러드, 닭가슴살, 피자?”


“으응, 시로시로.”


“그럼 치킨 시켜줄까?”


“으응, 닭… 또 싫어.”


“그럼 샌드위치 해줄까?”


“응. 근데 무슨 샌드위치?”


“일반 다 넣고, 아니면 치즈, 아니면 햄치즈?”


“응, 햄치즈.”


결국 또 간식으로 샌드위치 두 개를 뚝딱하시고

저녁 입맛의 종지부를 찍으셨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맛있게 실컷 먹게 하면서

살 안 찌는 방법은 없을까.


아마 그런 방법이 있었다면

이 많은 다이어트 약이 존재할 리 없겠지.


어제도 결국 간식을 준 건 나였다.


주면 줘서 문제, 안 주면 안 줘서 문제다.

마치 닭가슴살을 먹이며

치킨을 고민하는 사람처럼.


결국 문제는

식단이 아니라

엄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