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지선씨와 어머님의 명복을 빕니다.
박지선씨, 총명하고 지혜로운 당신을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먼저 지선씨와 어머님의 명복을 빕니다.
그렇게 불쑥 떠나시면 어떡하라고~~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일이 일어난 다음 날
당신을 아는 사람들은 아마 말문이 막혔을 것입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떠난 당신에게 남은 사람들의 뒤늦은 따뜻한 말들이 무슨 위로가 될까요?
당신은 이제 그렇게 세상을 떠난 사람이 되었습니다.
죽기 전에 한 번만 더 생각해 보라는 말도 너무 늦은 말이 되었습니다.
당신은 ‘웃음만 주고 간 천사’가 아니었을 텐데~~누군가는 그렇게 표현합니다
당신은 존재 자체가 빛나던 사람이었을 텐데요
떠난 뒤에야 알게 되는 지선씨
당신이 좋아했다는 박준 시인이 어떤 글을 썼을까 궁금해서 찾아 보았습니다.
그의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을 접하면서
나는 당신이 크게 소리 내어 울었더라면
누군가에게 미치도록 힘들다고 말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했습니다.
‘울면 조금은 달라진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울지도 못한 채
웅크리고 있는 것보다는 정말로 후련한 일이거든요
당신이 왜 박준 시인을 좋아했을까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직 그의 책을 읽어 보지 못했지만
제목만으로도 마음에 와 닿는 그 무엇들이 있었습니다.
그 해 여름 / 그 해 혜화동 / 사랑의 시대 / 일과 가난 /어른이 된다는 것 / 취향의 탄생 등등
어른이 되어서도 알 수 없는 삶에 대한 의문으로 매순간 일어서기를 생각해야 했던 저로서는 그 제목 하나만으로도 무수한 이야기가 상상 되더군요. 저는 끊임없이 순간순간의 삶에 몰입하는 젊음과 고뇌를 노래했을 거라는 추측으로 시인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부지런하고 선하고 지혜로운 당신과 많이 닮지 않았을까 생각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도 당신을 구제하지 못했구나!’ 생각했습니다.
기형도 시인 이야기도 있더군요
저도 기형도 시인을 참 많이 좋아해서 그의 시가 문학지에 실리면 늘 복사해서 몇 번씩 읽었던 기억이 있어서 뒤늦은 일이지만 당신의 취향이 반가웠습니다. 펄펄 살아있는 가슴과 잎진 빈 가지에 매달린 시인의 가을을 다시 만났습니다. 하지만 ‘그 역시 또는 문학과 지식도 당신을 구제하지 못했구나! ’생각했습니다.
이제 살아남은 우리
남아있는 존재로서 우리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친절하라, 당신이 만나는 모든 사람은 저마다 당신이 모르는 싸움을 치러내고 있다’는 구절을 인용하면서 당신의 죽음을 애도한 영화번역가 황석희씨와
‘살기로 결정하라고 말하고 싶다. 죽지 못해 관성과 비탄으로 사는 게 아니라 자신의 의지에 따라 살기로 결정하라고 말이다’라는 책의 한 구절을 인용하면서 ‘주변의 힘든 이웃에게 공유해 달라’는 작가 허지웅님의 목소리가 반가웠습니다.
저는 얼마 전 닉네임을 만들었습니다. 한 달 정도 사용할 닉네임을
‘나는 긍정의 비밀을 알고 있다’로 정했습니다.
그리고 그 아래 몇 편의 글을 실었지요
그리고 다짐했지요
‘나는 긍정적으로 살기로 했다’를 말입니다.
이런 나의 결정이 있었던 터여서 허지웅님의 말이 얼마나 절실한 지 알고 있습니다.
남아있는 우리는 좋은 결정을 내리는 하루하루를 살았으면 합니다. 또한 내가 힘들 때나 그렇지 않을 때나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도 끊임없이 이 지구에서 자신과 또는 세계와 무수한 싸움을 치르고 견뎌내고 있는 것이니 우리도 그러자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나는 참으로 멋진 당신이 아무 말도 없이
도와 달라고 소리 한 번 지르지 않고
그렇게 떠난 게 너무나 아쉽습니다.
2020년 11월 4일 수요일 오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