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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그 시간


그 때 그 시간


내가 너를 사랑했을 때

네가 나를 사랑했을 때


바람이 나를 향해 불어 올 때

문득 어떤 생각이 스쳐 갈 때


재연할 수 없는 어떤 상황

이미 나를 떠난

돌아갈 수 없는 순간들


내가 지금보다 젊었음에도  

늦었다고 생각하고

아무런 시도도 하지 않았던 때

아니 결정적으로 그 때 할 수 있었던

어떤 일을 할 수 없다고

지극히 주관적으로 판단했을 때

뒤늦게 그것의 오류를 깨닫던 순간


광활한 지구에서

다만 혼자라고 느낄 때

다만  침묵하고 싶어질 때

외면할 수 없는

누군가의 시행착오를 직면했을 때

그를 비난할 때

그 비난의 화살이 부메랑처럼

나에게 쏟아짐을 감지할 때

내가 사랑하는 만큼

그들을 도울 수 없을 때

가슴은 그저 답답하다


내 모든 사랑을 아낌없이

다 주고 싶은데

하나도 주지 못하면서

투덜투덜 불만할 때

스스로에게  짜증내고 있는

나를 느낀다


나의 이중성을  다시 고백하며

끊임없이 자각해야 하는

인생을 느낀다


단순하게 살자고

불필요한 물건들을

버리고도

내 머리와 가슴에는

버리지 못하는

버려서는 안 되는

내 삶의 이유인 사랑이 존재함을 느낀다


일년 삼백 육십 오일

월화수목금토일

무수한 반복에도

항상 똑같지 않은

삶의 순간들

그 때 그 순간


어느 순간에도

사랑없이는 살 수 없음을 안다

그러함에도 우리는

늘 함께 존재하지만

홀로 결정해야 한다

나에게 주어지는 상황들의

향방에 대해

그것이 기쁨과 즐거움이 되어

가슴 뿌듯한 일이 될 수 있게


2021년 1월 23일 토요일 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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