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벅의 고향에서 에스프레소 마니아의 독백
스타벅스 도시에서, 비가 그치고 나면 봄이 찾아온다. 3월엔 여전히 비가 많이 내리겠지만, 온도는 초봄의 기운을 띠고 있다. 주중 아침엔 아메리카노의 유혹을 견디며 녹차만 마시며 정오까지 간헐적 단식을 이어간다. 밥은 별로 안 당기지만, 커피(Coffee)의 카페인(Caffeine)은 늘 그립다. 특히 전날 음주를 한 다음 날 아침에는 더욱 그렇다. 오늘은 얼마 전 나온 **코르타도(Cortado)**를 마신다. 브라운 슈가와 오트밀 귀리우유가 살짝 들어가고 브라운슈가도 추가되는 그 음료다. (에스프레소와 오트밀우유 비율 1:1)
Tall 아메리카노 (Tall Americano)는 에스프레소(Espresso) 2샷이 들어가서 가볍게 마시기 좋다. 하지만 Grande 아메리카노 (Grande Americano)(3샷)를 다 마시면 눈이 말똥말똥 떠지고, 가끔 카페인 부작용으로 눈꺼풀이 떨릴 때도 있다. 그래서 녹차를 마시지 않는 날, 금요일과 주말은 Tall 핫 아메리카노 (Tall Hot Americano)로 소심하게 선택한다.
4월이 되면 비가 그치고 날이 더워지니, 낮에는 아아(Iced Americano)로 변경된다. 물론 Grande 사이즈 (Grande Size), 얼음은 적게. 그리고 가끔 배가 고플 때는 두유라테 (Soy Milk Latte)도 마신다.
스타벅스 음료별 샷 수 및 성분 비교
스타벅스가 태어난 도시에서 일하고 있지만, 1993년에 이곳에 처음 왔을 때가 생각난다. 지난달 한국에 갔을 때, 1,500원의 메가커피를 마셔봤다. 놀랍게도 그 맛과 농도, 그리고 커피 온도가 스타벅스 아메리카노와 상당히 비슷했다. 한국에서는 에스프레소 문화가 더욱 강해지는 것 같다. 현재 한국에는 스타벅스 매장이 2,009개나 있고, 서울과 경기 지역에는 수많은 에스프레소 전문점이 밀집해 있다. 나를 포함해 한국인들이 에스프레소에 취해있는 모습이 참 대단하다. 그때 **에스프레소 (Espresso)**도, **아메리카노 (Americano)**도 처음 맛봤다. 아마도 아메리카노는 이곳에서 활성화되었을 것이다. 당시 스타벅스는 빠르게 확장 중이었고, **시애틀 베스트 커피(Seattle's Best Coffee, SBC)**도 경쟁자였다. 1996년쯤 한국에 들어오면서, 이화여대 사거리에도 붉은 간판의 SBC가 생겼다. 그곳에서는 큰 국그릇 같은 컵에 라테(Latte)를 줬던 게 기억난다.
그러나 SBC는 결국 사라졌다. 90년대 중반 동부로 학교를 옮긴 뒤에도 스타벅스가 확장해서 따라와서 다니는 대학교 카페에 스타벅스가 처음(동부 학교 중에는 처음) 입점하면서 화제가 되었다. 스타벅스 본고장에서 온 시애틀 촌놈이 스타벅스에 대해 클래스메이트들에게 뿌듯하게 설명을 한 기억도 난다. 스타벅스가 2003년에 인수했지만, 이후 점점 매장이 줄어들었다. 2022년에는 스타벅스가 SBC 브랜드를 네슬레(Nestlé)에 매각하면서 이제는 주로 소매용 커피 제품으로만 남아 있다.
이제 스타벅스는 거의 에스프레소 시장을 점령했다. 한때 **커피빈(Coffee Bean)**도 확장했지만, 이제는 둔화되었다. 드립 커피(Drip Coffee) 시장에서는 **파네라 브레드(Panera Bread)**나 팀 홀튼(Tim Hortons) 같은 브랜드들이 살아남았지만, 스타벅스의 존재감에는 미치지 못한다. 흥미롭게도, 이탈리아보다 미국(America)과 한국(Korea)에서 스타벅스가 훨씬 더 많이 소비된다는 사실이다.
아, 그리고 미국 스타벅스의 패스트리는 한국보다 훨씬 맛있다. 한국은 조선호텔, 신세계 등 여러 군데에서 만들다 보니 일관성이 부족하지만, 미국에서는 어느 주에 가더라도 Bacon Gouda 샌드위치와 Cheese Danish를 같은 맛으로 즐길 수 있다!
현재 전 세계 스타벅스 매장은 40,576개 (40,576 stores worldwide), 그중 미국이 17,049개 (17,049 in the U.S.), 중국이 7,685개 (7,685 in China), 그리고 한국이 **2,009개 (2,009 in Korea)라고 한다. 세계 3위다. 나라별 개수를 보면 미국이 압도적이지만, 도시 단위로 따지면 서울(Seoul)이 시애틀(Seattle)보다 스타벅스 매장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최근 스타벅스 CEO로 취임한 **브라이언 니콜(Brian Niccol)**은 이전에 **치폴레(Chipotle)**의 CEO였다. 그는 스타벅스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주문 속도를 개선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말이다... 스타벅스에서 정말 중요한 게 속도일까? 치폴레처럼 빠르게 배급식으로 선택해서 커피가 나오면 좋을까? 스타벅스는 단순히 음료를 사 마시는 곳이 아니다. 분위기, 문화, 그리고 어떤 면에서는 '소울'까지 담긴 공간이다.
드라이브 스루(Drive-Thru)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빠르게 커피를 받는 것이 아니라, 잠깐이지만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물론, 요즘 빠름을 강조하는 시대에선 변화가 불가피할 수도 있겠지만... 모르겠다. 너무 빠르면 오히려 스타벅스만의 매력이 사라지는 게 아닐까?
전 경영자 하워드 슐츠(Howard Schultz)는 스타벅스가 문화를 파는 공간이라고 했다. "We are not in the coffee business serving people, but in the people business serving coffee."
그러나 이제 시장은 스타벅스 없이는 살 수 없는 환경이 되었다. 바야흐로 원가 절감의 시대가 도래한 것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