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오 Feb 14. 2023

껌딱지 아내

아내는 이번 출장도 함께 갔습니다. 부산과 울산을 가야 해서, 며칠 동안 낯선 동네와 낯선 공간에서 지내야 하고, 비행기, 버스 등을 수 차례 타야 합니다. 그런데도 껌딱지 아내는 붙어 있습니다. 내심 기분이 좋았습니다.


출장을 간 김에 울산에 살고 있는 고등학교 친구를 만났습니다. 나의 결혼식 사회를 본 친구이자, 내가 결혼식 사회를 본 친구입니다. 우리 부부는 결혼하고 제주도로 이주한 후에, 매일 매시 매분 붙어서 지내고 있다고 친구에게 말했습니다.      


친구는 “쉽지 않을 텐데..”라며, 자신의 장거리 연애 이야기를 했습니다.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장거리 연애보다 항상 붙어있는 게 몸도 마음도 편하고 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장거리 연애는 몸고생, 마음고생 그리고 오해가 생기면 풀기도 어려운 일입니다. 쉽지 않은 건 친구의 연애인데, 왜 친구는 나에게 쉽지 않을 거라고 말했을까요. 이유를 알 듯 말 듯 합니다. 저마다 끼리끼리 어울려 사는 것 같습니다.


친구를 만나고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불현듯 놀라운 생각이 났습니다. 지금 우리 부부는 결혼 전 아내의 계획대로 살고 있습니다. 

    

“결혼 전 아내는 내 옆에 꼭 붙어 있을 거라고 항상 말했습니다.”     


아내가 원하는 대로 우리의 삶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 아내의 삶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솜털 난 고슴도치, 아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