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마트에서 정말 사소한 일로 아내가 화를 냈습니다. 이게 화낼 일인가? 싶다가도 내일 시어머니가 오신다며, 그동안 준비해 놓은 레시피 종이를 들고 있는 손과 마음이 지친 건 아닌지 걱정됩니다.
걱정도 잠시, 저도 사람인지라 이내 속으로 말합니다. "그렇다고 그게 화낼일인가.. 너무하네." 속으로 말하고는 말이 없어지는 것이 저의 버릇입니다. 그런 순간의 나를 아내는 주눅이 들어 보인다고 표현합니다.
오늘은 아내가 먼저 미안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래, 이번에는 아내의 잘못이 자명합니다. 그렇지만 나도 미안하다고 말했습니다. 지쳐 보이는 아내의 모습에 마음이 아팠기 때문입니다.
장을 보고 집에 오니, 아내가 말합니다. "나 화 좀 죽일까?" 그 말을 듣는 순간 너무 반가웠습니다. 내가 찾던 정답을 아내가 알려주었기 때문입니다. 아마 아내도 눈치를 챘을 것 같습니다. "좋지"라는 대답을 머뭇거림 없이, 1초도 채 안 걸려서 했으니 말입니다.
아내는 가끔 화를 냅니다. "사람은 모두 다르니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어서 그것이 아내를 화나게 하는구나."라고 생각하다가도, 너무나 자명하게 괜히 내가 혼나고 잘못한 것이 되었을 때는 속이 타고 썩기도 합니다. 사실 많이 속상한 순간입니다. 그 순간만 없으면, 아내의 표현을 빌려, 마상(마음의 상처)의 순간만 없으면,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편일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모르는 뭔가를 알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쓰고 있는 남편의 일기가 알아가는 과정입니다.
나는 아내의 양쪽 귀를 손으로 눌렀습니다.
아내는 나의 배를 손으로 눌렀습니다.
그러면 "으하하하하하"하고 소리를 내며 웃기로 약속했기 때문입니다.
아내는 가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행복한 순간이 더 많아질 거야. 사랑하기만도, 행복하기만도, 시간이 부족해. 그래서 아까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