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주 글쓰기 워크숍의 결실, <청년 농부의 시선> 작품집에 초대합니다
글쓰기 강사로도 일합니다. 2022년 10, 글쓰기 워크숍 <청년 농부의 시선>을 진행했습니다. '농부'인 '청년'들 열두명을 모집해 농사짓고 살아가는 희로애락을 담는 에세이 쓰기를 했죠. 그리고 이렇게, 참가자들의 글 14편을 멋지게 담은 작품집이 나왔습니다! 본 워크숍은 (사)환경교육센터가 주최하고 (재)아름다운재단이 후원했습니다. 작품집을 아래 링크에서 다운받아 보세요.
얼마 전에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주도에 사는 사람들은 겨울에 귤을 절대 사먹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 맘 때가 되면 직장이나 모임에서도, 식당이나 카페에서도 귤을 거저 주고, 심지어 과일 가게에서도 귤만큼은 큰 소쿠리에 잔뜩 쌓아놓고 그냥 준다고 합니다.
여러분은 알고 계셨나요? ‘서울 촌사람’인 저는 몰랐거든요. 사실 귤뿐이겠어요. 농촌에서는 대개 농산물이 흔하겠지요. 자연의 존재들은 자본주의 인간들처럼 매사 값을 매기거나 셈하지 않고, 그저 되는대로 힘껏 자라니까요. 농사는 그런 자연의 후덕함에 기대는 일이고, 농부는 그 넉넉한 품안에서 수많은 생명들과 더불어 삶의 이치를 깨우칩니다. 제 말이 맞는지는 이 책을 읽어보시면 알게 될 거예요.
이번 <청년 농부의 시선> 워크숍은 베란다 텃밭, 주말농장, 퍼머컬처 모임, 농촌 공동체 같은 곳들에서 활약하는 청년들이 모여 같이 글을 쓰는 시공간이었습니다. 자신의 고유한 경험과 사유에서 소재를 길어 올려 초고를 쓸 수 있도록 했어요. 보다 실감나고 맛깔나게 표현하는 기술이나, 글에 매력을 높이는 방법들을 연습하며 글을 고쳐 쓰고, 서로에게 애정 어린 조언과 격려도 많이 해주면서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강사 역할을 맡았던 저도 많이 배웠어요.
사실 저도 청년 농부예요.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농부의 마음’을 품었던 것 같은데, 외할머니가 사주신 딸기와 토마토 모종을 교실 창턱에 두고 길렀습니다. 학교에서 늘 바짝 긴장해있던 저에게 그 녀석들이 위안이 되어 주었는데, 열매의 크기가 작고 빛깔이 창백해서 속상했던 기억이 가물가물 납니다. 땅과 함께 호흡하는 크고 작은 농부 경험은 이후에도 계속 되었어요. 대학생일 때는 길에서 주운 스티로폼 박스들에 깻잎을 심어 캠퍼스 텃밭을 만들고, 외국에 살 때는 언어가 서툴러도 공동체 텃밭 덕분에 친구를 사귀었죠. 키보드 앞에서 마감에 시달리는 지금, 뻑뻑한 눈과 시큰대는 손목이 꼭 이렇게 아우성치는 것 같네요. ‘축축한 흙을 만지고 싶어! 초록색 잎사귀를 보고 싶다고!’
청년 농부들이 글을 쓸 수 있게 돕고, 그분들의 첫 독자가 되는 동안 저는 참 행복했습니다. “오늘의 농사를 글로 새기는 일은 현존함을 다시금 음미하는 일이고, 내일은 어떨지 상상하는 일입니다. (이완)” “나다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 나는 자연을 더욱 아끼고 사랑하기로 선택했다 (별사람).” “우리가 가진 삶의 목적은 성장에 있으며, 나무나 식물 역시 마찬가지이다 (별사람).” 우리 청년 농부들이 쓴 이런 문장들이 새벽 공기처럼 저를 깨우고 모닥불 온기처럼 덥혀 주었습니다. 여러분도 책속에서 각자에게 특별한 문장들을 만나보세요.
기후위기 시대, 글 쓰는 농부가 여느 때보다 더 소중합니다. 글쓰는 농부는 자연과 인간 세계를 잇는 매개자, 자연의 순환과 균형을 바라보는 목격자이니까요. 더 많은 ‘우리’가 농부가 되기를. 그런 꿈의 씨앗을 이 책이 흩뿌리기를 바랍니다.
자 이제 오감을 동원해서 글을 읽을 시간이에요. 청년 농부들의 이야기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청년 농부의 시선> 워크숍 강사 하리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