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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리타 Apr 27. 2023

콜링,어택,사소함,애매함,몰랐음

콜링과 어택 사이

계몽사업가: 

“가볍게는, 어, 무슨 플러팅의 일종으로, 자기 딴에는 내가 중국에서 왔다 생각하고, 자기 딴에는 되게 친근하게 인사를 건네서 뭔가 터보고 싶은. 그런 걸로, 수줍게 니하오 그러는 경우부터 들 수 있겠죠.


처음부터 인사의 목적이 아니라, 그냥, 정말, 딴지를 걸고 싶어서, 겁을 주고 싶어서. 막 (손을 할퀴듯 앞으로 확 내민다) 니하오! 이러면서 동작도 크게 하고, 목소리도 화를 내면서 . 멀리 있는데 . 멀리서부터 지목하면서 . 그러기도 하고.

그냥 자기들끼리 낄낄대고, 서너명이 막 지나가면서 가만히 멀쩡히 얘기하다가, 갑자기 막 니하오! 하면서. 그럼 상대방이 놀라는걸 보고 자기들끼리 막, 재밌어가지고. 왁자지껄 그러기도 하지 않나요.

아, 누구는 직장동료가 그랬대요. 멀쩡한 회사야. 다국적 회계 회사를 다녀요. 교육도 많이 받은 멀쩡한 백인 남자애들이 추근대고, 낄낄대는 그런 상황이었는데! 알고 보니까 자기 회사 가방을 메고 있었다. 이런 경우였죠.


진짜 심한 경우는 버스에서 애들이, 10대 중반 애들이 물건 던지고, 횡단보도에서 지나가는 사람이 을 뱉었다나? 이거는 더 이상 캣콜링이 아니라, 공격? 물리적 공격 아닌가요. Attack인거지, 아택."


나치똥구멍:

“음…저는 사실 어택을 더 많이 당한 것 같거든요.


음…한번은 이제 애인이랑 손을 잡고 길을 걸어가는데, 제 쪽으로 침을 뱉는거에요! 그래서...왜 침을 뱉었을까? 내가 외국인이어서 뱉었나? 아니면 우리가 동성 커플로 보여서 뱉었나? 이런 수많은 생각이 좀 머릿속에 들던데.

오히려 섹슈얼한 캣콜링은 정말 안 겪어봤고, 거의 다가 약간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거만한 양아치 흉내내며)너 뭔데! 약간 이런 식의 것들을 많이 겪은 것 같아요, 저는..


한국에 와서도...냉장고를 시켰는데 운반을 해주시는 분이 저랑 제 파트너를 보고 갑자기 둘이 무슨 관계냐! 뭐 이런 질문을 한다든지...어...쟤 뭐지? 이런걸 계속 겪는 것 같아요.”


사소함, 애매함, 몰랐음

계몽사업가:

“전반적으로 아시아 사람이 인종주의에서 억지로 주어진 위치가 되게, 어...어떻게 말을 해야 되나? 조금 어중간 하다고 해야되나? 분명히 차별과 편견을 당하고, 그렇게 오랫동안 당했는데, 항상 인종문제 하면, 흑인이 대표적인 피해자의 얼굴, 저항의 얼굴, 뭔가 아시아 사람들은 그래도 그 정도는 아니다라는 그런 인식, 그리고 아시아 사람들이 적극적으로...어...나서서 싸우지 않는다는? 그런 또 다른 선입견.  


니하오 캣콜링도 아시아 사람을 만만하게 보니까 계속하는 거 아닌가요. 가해자들의 기본적인 태도가 멸시, 무시랄까. 처음부터 칼로 찌른다는 의도는 아니고 그냥 만만하니까 심심하니까 살짝 찔러본다는 듯한. (칼을 든 시늉을 한 손을 앞으로 짧고 가볍게 내지른다) 이렇게. 이 정도로. 그래도 어차피 쟤는 가만히 있을거라는 믿음이 굳건한거지. 어차피 이거는 경찰서에 끌려갈 만한 뭣도 아니다. 그니까 그냥 심심풀이?” 


나치똥구멍:

대응을 하면, 발끈하고 발발하면 나는 그냥 인사한 건데 왜 그러냐, 그런 식이 많은 것 같아요. 나는 그냥 장난한 건데, 넌 왜 이렇게 예민하냐, 그런 말들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계몽사업가:

“니하오도 당신이 중국 사람인 줄 알았다. 착각했다. 그러면 끝 이야끝. 만만하게 보고 태연한 척 넘어갈수 있으니까...니하오 캣콜링 그래서 되게 트리키한?


그리고 아시아 사람들이 겪는 차별이 항상 이런식인 건가. 대개는 경찰관이 목을 조른다! 총을 쏜다! 같은 강력한 수위는 또 아니야. 당사자들도 당하면서 헷갈려. (얼굴을 찌뿌리며 혼란스러운 표정) 엇, 지금 내가 무슨 일을 겪은거지? 사회적으로도 쉽게 처벌을 하거나 제재할 수 없고. 가해자들도 문제의식이 없고. 

“트리비얼? 사소하게 만든다. Trivialization. 존재를 사소하게 만드는. 모든 둘러싼 것을 사소하게 만들어 버리는...아, 진짜.”


비폭력주의자

나치똥구멍:

“독일에서 특히 어렵다고 생각을 했던 건, 안 그래도 장난스럽고, 애매하고 그런 것들이 많은데. 보통 그걸 겪는 상황에서 항상 혼자인 것도 저는 엄청 어려웠던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는, 네…그래서 계속해서 스스로도 의심을 하게 되고. 내가 예민한가? 이러면서.


음... 한번은 어린애 둘이서 저한테 조롱을 했어요. 그래서 기차를  타려던 걸 열 받아서 안타고, 이제 애들이랑 말싸움을 하기 시작을 했는데, 한 친구는 유색인종 이었고, 한 친구는 백인. 둘다 독일인 친구들이었는데. 백인 아이보다, 그...유색인종인 친구가 더 적극적으로 저한테 뭐라고 해서, 저도 너무 화가 나가지고, 내가 너의 피부색가지고 어떠한 말도 하지 않는데, 너는 나한테 왜 그러냐. 그 순간 그 친구도 (손가락 두 개로 눈을 가까이 가리키며) 동공이 이렇게 막 흔들렸는데, 뒤에 있는 백인 애는 친구를 도와주지 않더라구요. 


그리고 제가 당할 때 옆에서 너무 더 당황한다거나,  울어버렸던 친구도 있었거든요. 너 이런 일을 겪고 사냐, 일상생활에서. 내가 너무 몰랐다, 이러면서. 아니면 뭐 어쩔 줄 몰라 하면서 그냥 넘어가려고 하는 친구들도 있었고. 상대가 너무 당황하거나 모르니까 제가 달랜다거나 괜찮다고 하거나 그런 상황도 많은 것 같아요.”


계몽사업가:

“걔들은 확실히 공감은 잘 못해요. 제가 니하오 당하는 상황에서 제 백인 친구들은 뭐야뭐지 이러다가 보면 상황이 끝나 있어요. 그 친구 기억에 남는 거는 내가 맞고함을 치는 모습. 그러면 친구는 어, 뭐 저렇게 화를 내지? 길에서 둘이 뭔가 시비가 붙었다, 라고 이해를 해 버리는 거예요. 상대방이 나한테 막 빈정대면서 니하오를 했어. 근데 옆에 있는 친구는 그게 왜 인종차별이냐, 그냥 인사를 너랑 하고 싶어했던 것 아니냐, 이런단 말이죠. 제가 흥분해서 싸운 것 같으니까, 친구는 어 얘가 이렇게 화를 내기도 하는구나! 하면서 그 때부터 저를 좀  무서워 한다든지 그래요. 내가 무슨 괴물이냐고.


심지어 어떤 친구는 자기는 비폭력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한다, non-violent communication. 그렇기 때문에 제가 그렇게 대응한 방식에 동의할 수 없다는 거예요. 이런 방식으로는 도와줄 수 없다는 거. 그때는 정말 할말이 없었어요, 진짜. 순간 할 말을 잃었어요. 아니 그건 정말 예상치 못했던 거예요, 그런 반응은.

그 친구 말로는 자기가 예전에도 어떤 사람 두 명이 길거리에서 소리지르며 싸우는걸 봤는데 그거 자체가 너무 스트레스고 폭력적으로 다가왔다는 거야. 근데 길에서 두명이 싸운거랑…이거랑, 같은거야? 아니지. 근데 그 친구 눈에는 비슷해 보였다는 거잖아, 결국.


저는 피해자다움을 강요받은 거예요. 완전히. 제가 거기서 소리 지른 게 아니라 갑자기 울고 슬퍼하면서 막 나자빠지고. 그러면 그 친구는 되게 동정해주고 공감해주고, 그랬을 친구예요. 우는 것은 violence가 아니고, 화를 내는게 violence야. 그런 이상한 Grenze(구분,경계)가 있는 친구네, 이제 보니까.” 


어차피 하는 계몽사업

나치똥구멍:

“저는 인종차별 당하면 거기서 Du bist Scheiße (너 쒯이다) 이러던지, 화나면 Arschloch (이 똥구멍), du Nazi (나치냐) 뭐 이런 식으로. 좀 화를 많이 내는 편인데. 나중에는 화내고 나서도...너무 화를 내면 저한테 또 여파가 너무 오래 가는 것 같아서. 그것도 사실 힘들더라구요. 그래서 어...나중에는 그냥 가운데 손가락 날리고 가거나 아니면 아예 무시하거나 그랬던 것 같아요, 나중에는.”  


계몽사업가:

“저는 화를 내면서 설명하게 돼요, 결국에는. 설명을 해서 조금이라도 뭘 잘못했는지를 알게 해야 된다 라는 강박이 있는 것 같아. 그래서 그냥 욕만 해주고 나면 분이 안 풀려. 얘는 전혀 아무런 깨달은 바 없이 똑같은 짓거리를 또 하겠구나, 싶으면...뭔가 문장으로 화를 내면서, 지금 당신이 한 게 Rassissmus(인종차별주의)고 나치같은 짓을 했다. 잘 생각 좀 해봐라. 그러면 그 놈은 또 정말 몰랐다! 고 순진한 얼굴을 하면은 막 설명을 더 해줘야 될 것 같은 거야. 이 놈들을 계몽시켜야 된다는 기제가 나도 모르게 작동을 하면서, 내가 말을 하면 이 사람이 알아 들을 수도 있다! 이런 희망을 버리지 못하고…(깊이 한숨쉰다) 


진짜...그러다 결말이 나쁘지 않으면, 상대방이 또 사과를 해요, 자기는 몰랐다 정말...막 사과를 해요. 끝까지 뭐 자기는 아니라고 우기는 경우도 많고. 아주 피곤한거지. (주먹으로 가슴을 팍팍 치면서) 피해자인 내가 계몽의 책임까지, 어, 스스로에게 부가를 해야 되나, 그게 꼭 나의 일이 되어야 하는가. 부당함을 느끼는데. 또 내가 아니면 누가 이 일을 하겠나, 이런 생각이 또 들고. 이 백인 독일 사회가 해주겠어? 뭐 100년 가도 캣콜링 문제를 다뤄주겠어? 그런 생각도 들고.


제 애인이, 백인인데, 처음에는 백인 특권이 뭔지도 몰랐고…아니 뭔지 들어는 봤지만 자기가 거기에 해당되는지를 몰랐지, (어이없는 듯 웃는다) 우리 둘이 있을 때 사람들이 나를 차별대우 하는걸 처음에는 보지 못하다가 요즘엔 자기가 먼저 지적을 해. 아주 자기가 먼저 예민하게 캐치하는 수준까지 갔어요. 잘한다 잘해.

그런데 그동안 (또다시 주먹을 가슴팍에 대고 치며) 제가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지난 7년 동안 매번 지적을 하고…어쩔 땐 화를 내고…저는 아주 힘들었는데 애인은 이제 나한테 고맙다고. 자기가 나 덕분에 이렇게 깨쳤다! 됐거든?


그러니까 저 같은 사람들이 이 백인 세계에서 계몽 선생인거예요. 그런데 이게 부담스럽다! 가만히 있을 순 없고, 뭘 하자니 나를 좀 먹으면서 하는 이 계몽 사업이 부담스럽다!”


나치똥구멍:

“그런데 계몽사업에 지쳤을 때도 있지 않으셨어요?” 


계몽사업가:

“그쵸. 지치죠. 지쳐있어요 저는 항상. 디폴트 값이 (극심한 피로로 고개를 떨구는 시늉) müde, immer müde (피곤해, 항상 피곤해).” 


나치똥구멍:

“학교 수업 중에 Musik und Text(음악과 텍스트)라는 수업이 있거든요. 초대강사가 한 명 왔었어요. 본인이 쓴 판타지 작품 대본을 읽는데, 첫 단어부터가 칭챙총이라 제가 너무 당황을 한 거예요. 그래서 제가 어, 근데 그거는 판타지 언어가 아니고 너가 지금 내 앞에서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강사에게 말했는데, 그 사람이 부끄러워하면서 저보고 Grammer Nazi(문법 나치)냐, Polizei(경찰)냐고, 하고 싶은 말도 못하냐고 했어요.

그 상황에서 아무도 절 도와주지 않아서 상황이 그냥 넘어갔어요. 나중에 담당 강사가 저한테 이메일로 미안하다고 하고, 그리고 나서 학교에서 다 교수들 모이는 자리랑 학생회 자리에서 그 문제를 공론화시키면서, 이런 문제는 당사자보다 그 주위에 사람들이 더 말을 많이 해서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된다고 결론 내렸다네요. 


계몽사업가:

“몇 년도에 있었던 일인가요, 그게?”


나치똥구멍:

“사실 얼마 안됐어요, 재작년인가(2018년)?”


계몽사업가:

“거기가 어디? 무슨 학교 다니신다고 했죠? 라이프치히였나?” 


나치똥구멍:

“아뇨 뒤셀도르프 음대. 다 이렇지 않아요. 그렇지 않은데 좀 그 강사분이…”


계몽사업가:

(반색을 하면서) 아휴! 그니까, 우리가 이렇게 예외적으로 잘한 케이스에 막 이렇게 감동하면 안되는데…그게 정상인데 원래는.”


나치똥구멍:

“맞아요. 유일무이하게 괜찮게 마무리됐던 일 같아요. 독일에 6년 넘게 살면서…. 항상 제가 설명해주고…어떤 백인 남자애는 그런데 너가 나보다 하얀데…너도 백인종이야 이런 말도 저한테 했는데, 그 때마다 제가 다 설명해줘야 했고…그런 게 너무 피곤했었거든요. 


계몽사업가:

“맞아 맞아. 아…이 계몽사업 때려치우고 싶다. 아, 그런데 이제 때려칠 수 없게 됐어요. 이제 한국에 가도…한국이 또 얼마나 인종차별적인 사회예요. 또 한국이. 사람들이 개념이 또 워낙에 없고. (탄식을 하며) 하...이번 생은 이렇게 됐다.”


나치똥구멍:

“제가 바라는 건, 누구나 그걸 하고싶을 때만 했으면 좋겠어요. 너무 힘들 때는 안 할래, 그냥 넘어갈 수도 있고.” 


계몽사업가:

(잠시 반색했다가 다시 쳐지며)에이...하고 싶을 때가 없는데 사실. 이거 사업한다고 누가 돈 주는 것도 아니고. 나의 이 고통, 피와 땀을 흘려 얻은 고귀한 인사이트(insight)를 뭐 어디가서 돈 주고 가르쳐도 시원치 않을 마당에…그래서 제가 되게 진지하게, 관련된 강사 자격증을 딸까 생각도 하고 있어요, 사실은. (다짐하는 듯이 단호하게) 어차피! 이렇게 계몽 사업을 할거면 돈을 벌면서 하자.” 


나치똥구멍:

(웃겨서 넘어가며) 어, 괜찮을 것 같은데요?”


제산제와 커피

나치똥구멍:

“음…항상 얘기를 할 때마다 놀라는 건, 맨날 나는 겪는 것 같고 내가 너무 예민하지 했던 것들을 다른 사람도 겪고 있구나, 확인할 때 되게 기분이 이상한 것 같아요. 좋기도 하고…”


계몽사업가:

“안도감과 씁쓸함이 동시에 오면서.”


나치똥구멍:

“맞아요, 네. 맞아요”


계몽사업가:

“마치 제산제와 커피를 같이 마신 것 같은.

아, 근데 우리 이거 가지고 글을 어떻게 쓰죠?"


나치똥구멍:

“저는 어, 지금 이렇게 얘기를 나누는 것 자체에 대해서도, 그것에 대해서 써도 재밌을 것 같아요.

처음에 생각한 건 좀 더 엄격하게 캣콜링에 대해 쓰는 걸 많이 생각을 했었는데. 그냥 이거에 대해 얘기를 나눌 때 어땠고, 제산제와 커피를 같이 마신다는 그런 표현도 재밌고.


네, 뭐 그런 얘기.” 


계몽사업가:

“그러면은 뭔가, 일단…대화체를 살려서 갈까요? 대화체를 그대로 살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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