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강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22년 11월, 비건 청년들과 함께 글쓰기 워크숍 <청년 비건의 시선>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참가자들의 글 15편을 멋지게 담은 작품집이 나왔습니다! 본 워크숍은 (사)환경교육센터가 주최하고 (재)아름다운재단이 후원했습니다. 작품집을 아래 링크에서 다운받아 보세요.
엄마와 더 교감하고 싶어 어린 시절 기억을 더듬어보는 딸, 회식 자리에 너무 많이 남겨진 음식이 아까운 회사원, 외국 친구에게 맛있는 한국음식을 먹이고 싶은 유학생, 일에 애정과 열정이 가득한 디자이너, 전공 공부에 깊이 파고드는 건축학도, 여가 시간을 쪼개 스쿠버 다이빙을 하는 활동가, 자기 메이크업보다 하객 답례품에 더 마음 쓰는 신부...
이런 사람들, 주변에 하나둘 있지 않나요?
이 책 등장인물들은 오늘 하루도 나름 성실하게 살아내며, 평범하고도 특별한 자신의 이야기를 통과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듬뿍 공감하고 정 주게 되고요.
그리고...
모두 비건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앗, 이 부분이 반전이냐고요? 아니요, 단지 교차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다채로운 욕망과 신념과 개성이, ‘나’를 ‘나’로 만드는 정체성들이, 씨줄과 날줄처럼 엮어서.
<청년 비건의 시선> 글쓰기 워크숍은 뜻이 모여 만들어졌어요.비건 지향 청년들이 서로에게 정서적 안전망이 되어주기를, 목소리를 메아리치는 공명판이 되어 주기를 바라는 뜻이요.
그래서 첫 시간부터 비건 연대표를 그리며 글감을 길어 올리고, 서로의 페이스메이커이자 코치가 되어주며 글을 두어편씩 완성해보았습니다. 4차원 세계에서 겪은 체험과 통찰을 2차원의 활자로 변환해내는 연금술을 함께한 겁니다.
앗, 말해버렸어요. 글쓰기 워크숍을 진행할 때마다 저는 남몰래 ‘이것은 일종의 연금술이다’라고 중얼거리거든요.
이번에는 무엇보다 무해함에 대한 연금술이었습니다. 수필 글쓰기는 필연적으로 글쓰는 이에게 요구하잖아요. 자신이 이 세상에서 어떤 존재인지 점검해보기를. 더 나은 존재가 되기로 다짐하기를.
안 그래도 이런 고민에 누구보다 치열한 비건 지향 청년들에게, 그래서 이번 작업은 좀 더 혹독하면서도 열렬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외롭지는 않았어요. 서로가 있어서.
그리고 이 책, 재밌습니다. 그 어떤 픽션 못지않게 생생하고, 예기치 못한 전개가 불쑥 등장하는, 그런데 다 실제 상황(!)인 그런 탐나는 플롯이 연이어 등장해요.
그 속에서 우리는 삶의 고비를 넘고 새로운 챕터를 엽니다. 견디고 버텨본 끝에 깨우치고 도약합니다. 시간의 파도 위를 넘실거리는 일상과 비일상, 그 중심에 비거니즘이 있어요. 이 모든 이야기를 성장담으로 읽을 수도 있겠죠. 각성, 변화, 치유, 성장, 연대...드라마가 있어서 살맛나는 우리 삶의 기록.
이제 붉은 밀랍으로 초대장을 봉인하고 책을 여러분께 날려 보낼게요.
마지막 안내 멘트. 이 책, 재미있지만 쉽지는 않을 거예요. 현대사회의 축소판이자 반사판, 프랙탈 구조의 전체이자 일부인 공장식 축산업, 그 질긴 사슬에 대한 것이니까요. 글쓴이들은 그 사슬에 대해 같이 고민해 보자고 독자들을 끌어당겨요.
여러분, 조금 끌려와 보시겠어요?
그럴 마음이 드신다면 부디 ‘어둠 속에서도 묵묵히 나아가는 세심한 너’들을 마중 나와 주세요. 따끈한 마음 등불을 치켜 들고, 길 중간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