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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담 Feb 16. 2021

[공연 리뷰]해피엔딩으로 끝나지 못한 입양아의 엄마찾기

뮤지컬 <에어포트 베이비> 리뷰




<에어포트베이비>를 보러 가게 만든 데는 이 영상이 크게 한 몫을 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vP4vKCMJ-U

나현우 배우의 'Airport Baby' (출처 : tvN <더블캐스팅>)


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못 본 공연들의 넘버들을 들을 수 있었다는 것과 여러 남자 앙상블들의 연기를 볼 수 있었다는 큰 장점들이 이 프로그램을 마냥 외면하지 못하게 했던..


그 중 나현우 배우의 공연들이 너무 좋았는데, 특유의 깨끗하고 청량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배우였다. 아직 소년같은 분위기도 같이 자아냈다. 그래서 그런 분위기가 유독 잘 나타나는 'Airport baby'랑 'Waving through a Window'는 정말 여러번 돌려봤다.


 사실 <에어포트 베이비>가 재연한단걸 들었을 땐 내심 나현우 배우가 캐스팅되길 바랐는데 그 바람은 정말 그냥 바람으로만... 



뮤지컬 <에어포트 베이비> 포스터 



1월 27일 - 캐스트


 


<에어포트 베이비>는 넘버 'Airport baby'로 시작된다. 

 넘버 'Airport baby'에선 자신을 낳아준 엄마를 찾으로 떠나는 조쉬 코헨의 설렘과 두려움, 떨림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과연 조쉬는 엄마를 무사히 찾을 수 있을까, 엄마와 감동적인 재회를 이룰 수 있을까. 이런 궁금증과 염려를 같이 느끼면서 극은 시작된다.



조쉬 코헨의 '나'를 찾아서.



 <Airport baby>는 '나'를 찾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된 아이였던 조쉬는 항상 자신의 뿌리를 생각하며 자랐다. 백인이 가득한 동네에서 자신만이 다른 피부색을 가지고 있었고, 그건 양부모와도 마찬가지였다. 주변과의 '이질'은 조쉬를 또래들의 괴롭힘 대상으로 몰아 넣었다. 조쉬는 다른 외양을 가진 자신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어디서 태어났고, 누가 나의 부모님인지 여느 보통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알 수 있는 것을 조쉬는 주변에 물어보아야만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조쉬가 그 물음의 답을 얻기 위해 친부모를 찾아 한국으로 향한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입양 기록에 한줄로만 남아있는 부모는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에는 부족했다. 조쉬는 자신을 닮은 부모를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고 어떻게 태어났는지, 왜 나를 입양시켰는지 직접 물어보고 싶어했다. 그래서 조쉬는 낯선 이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고 어눌한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했다. 방송에도 나가 부모를 찾고자 계속해서 노력했다. 



이미지 출처 - 뉴데일리



 조쉬는 그렇게 어렵게 엄마의 소재를 찾아낸다. 하지만 그녀는 조쉬를 외면했고 만나주지 않으려 했다. 조쉬는 그럼에도 끊임없이 문을 두드렸다.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고 싶다는 그 일념하나로. 조쉬의 노력은 처절해보이기까지 한다. 



 그런 조쉬를 옆에서 물심양면으로 돕는 한 사람이 있다. 그의 이름은 '딜리아'고, 이태원의 술집에서 드랙퀸쇼를 몇십년 째 공연하고 있는 나이 든 여장남자다. 화장과 치마로 화려하게 꾸민 그는 가족을 떠나 이태원에서 살고 있다. 그의 모습은 이태원에서만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딜리아는 자신처럼 가족과 인연을 끊고 외부에서 배척 당하는 아이들을 거두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에게는 그들이 가족이었다. 


이미지 출처 - 신시컴퍼니



 사회에서 외면받는 삶을 사는 딜리아에게 조쉬는 차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40년 전 전쟁에 나가 연락이 끊긴 애인을 기다리는 딜리아의 모습은 엄마를 찾아 한국까지 온 조쉬에게서 투영해 볼 수 있다. 미국에서 차별받아 온 조쉬의 삶도 외로운 그의 삶과 무척 닮아있다. 

 딜리아는 조쉬의 일을 자신의 일처럼 여기고 돕는다. 마치 조쉬의 성공적인 만남이 자신에게도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처럼.




전환점 - 쌍둥이 동생, 준수의 존재 




 조쉬는 몇 번의 외면과 우여곡절 끝에 친엄마와 마주 앉아 대화를 시작한다. 그 순간 조쉬는 그동안 꿈꿔왔던 그리움과 애정이 담긴 말을 들을 생각에 벅차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조쉬의 얼굴을 매만지며 '준수'라는 이름을 내뱉는다.

 조쉬에겐 쌍둥이 동생이 있었다. 




이미지 출처 - 스포츠조선




 몰랐던 쌍둥이 동생의 존재를 알게 된 순간, 조쉬의 '나'를 찾는 여정은 위기를 맞는다. 조쉬의 쌍둥이 동생 준수는 조쉬가 불행하다고 여겼던 삶을 행운 속에서 살게 된 삶으로 전복시켜 버리기 때문이다. 준수는 조쉬와 정반대의 삶을 살았다. 친엄마와 함께 살았지만 집이 가난해 돈을 벌기에 급급했다. 그러다 배달 일을 하다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조쉬에게 환영으로 나타나는 준수는 이렇게 소리친다. 형은 행운아였다고, 여길 떠났기 때문에 유복한 집안에서 부족함 없이 자란 것이라며 행복하게 살아서 좋겠다고. 

 조쉬는 그 말에 혼란스러워 한다. 그가 입양아였지만 부양가족은 그를 사랑으로 최선을 다해 키워냈으니까. 하지만 동양 입양아였던 조쉬가 마냥 행복한 삶을 살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다. 조쉬는 자신의 존재에 대한 불신이 뿌리깊었고 외부에서는 그를 차별하며 상처입혔다. 

 준수의 결핍은 가난이었고 조쉬의 결핍은 엄마였다. 누가 더 불행했을까. 자신의 삶이 더 힘들었다며 절규하는 장면은 엇갈린 이 쌍둥이 형제의 비극을 더욱 극대화시킨다. 가난은 입양보다 더 비극인 걸까. 어느 한 쪽에 무게를 더 두긴 어렵다. 하지만 준수는 결국 죽었기 때문에 준수의 비극이 더 커보이는 것은 부정할 수가 없다.



 그러던 와중 이미 시한부였던 엄마는 세상을 떠나버린다. 그녀는 조쉬에게 마지막 편지를 남겼다. 편지는 조쉬가 입양이 된 계기가 적혀있었다. 둘을 모두 지키려 했으나 가난했던 자신에겐 아팠던 준수를 고칠 힘이 없었고 그래서 둘을 같이 입양보내려 했으나 준수는 입양을 거부당했고 조쉬는 그대로 비행기를 타고 말았다고. 조쉬를 혼자 보내게 된 것은 타이밍과 상황이 맞지 않아 일어난 사고였고, 그녀는 엄마로써 최선을 다했고 '후회하지 않는다'라며 여러번 이야기한다. '후회하지 않는다'라는 말은 그녀가 얼마나 죄책감 속에서 살았는지 보여준다. 


 하지만 결국 엄마의 편지에 담긴 이야기는 조쉬가 버려진 것이 아니라는 걸 분명히 보여준다. 사고로 입양되었고 엄마는 조쉬를 끝까지 지키려했음을, 조쉬가 사랑 속에서 태어난 아이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조쉬는 자신이 궁금해했던 것들을 모두 해결했다. 엄마를 보았고, 동생의 존재를 알았으며 자신이 어떤 경위로 입양되었는지 다 알게 되었다. 원했던 결말이고, 답이었다. 그렇다면 조쉬는 이제 자신을 더욱 긍정하게 되었을까?




선명하지 않은 주제 




 그렇지만 조쉬는 순식간에 가족 둘을 잃었다. 한국에서 겪었던 일련의 일들이 조쉬에게는 어떤 의미로 다가왔는지는 선명하게 보여지지 않는다. 다만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 목소리가 밝고, 딜리아의 오래전 애인의 소식을 전해주는 것으로 보아서는 그가 얻은 결론으로도 충분했다고 보여지기도 한다. 


 다만 이 이야기 바깥에 있는 나로써는 조쉬의 '나'를 찾는 여정을 중심으로 흘러가던 이야기가 준수의 존재를 아는 순간부터 깨어져서 어떤 이야기를 담고 싶었는지 사실 아직 이해가 가지 않는다. 입양이 된 것이 사실은 더 나은 일이라는 것? 아니면 우리나라 입양의 문제점을 다루고 싶었을까? 전자라면 입양아로 차별을 경험한 조쉬의 고통을 가볍게 여기는 것이 되고 후자라면 우리나라 입양시스템의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아니면 아직 내가 알아보지 못한 부분이 있었을지도. 주제가 선명히 다가오지 않아 어려운 극이였다. 


 



+) 더 하고 싶은 이야기



1. 조쉬코헨의 캐릭터에 대해선 아쉬운 점이 많았다. 조쉬가 입양아이기 때문에 극 전체적으로 영어와 서툰 한국어가 대사의 대부분이었는데 그 표현방식이 매우 전형적으로 접할 수 있는 외국인이 한국어를 할 때의 어눌함이었다. 거의 모든 대사가 예능프로에서 '~~했숴요.' 등과 같이 톤과 말투가 우리가 보통 한국어가 서툰 외국인을 흉내낼 때 하는 말투로 진행됐다. 이 말투가 워낙 강조돼서인지 조쉬 코헨이 어떤 캐릭터인지 파악하기 어려웠다. 당당한 성격인지, 아니면 진중한 성격인지 혹은 어떤 여린 면을 가지고 있었는지 등 캐릭터가 살아숨쉬는 게 아니라 교과서에서 볼 수 있는 한국어가 서툰 외국인이랄까. 각 상황에서 느꼈을 절망이나 분노 같은 감정들도 잘 그려지지 않았다. 좀 더 조쉬 코헨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면 좀 더 조쉬에게 공감하며 볼 수 있지 않았을까. 


2. 넘버도 'Airport baby' 말고 귀에 들어오는 게 없었다는 것도 아쉬웠다. 소극장 뮤지컬들의 넘버들은 전체적으로 비슷한 분위기를 가지고 전개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 넘버들이 각각의 상황에 맞게 표현되기가 어렵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어쩌면 해피엔딩>이 그런면에서는 정말 좋은 넘버들이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아, 그래도 'Different'의 재치는 재밌었다. p와 f가 다른 것처럼 조쉬가 다른 백인들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사들이 위트있었다. 


3. 근데 왜 넘버 'No Heaven for me'에서 'Heaven = 엄마'로 두었을까. 조쉬가 불행한 가정에서 자란게 아니라 친엄마가 전부는 아닐텐데 엄마를 heaven(천국)이랑 동일시한게 의아했다. 물론 상황이 겨우 찾아온 친엄마에게 외면당한 상황이긴 했지만. 아니면 그냥 배경이 김밥천국이어서 따온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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