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수고한 모두에게
작지 않은 카페에 서툴어 보이는 직원이 혼자 전전긍긍하고 있다. 카페의 주된 일과 사소한 일들을 모두 처리하느라 쉴 틈 없이 바빠 보인다. 손님이 많이 몰리지 않을지, 저러다 실수를 하지는 않을지 괜한 걱정마저 생긴다.
음료를 만드는 일, 테이블을 닦는 일, 반납 테이블에 쌓인 컵과 접시를 치우는 일, 그것들을 씻는 일. 긴 시간을 들이거나 힘을 써야 하는 일(잘 보이는 일)이 있다.
주문한 음료가 준비되었다고 주문 벨 누르는 일, 다 떨어진 냅킨을 채우는 일, 문이 열리는 종소리가 들리면 "어서 오세요. 000 카페입니다" 인사하는 일, 메뉴를 고르지 못하고 있는 손님을 기다리는 일. 잠깐이면 처리할 수 있거나 힘이 들지 않는 일(잘 보이지 않는 일)도 있다.
나는 잘 보이지 않는 일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잘 기억나지 않지만 성인이 되기 전부터 그랬던 것 같다. 달리 얘기하면 큰 숲을 보는 것은 잘하지 못하지만, 그 숲에 난 풀꽃을 찾아내는 것과 같다.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것이 좋다. 운동 경기를 보며 키커가 성공한 슛의 개수보다 골키퍼가 막아낸 슛의 개수를 세기도 했다. 심부름을 하고 온 아이의 손에 들린 물건보다 그 아이가 길을 찾으며 긴장한 흔적, 카드를 쥔 손의 땀에 관심이 더 갔다.
오늘은 전국의 많은 아이들이 고사장에서 긴 시간 고개를 숙이고 시험지와 씨름하는 중이다. 고사장에 도착하기 직전까지는 달랐지만 도착한 직후부터는 모두 동일하게 1분, 1초의 차이도 없이 똑같이 짜여진 시간 안에 놓여 있다. 똑같은 수고를 끝내고 고사장을 나오는 모든 아이들에게 잘 보이지 않는 수고까지 알아차려 격려해주고 싶다. 맞춘 문항의 개수보다 풀리지 않는 문제 앞에서 고민하며 괴로웠던 흔적, 목이 타지만 종료종이 울릴 때까지 한 문제라도 더 풀기 위해 침 삼키며 버텼던 시간, 그리고 오늘이 오기까지 잘 버텨준 그 보이지 않는 일들까지.
카페 직원분에게도, 오늘 새벽부터 수고한 아이들에게도 말해주고 싶다.
"아무도 몰라주는 사소한 힘듦이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것들을 결코 사라지지 않는답니다. 삶의 구석 어디에선가 당신의 수고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 꼭 올 거예요. 알아주는 타인이 없어도 자신만큼은 그 수고를 꼭 기억하고 믿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