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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툇마루 Nov 21. 2024

가벼운 어른이 되려고요

여행 중, 감기 중이 아니라면 평일에 이틀을 연이어 운동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다. 요 며칠 허리가 불편했지만 무리만 하지 않으면 되겠지 싶어 실내 자전거라도 탔다.  처음엔 슬슬 타야지 하고서도 막상 자전거에 올라앉으면 마음이 달라져버려, 결국 그 시작을 하지 않기로 한 게 이틀째다. 그랬더니... 허리가 한결 편해지는 중이다.


어릴 때부터 위장이 건강하지 않은 편이라, 늘 음식을 조심하며 지냈다. 나이가 들면서 피부가 탄력을 잃듯이 위장도 탄력을 점점 잃어가는지 더 조심해야 했다. 자극적인 음식은 가능한 자제하고, 한여름에도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원래 싱겁고 따뜻한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는지, 조심하다 보니 그리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행히 음식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았다. 내 장에 대해서만큼은 꽤 긴 시간을 셀프 닥터로 지내왔지만, 가장 좋은 방법을 알아낸 것은 불과 한 달도 채 되기 전이었다. 


과식하지 않는 것.

평소 많이 먹는 편은 아니지만 때때로 입에 맞는 것은 정도를 넘길 때가 있다. 그 정도를 넘기는 순간을 인식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맛있는 건 어쩔 수가 없다. 하지만, 그 순간의 달콤함을 따라간 대가는 나이가 들수록 힘들고 오래간다. 


허리가 불편해 운동을 쉬면서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 내 허리에도 장 건강에도, 결론은 "줄이기"라는 것.

그나마 젊을 때는 잘 버티던 것도 나이가 들수록 줄여야 하는 것이 많다는 것.

운동도, 먹는 것도. 이뿐 아니라 말수도, 욕심도, 생각도, 집도...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그런 "줄이기"와는 부담감이 다르다. 오히려 산뜻한 줄이기랄까.

늘여야 하는 것보다 줄여야 하는 것이 더 많아서 다행이다 싶다. 나이 들어 늘여야 하는 게 더 많으면 그 무게를 어찌 감당할까. 어떤 것은 내 뜻과 상관없이 자연스럽게 줄어가는 것도 있지만 그 또한 다행이라 생각한다.

2,3년 전부터는 더 나이 들었을 때를 생각하면서 구입하는 물건도 현저히 줄었다. 최소한의 공간에서, 최소한의 것만 가지고 남편과 둘이 알콩달콩 살 생각에 가볍고 좋다.


지난 10월, 가벼운 배낭 메고 가볍게 걸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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