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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툇마루 Nov 14. 2024

아무도 보지 못하는 수고로움

오늘도 수고한 모두에게

작지 않은 카페에 서툴어 보이는 직원이 혼자 전전긍긍하고 있다. 카페의 주된 일과 사소한 일들을 모두 처리하느라 쉴 틈 없이 바빠 보인다. 손님이 많이 몰리지 않을지, 저러다 실수를 하지는 않을지 괜한 걱정마저 생긴다.

음료를 만드는 일, 테이블을 닦는 일, 반납 테이블에 쌓인 컵과 접시를 치우는 일, 그것들을 씻는 일긴 시간을 들이거나 힘을 써야 하는 일(잘 보이는 일)이 있다.

주문한 음료가 준비되었다고 주문 벨 누르는 일, 다 떨어진 냅킨을 채우는 일, 문이 열리는 종소리가 들리면 "어서 오세요. 000 카페입니다" 인사하는 일, 메뉴를 고르지 못하고 있는 손님을 기다리는 일. 잠깐이면 처리할 수 있거나 힘이 들지 않는 일(잘 보이지 않는 일)도 있다.


나는 잘 보이지 않는 일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잘 기억나지 않지만 성인이 되기 전부터 그랬던 것 같다. 달리 얘기하면 큰 숲을 보는 것은 잘하지 못하지만, 그 숲에 난 풀꽃을 찾아내는 것과 같다.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것이 좋다. 운동 경기를 보며 키커가 성공한 슛의 개수보다 골키퍼가 막아낸 슛의 개수를 세기도 했다. 심부름을 하고 온 아이의 손에 들린 물건보다 그 아이가 길을 찾으며 긴장한 흔적, 카드를 쥔 손의 땀에 관심이 더 갔다. 

오늘은 전국의 많은 아이들이 고사장에서 긴 시간 고개를 숙이고 시험지와 씨름하는 중이다. 고사장에 도착하기 직전까지는 달랐지만 도착한 직후부터는 모두 동일하게 1분, 1초의 차이도 없이 똑같이 짜여진 시간 안에 놓여 있다. 똑같은 수고를 끝내고 고사장을 나오는 모든 아이들에게 잘 보이지 않는 수고까지 알아차려 격려해주고 싶다. 맞춘 문항의 개수보다 풀리지 않는 문제 앞에서 고민하며 괴로웠던 흔적, 목이 타지만 종료종이 울릴 때까지 한 문제라도 더 풀기 위해 침 삼키며 버텼던 시간, 그리고 오늘이 오기까지 잘 버텨준 그 보이지 않는 일들까지.


카페 직원분에게도, 오늘 새벽부터 수고한 아이들에게도 말해주고 싶다.

"아무도 몰라주는 사소한 힘듦이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것들을 결코 사라지지 않는답니다. 삶의 구석 어디에선가 당신의 수고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 꼭 올 거예요. 알아주는 타인이 없어도 자신만큼은 그 수고를 꼭 기억하고 믿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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