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마음 단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툇마루 Dec 05. 2024

모르는 사람의 사진 속 내가 궁금하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것이 메모 역할을 대신하게 되면서 남녀노소 누구나 하루에도 여러 장의 사진을 찍어댄다. 그러다 보니 길을 지나면서 고개를 돌린 순간 누군가 찰칵하는 소리에 모습이 분명 들어갔을 거라는 확신이 드는 때가 있다.

인사동을 지날 때 들었던 찰칵 소리는 외국인의 것일 수 있고, 동네 산책길을 지날 때 들었던 찰칵 소리는 건너 건너 아는 사람의 소리일 수도 있다. 서로 전혀 알지 못하는 누군가의 스마트폰 속 사진 중에 내 얼굴이 배경으로 들어있을 수 있다. 모르긴 해도 그렇게 찍힌 사진이 수십 장은 되지 않을까. 어쩌면 그 사진 속의 나는 찍은 사람도 모를 만큼 조그맣게 들어가 있거나, ai 지우개에 의해 지워졌을지도 모른다.

모르는 사람의 사진 속에 남은 내 얼굴이 이용되지는 않을까 두려움을 줄 때도 있지만, 때때로 궁금해질 때도 있다. 표정이 보일만한 각도와 크기로 찍힌 사진이 있다면 그때의 표정이 어떨까. 사진 찍어요, 하나 둘 셋! 사인 없이 준비되지 않은 채 찍힌 얼굴이 궁금하다.


가끔은 길을 가다 마주 오는 사람의 표정을 보고 내 표정을 고칠 때가 있다. 마주 사람의 표정에 온기가 하나도 없는 경우이거나, 드물게 보이는 그레한 경우 모두 표정을 생각해보게 한다. 

오래전, 해외 대학 캠퍼스에 들렀던 적이 있다. 해외에서 웃는 표정의 사람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지만 그 캠퍼스 학생들의 표정은 놀랄 만큼 밝았다. 눈을 마주치며 손을 흔드는 그들의 인사는 나도 모르는 사이 내 입가에도 미소를 띠게 만들었다. 그들의 따뜻한 표정에 한참 못미치는 설익은 미소일지언정. 

평소 나의 표정을 알 수 있는 사람은 나도, 지인도 아닌 만난 적도 없는 누군가일 것이다. 셀카를 찍거나 거울을 볼 때의 나는 '평소의 표정'일 수 없고, 지인을 만났을 때의 나도 '평소의 표정'은 아닐 것이다. 

언젠가 다시 내 모습이 들어갔을 것이라 확신이 드는 찰칵 소리가 들리면 용기를 한 번 내볼까?

"저... 저기요... "


(사진 출처: pixabay)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