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숙한 주머니 속 더 깊숙이 손을 넣고 바닥만 바라보며 걷고 걷습니다.
서너 발자국 앞 길모퉁이가 보입니다.
모퉁이 반대편에서도 걸어오는 사람이 있을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사람이 그 길을 우연히 지나는 중이라면 좋겠습니다.
서로 반가운 이였으면 좋겠습니다.
이왕이면 시간을 내어 차 한 잔 하고 싶은 이였으면 좋겠습니다.
무엇을 쥐고 무엇을 바라보며 걸었는지 열두 달을 걸어 다시 추운 계절이 되었습니다.
어김없이 다시 12에서 1이 되는 모퉁이를 마주합니다.
모퉁이 반대편에서 오는 시간이 있습니다.
오랫동안 용기 내지 못했던 시간이라면 좋겠습니다.
반가운 시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왕이면 어떤 이의 마음을 따숩게 하는 시간이라면 좋겠습니다.
주머니 깊숙이 손을 넣지 않아도 더는 차갑지 않은 마음으로 걷고 싶습니다.
행여 모퉁이를 돌아 모모를 만난다면,
새로 담길 시간 안에서는 따뜻한 나일 수 있겠느냐고 묻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