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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마음 단상

자랑모임, 어떠세요?

(함께 상상하기)

by 툇마루

자랑하는 모습이 좋아 보이지 않아 가능한 자랑을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럼에도 자랑을 내뱉고 있는 나를 발견하는 순간이 있다. 그리고 가끔은 아주 친한 지인에게 "나 자랑 하나만 해도 돼?" 허락을 구하기도 한다.

집 근처 수영장에서 샤워를 끝내고 옷을 입을 때, 그날 처음 만난 어르신의 아들이 어떤 옷을 사드렸는지 알게 되는 때가 있다. 드라마 속 친구 모임에서 오가는 시샘 어린 대화는 현실에서 가져다 쓴 대사일 확률이 높아 보인다. SNS는 또 어떤가.

자랑이 얼마나 못난 것이면 자랑"질"이라는 하찮은 이름이 하나 더 생겼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자랑 욕구는 생명력이 강하다. 어쩌면 식욕보다 강한 욕구인지도 모를 일이다. 입을 틀어막아도 막을 수도 없고, 속에서 꿈틀거리기 시작한 이상 담아 놓고는 버틸 수도 없는 것이 자랑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속 시원히 뱉을 수 있는 장을 여는 것은 어떨까 생각했다.



1년에 한 번, 어떤 자랑을 해도 괜찮은 모임이 있다고 상상해 보자.

자식 자랑, 돈 자랑, 가방 자랑, 지식 자랑, 여행 자랑 그 어떤 것도 가능하다.

단, 몇 가지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


<자랑하는 사람이 지킬 규칙>

1)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당당하게 자랑하자.

2) 부풀리기나 거짓말은 안된다. 더도 덜도 아닌 있는 그대로만 말하자.

3) 딱 한 가지만 자랑한다. 자식 자랑, 돈 자랑 한꺼번에 다 하고 싶어도 참도록 하자.

4) 본인 자랑은 세 가지까지 가능하다. 순전히 나에 관한 내용이 맞는지 잘 살펴보자.

5) 듣는 사람을 위해 자극적인 단어는 가능한 사용하지 않는다. 미리 준비한 말로 간결하게 설명해 보자.


<자랑 듣는 사람이 지킬 규칙>

1) 타인의 자랑에 한 마디 더 쌓지 않는다. "내가 더...", "나도..."로 시작하는 말은 하지 말자.

2) 내 자랑 순서가 끝났다고 귀가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자랑도 듣자.

3) 비웃음을 보이지 않는다. 앞에 선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자.

4) 그래그래, 끄덕여주고 박수해 주자.

5) 그렇다고 너무 상황이 몰입할 필요는 없다. 배 아프지 않도록 이성을 잘 붙들자.


이런 모임 하나쯤 있으면 어떨까 가끔 생각했다.

자랑 소리를 듣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1년에 한 번쯤은 괜찮지 않을까. 드러내어 자랑하는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워도 1년에 한 번은 해볼만하지 않을까. 자랑이 아닌 척 다른 말 뒤에 숨겨 하는 것보다 대놓고 드러내는 것이 낫지 않나. 그러다 보면 하는 동안도, 듣는 동안도 느껴지고 배워지는 것이 분명 있을 것 같다.

몇 십 년, 아니 몇 백 년이 지나고 나면 자랑 모임도 자랑 욕구도 서서히 사라지고, 자랑보다 더 중요한 알맹이를 찾아가는 법을 아는 인간으로 진화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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