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것이 메모 역할을 대신하게 되면서 남녀노소 누구나 하루에도 여러 장의 사진을 찍어댄다. 그러다 보니 길을 지나면서 고개를 돌린 순간 누군가 찰칵하는 소리에 내 모습이 분명 들어갔을 거라는 확신이 드는 때가 있다.
모르는 사람의 사진 속에 남은 내 얼굴이 이용되지는 않을까 두려움을 줄 때도 있지만, 때때로 궁금해질 때도 있다. 표정이 보일만한 각도와 크기로 찍힌 사진이 있다면 그때의 내 표정이 어떨까. 사진 찍어요, 하나 둘 셋! 사인 없이 준비되지 않은 채 찍힌 내 얼굴이 궁금하다.
가끔은 길을 가다 마주 오는 사람의 표정을 보고 내 표정을 고칠 때가 있다. 마주 온 사람의 표정에 온기가 하나도 없는 경우이거나, 드물게 보이는 빙그레한 경우 모두 내 표정을 생각해보게 한다.
오래전, 해외 대학 캠퍼스에 들렀던 적이 있다. 해외에서 웃는 표정의 사람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지만 그 캠퍼스 학생들의 표정은 놀랄 만큼 밝았다. 눈을 마주치며 손을 흔드는 그들의 인사는 나도 모르는 사이 내 입가에도 미소를 띠게 만들었다. 그들의 따뜻한 표정에 한참 못미치는 설익은 미소일지언정.
평소 나의 표정을 알 수 있는 사람은 나도, 지인도 아닌 만난 적도 없는 누군가일 것이다. 셀카를 찍거나 거울을 볼 때의 나는 '평소의 표정'일 수 없고, 지인을 만났을 때의 나도 '평소의 표정'은 아닐 것이다.
언젠가 다시 내 모습이 들어갔을 것이라 확신이 드는 찰칵 소리가 들리면 용기를 한 번 내볼까?
"저... 저기요... "
(사진 출처: pixabay)